
경기를 볼 때 선수 소개보다 먼저 눈이 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킥오프 직전, 누가 주장 완장을 차고 동료들을 모으는지 보는 순간입니다. 2026시즌 대전 하나 시티즌에서는 익숙한 골잡이가 그 자리에 섰습니다. 주민규입니다.
대전의 주장 완장은 주민규에게 갔다
주민규는 등번호 10번을 단 스트라이커입니다. K리그가 2026시즌 대전을 다룬 기사에서도 그를 ‘대전 주장이자 주전 스트라이커’로 소개했습니다. 공격수가 주장을 맡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보통 득점 장면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는 선수가 경기의 흐름을 읽고 동료들을 이끄는 역할까지 맡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장 완장만으로 전술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주장 선임의 이유를 득점 기록 하나로 단정할 수도 없고요. 다만 대전이 기대하는 역할을 짐작할 만한 배경은 있습니다. 주민규는 여러 팀에서 긴 시간을 뛰었고, 대전 유니폼을 입은 첫해에도 공격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말보다 플레이로 신뢰를 쌓을 기회가 충분했던 선수인 셈입니다.
14골이라는 숫자 뒤에 있는 첫 시즌
주민규의 2025시즌 K리그1 기록은 34경기 14골 3도움입니다. K리그 공식 선수 기록에서 확인되는 수치입니다. 경기당 득점으로 바꾸면 약 0.41골입니다. 두 경기마다 반드시 한 골씩 넣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꾸준히 골문을 위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전은 그해 리그 2위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팀이 높은 순위를 지키는 동안 주민규의 14골은 분명한 공격 자원이었습니다. 골은 기록지에서 한 칸만 차지하지만, 상대 수비가 스트라이커를 의식하며 움직이면 주변 선수에게 공간이 생깁니다. 그래서 주민규를 볼 때는 슈팅 장면뿐 아니라 공을 받으러 내려오는 위치와 수비수를 끌고 가는 움직임도 함께 보게 됩니다.
그의 득점 이력이 대전에서 갑자기 시작된 것도 아닙니다. 주민규는 제주에서 뛴 2021시즌 22골, 울산에서 뛴 2023시즌 17골로 두 차례 K리그1 득점왕에 올랐습니다. 2025시즌의 14골은 그런 경력이 새 팀에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기록입니다. 다만 과거의 득점왕 경력이 다음 경기의 골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매 시즌 상대의 견제 방식과 팀의 공격 조합이 달라지니까요.
공격수 주장은 무엇을 보여줄까
스트라이커는 경기 내내 상대 센터백과 부딪힙니다. 공이 잘 들어오지 않는 시간에도 압박의 출발점을 잡고, 동료가 전진할 순간에는 패스를 받을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주민규가 주장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득점이 없을 때 팀의 공격이 끊기지 않도록 움직이는지, 어려운 경기에서 동료들과 어떤 호흡을 만드는지가 골 수만큼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대전의 경기를 볼 때는 그가 공을 잡기 전 장면을 한번 따라가 보게 됩니다. 수비수 사이에 머물러 있는지, 한 발 내려와 연결 고리가 되는지에 따라 측면 공격수가 활용할 공간이 달라집니다. 이 움직임이 매번 공격 포인트로 남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공격이 풀리는 과정에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주장에게 기대하는 존재감 역시 득점 직후의 환호만으로 다 설명되지는 않을 겁니다.
득점표와 함께 볼 장면들
주민규의 주장 시즌을 기록으로 따라간다면 골과 도움을 먼저 확인하되, 경기 내용도 곁에 놓는 편이 좋겠습니다. 대전이 앞서 있을 때 공을 지켜 공격 시간을 벌어주는 장면, 뒤지고 있을 때 동료와 간격을 맞춰 다시 기회를 만드는 장면은 숫자 한 줄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팀이 공격을 잘 풀지 못한다면 주장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보다 공이 그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도 봐야 합니다.
2026시즌 대전 하나 시티즌의 주장이 누구냐는 질문의 답은 주민규입니다. 제게 더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는 그다음입니다. 이미 골로 자신을 증명해 온 공격수가 주장 완장을 찬 채 어떤 장면에서 팀을 앞으로 움직이는지, 이번에는 득점 장면 사이의 시간까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