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aa 원두 특징을 맛으로 읽는 방법

케냐 aa 원두 특징을 맛으로 읽는 방법

얼마 전 손님이 케냐 AA를 내려 마셨는데 자몽처럼 상큼할 줄 알았던 커피가 시기만 했다고 했습니다. 같은 봉지로 로스터리에서 내려 보니 검붉은 과일 향과 단맛이 나왔어요. 원두의 성격은 같았지만 물 온도와 분쇄도가 달랐습니다. 케냐 AA는 맛의 기대치가 뚜렷한 만큼, 추출이 조금 어긋나도 차이가 잘 드러나는 커피입니다.

AA가 말해 주는 것과 말해 주지 않는 것

케냐의 AA는 생두를 선별할 때 쓰는 크기 등급입니다. 케냐 농업식품청 커피국 자료에 따르면 AA는 21번 체를 통과하고 18번 체에 남는 원두를 가리킵니다. 숫자가 클수록 구멍이 큰 체라서, 쉽게 말하면 비교적 알이 큰 생두라는 뜻이지요.

여기서 자주 생기는 오해가 있습니다. AA가 곧 최고 품질이나 특정한 맛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AA라도 농장과 수확 시기, 가공 상태에 따라 잔에서 느껴지는 향이 다릅니다. 제가 원두를 고를 때도 AA라는 글자만 보고 주문하지 않고 생산 지역, 가공 방식, 로스팅 날짜를 함께 봅니다.

AB가 AA보다 무조건 맛이 약한 것도 아닙니다. 두 등급을 나란히 내려 보면 AB 쪽이 더 달고 균형 좋게 느껴지는 날도 있어요. 크기 등급은 원두를 이해하는 단서 하나로 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케냐 AA에서 과일 맛이 느껴지는 이유

케냐 커피를 설명할 때 블랙커런트, 자몽, 토마토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케냐 농업식품청의 지역별 향미 자료에도 니에리와 키리냐가 원두에서 블랙커런트와 선명한 감귤류 산미가 언급됩니다. 다만 모든 케냐 AA에서 그 향이 같은 세기로 나는 것은 아닙니다. 향미 표현은 실제 과즙이 들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마셨을 때 떠오르는 감각을 말합니다.

밝은 산미와 단맛이 함께 잡히면 잘 익은 베리나 과일 잼처럼 느껴집니다. 산미만 먼저 튀고 입안이 얇게 비면 덜 추출됐을 가능성을 봅니다. 반대로 과일 향은 희미하고 혀 뒤에 쓴맛이 오래 남는다면 너무 곱게 갈았거나 추출이 길었을 수 있습니다. 산미 자체를 없애려 하기보다, 그 옆에 단맛이 있는지 살피는 게 케냐 커피를 읽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온도가 내려간 뒤 한 모금 더 마셔 보는 것도 좋습니다. 뜨거울 때는 선명한 산미가 먼저 오다가, 조금 식으면 단맛과 향의 윤곽이 또렷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첫 모금의 인상만으로 원두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광고

로스팅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표정

약하게 볶은 케냐 AA는 과일 향과 산미가 비교적 선명합니다. 대신 추출이 부족하면 레몬즙처럼 날카롭게 느껴질 수 있어요. 중간 정도로 볶으면 산미가 한결 둥글어지고 설탕을 졸인 듯한 단맛이 앞으로 나오기 쉽습니다. 더 깊게 볶으면 묵직함과 쌉싸름함이 커지는 대신 섬세한 과일 향은 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산미가 부담스럽다면 처음부터 가장 밝게 볶은 원두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로스터가 ‘중배전’이라고 적었더라도 기준은 가게마다 다르니, 볶음 정도의 이름보다 실제로 적힌 향미 설명을 읽어 보세요. ‘자몽, 블랙커런트’와 ‘캐러멜, 다크초콜릿’은 같은 케냐 AA라도 기대할 맛의 방향이 다릅니다.

집에서 맛을 맞추는 드리퍼 레시피

처음 내릴 때 저는 원두 20g에 물 300g을 씁니다. 물 온도는 92~94℃, 분쇄도는 중간 정도에서 시작합니다. 뜸들이기에 물 40g을 붓고 35~40초 기다린 뒤, 남은 물을 두세 번에 나눠 부어 총 추출 시간이 대략 2분 30초~3분이 되도록 맞춥니다. 드리퍼와 필터가 달라지면 흐르는 속도도 달라지니 이 시간은 출발점입니다.

커피가 시고 묽다면 우선 분쇄도를 한 단계 곱게 해 봅니다. 같은 원두와 물 양으로 다시 내려야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있어요. 단맛은 있는데 산미가 거칠게 느껴진다면 물 온도를 1~2℃ 낮춰 비교해 볼 만합니다. 반대로 답답하고 쓴맛이 길면 조금 굵게 갈아 물이 빠지는 길을 열어 줍니다.

저울이 있다면 비싼 드리퍼나 전기 주전자부터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원두와 물의 양을 일정하게 맞추는 것만으로도 맛을 비교하기 쉬워집니다. 분쇄도를 조절할 수 있는 그라인더가 있다면, 그다음 한 잔에서 바꿀 변수도 분명해지고요.

광고

살 때는 로스팅 날짜를 먼저 봅니다

케냐 AA 특유의 향을 기대한다면 봉지 앞면의 등급보다 로스팅 날짜를 먼저 확인합니다. 스페셜티 커피 협회는 볶은 원두가 시간이 지나며 가스를 내보내고 향도 변한다고 설명합니다. 갓 볶은 당일이 언제나 가장 맛있는 날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원두에 따라 며칠 쉬게 한 뒤 마시지만, 그 기간을 모든 케냐 AA에 똑같이 적용하지는 않습니다.

가능하면 마시기 직전에 갈고, 개봉한 원두는 공기와 빛을 피해 밀봉해 둡니다. 처음 한 잔이 기대와 다르더라도 원두를 바로 탓하지는 마세요. 같은 원두로 물 온도나 분쇄도 하나만 바꿔 내리면, 케냐 AA의 선명한 산미 뒤에 숨어 있던 단맛이 의외로 쉽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케냐 aa 원두 특징을 맛으로 읽는 방법 - 요약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