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 집에 갔는데 거실은 따뜻한데 소파에 앉으면 발목이 시리다고 하셨어요. 보일러 온도를 올리기 전에 소파 위치부터 봤습니다. 창 바로 아래에 소파가 붙어 있고, 커튼은 바닥에서 한참 떠 있었거든요. 창가의 찬 공기가 앉는 자리로 내려오는 배치였습니다. 소파를 조금 옮기고 커튼 길이를 맞추니 같은 온도에서도 앉아 있는 느낌이 달라졌어요. 난방비 절약은 온도 조절기만 만지는 일보다, 집에서 오래 머무는 자리를 덜 춥게 만드는 일에 가깝습니다.
먼저 찬 공기가 닿는 자리를 찾으세요
집 전체가 추운지, 특정 자리만 추운지부터 구분하면 돈 쓸 곳이 보입니다. 저녁에 평소처럼 앉아 있을 때 창가, 현관 근처, 방문 아래로 손을 가져가 보세요. 바람이 느껴지는 곳과 바닥이 유독 차가운 곳을 표시해 두면 됩니다. 온도계가 있다면 같은 높이에서 거실 가운데와 자주 앉는 자리의 온도를 비교해도 좋고요. 숫자가 비슷해도 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 때문에 체감은 다를 수 있습니다.
소파나 책상을 창에 바짝 붙여 두었다면 가능한 범위에서 20~30cm 정도 떼어 보세요. 공간이 좁아 그만큼 움직이기 어렵다면 앉는 방향만 바꿔도 괜찮습니다. 창을 등지는 자리보다 옆으로 두는 자리가 편할 때가 많아요. 현관에서 거실까지 문을 열자마자 바람이 곧장 통하는 구조라면, 자주 쓰는 의자를 그 길에서 비켜 놓는 편이 먼저입니다. 작은 집일수록 가구를 몇 센티미터 옮기는 일이 새 물건을 들이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어요.
커튼과 문틈은 막되 환기는 남겨 두세요
커튼은 밤에 창가에서 내려오는 찬 기운을 줄이는 데 쓸 만합니다. 창보다 좌우로 조금 넓고 바닥 가까이 내려오는 길이가 좋아요. 다만 바닥에 길게 끌리면 먼지가 쌓이고 청소가 번거롭습니다. 저는 바닥에 거의 닿되 끌리지 않는 길이를 권합니다. 낮에 햇빛이 드는 창은 커튼을 열어 두고, 해가 지면 닫는 식으로 쓰면 생활 습관에도 무리가 적습니다.
문풍지와 틈막이는 손으로 바람이 느껴지는 곳부터 붙이세요. 집 안의 모든 틈을 한꺼번에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환기구나 보일러에 필요한 급기구는 막으면 안 됩니다. 창과 벽에 물방울이 자주 맺히는 집이라면 커튼 뒤쪽도 가끔 확인해야 해요. 찬 기운을 줄이려다가 결로와 곰팡이가 생기면 관리할 일이 더 커집니다. 환기할 때는 창을 조금씩 오래 열어 두기보다 생활 패턴에 맞춰 짧게 열고 다시 닫는 편이 실내 온도를 회복하기 수월합니다.
바닥에는 생활하는 면적만큼만 깔아요
바닥 난방을 하는 집에서 러그는 발이 닿는 자리를 편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거실 전체를 두꺼운 러그로 덮으면 바닥의 열이 올라오는 느낌이 늦어질 수 있고, 세탁과 청소도 힘들어져요. 소파 앞, 아이가 앉아 노는 자리처럼 실제로 머무는 곳에만 적당한 크기로 까는 편이 낫습니다. 저라면 통로까지 덮는 큰 러그 한 장보다, 세탁하기 쉬운 작은 러그를 고르겠습니다.
러그 아래 미끄럼 방지 패드는 꼭 살펴보세요. 움직일 때마다 밀리는 러그는 금세 접어 두게 됩니다. 세탁기 용량에 맞는지도 구매 전에 확인하고요. 겨울 한 철만 깔 물건이라도 꺼내고 빨고 보관하는 일이 쉬워야 다음 겨울에도 씁니다. 난방비를 아끼려고 산 물건이 수납장만 차지한다면 좋은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죠.
온도는 집을 비우는 시간에 맞춰 조절하세요
보일러를 무조건 껐다 켜는 방식이 모든 집에 맞지는 않습니다. 단열 상태, 바닥이 식는 속도, 외출 시간에 따라 다르거든요. 한두 시간 나갔다 오는 날이라면 평소보다 설정 온도를 조금 낮추고, 돌아왔을 때 집이 얼마나 차가워졌는지 살펴보세요. 긴 외출이나 여행 때는 사용하는 보일러의 설명서에 나온 외출·동파 방지 기능을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특히 한파에는 배관이 얼지 않도록 관리해야 해요.
저는 보통 일주일 정도 같은 생활 패턴으로 지내며 설정을 하나씩 바꿔 보라고 말씀드립니다. 첫 주에는 평소 설정을 기록하고, 다음 주에는 잠자는 시간이나 외출 시간의 설정만 조절하는 식이에요. 날씨가 크게 다른 날의 요금을 곧바로 비교하면 판단이 흐려지니, 우선 집에 돌아왔을 때의 온도와 불편함을 함께 적어 두세요. 너무 추워서 결국 온도를 확 올리게 된다면 그 설정은 오래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저는 새 난방용품보다 바람이 들어오는 문틈, 자주 앉는 자리의 커튼, 발이 닿는 바닥 순으로 살핍니다. 하루 중 오래 머무는 자리 한두 곳이 편해지면 집 전체를 필요 이상으로 덥힐 이유도 줄어듭니다. 겨울 내내 손이 가는 방식이어야 다음 달에도, 다음 겨울에도 이어지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