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 시기 아기를 편안하게 돕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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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 시기 아기를 편안하게 돕는 방법

상담실에서 아기를 안아 보려다 울음이 터져서, 제가 얼른 부모님 품으로 돌려드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조금 전까지 방긋 웃던 아기가 낯선 얼굴을 보자마자 고개를 돌리기도 하죠. 그럴 때 부모님은 “벌써 낯가림이 시작된 걸까요?” 하고 묻습니다. 대개는 아기가 익숙한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에요.

낯가림 시기는 몇 개월부터일까요

보통 생후 6개월 무렵부터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모습이 보이고, 7~12개월 사이에 눈에 띄는 경우가 많아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9개월 무렵의 사회·정서 발달 모습 가운데 낯선 사람 앞에서 수줍어하거나 보호자에게 매달리는 반응을 넣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9개월에 꼭 울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조용히 얼굴을 살피거나 부모 품에 몸을 바짝 붙이는 것도 아기 나름의 표현입니다.

같은 아기라도 컨디션에 따라 달라요. 낮잠을 잘 자고 배가 부를 때는 할머니와 눈을 맞추다가도, 졸리거나 아픈 날에는 익숙한 사람에게도 안기지 않으려 할 수 있죠. 낯가림이 빨리 왔다고 애착이 유난히 강한 것도 아니고, 늦게 왔다고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 번의 만남보다 평소 모습을 길게 보는 편이 정확해요.

낯가림과 분리 불안을 헷갈리기도 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올 때 긴장하는 건 낯가림이고, 늘 돌보던 사람이 자리를 떠날 때 우는 건 분리 불안에 가까워요. 두 반응이 함께 나타날 수 있어서 가족 모임에서는 더 크게 울기도 합니다. 아기에게는 낯선 얼굴을 만나는 일과 부모 품에서 떨어지는 일이 한꺼번에 생긴 셈이니까요.

울기 시작했다면 안기는 순서부터 바꿔요

오랜만에 만난 친척이 반가운 마음에 현관에서 바로 아기를 안으려는 일이 있어요. 어른에게는 자연스러운 인사지만, 아기는 얼굴을 볼 시간도 없이 낯선 품으로 옮겨지는 거죠. 이럴 때는 부모가 안은 채로 먼저 인사하고, 상대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부드럽게 말을 걸도록 해주세요. 아기가 시선을 주거나 표정이 풀리면 그때 조금씩 가까워져도 늦지 않습니다.

손을 뻗어 얼굴을 만지거나 “괜찮아, 안 무서워” 하며 여러 사람이 번갈아 안는 건 잠시 미루는 게 좋아요.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억지로 넘기면 아기는 더 놀랄 수 있습니다. 부모 품에서 충분히 구경하다가 스스로 손을 내밀면 그때 안겨도 돼요. 끝내 안기지 않아도 괜찮고요. 인사는 눈을 마주치고 손을 흔드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으니까요.

큰아이를 키울 때 가족 모임에 가면 저는 먼저 아기를 안고 방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어요. 할머니가 옆에서 장난감을 보여주고 같이 놀다가, 아기가 몸을 돌려 할머니 쪽을 볼 때까지 기다렸죠. 매번 통하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빨리 친해져야 한다’는 분위기를 덜어내니 어른들도 아기의 반응을 기다려 주기 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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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나 돌봄 선생님과 친해질 때는

곧 복직하거나 가족에게 돌봄을 맡겨야 한다면 마음이 급해질 수 있어요. 그렇다고 낯가림을 없애려고 사람 많은 곳을 일부러 찾아다니거나, 적응을 위한 물건을 새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아기에게 필요한 건 낯선 사람을 많이 만나는 횟수보다, 돌봐 줄 사람과 편안한 시간을 거듭 보내는 경험에 가까워요.

처음에는 부모가 곁에 있는 동안 함께 놀고, 다음에는 그 사람이 간식이나 책 읽기처럼 익숙한 일과를 맡아 볼 수 있어요. 아기가 편안해 보이면 부모가 잠깐 자리를 비우는 식으로 시간을 늘려갑니다. 며칠 만에 적응하는 아기도 있고 몇 주가 걸리는 아기도 있어요. 돌봄 일정이 정해져 있다면 가능한 범위에서 미리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는 편이 좋습니다.

헤어질 때는 몰래 사라지기보다 짧고 비슷한 인사를 반복해 주세요. “엄마 다녀올게, 낮잠 자고 나서 만나”처럼 아기가 익숙해질 말을 남기고 돌봄을 맡을 사람에게 안정을 찾을 시간을 주는 거예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아기가 보호자의 출발을 알 수 있도록 짧게 인사하는 방법을 권합니다. 처음 며칠 운다고 해서 곧바로 돌봄 방식이 잘못됐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돌보는 사람과 상의하며 아기가 먹고 자고 놀 때의 모습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낯가림이 없거나 오래가면 걱정해야 할까요

낯가림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아기도 있어요. 낯선 사람에게도 웃지만 부모가 부르면 돌아보고, 익숙한 사람과 즐겁게 놀며, 여러 표정을 보인다면 낯가림 하나만으로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반대로 크게 우는 아기라도 집에서 잘 먹고 놀고 쉬는지 함께 봐야 해요. 울음의 크기만으로 발달 상태를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거의 없거나, 눈 맞춤과 주고받는 놀이가 드물거나, 하던 행동이 사라졌다면 소아청소년과에서 상의하는 게 좋습니다. 낯선 사람을 만날 때뿐 아니라 일상 대부분에서 달래기 어렵고 먹거나 자는 데까지 영향을 준다면 그 모습도 함께 알려주세요. 특정 월령에 낯가림을 하는지보다 아기의 전반적인 발달과 생활을 함께 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가족에게는 이렇게 말해도 좋아요. “지금은 제 품에서 먼저 얼굴을 익힐 시간이 필요한가 봐요.” 아기가 울지 않고 안겨야만 예쁨을 받는 건 아니잖아요. 기다려 주는 어른이 한 사람 더 생기는 것만으로도 아기에게는 충분히 반가운 만남이 될 수 있습니다.

낯가림 시기 아기를 편안하게 돕는 방법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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