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책 수업을 나가면 같은 이름을 듣고 강아지 두세 마리가 동시에 고개를 드는 일이 있습니다. 코코, 보리, 초코가 특히 그렇습니다. 이름을 정할 때 강아지 이름 순위를 찾아보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다만 훈련사로서 제가 먼저 보는 건 인기보다 가족이 매일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인지입니다.
강아지 이름 순위는 조사 범위부터 봐야 합니다
2024년 3월 기준 공공데이터포털의 동물등록 자료를 분석한 사례에서는 서울의 동대문구·마포구·양천구·송파구, 네 자치구에서 코코가 1위, 보리가 2위, 초코가 3위였습니다. 각각 전체 이름의 약 1.7%, 1.3%, 1.2%였습니다. 코코가 가장 많다고 해도 100마리 중 두 마리가 채 안 되는 셈이지요.
여기서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이 순위는 이름 정보가 제공된 네 자치구의 등록 자료를 바탕으로 합니다. 전국 모든 강아지의 최신 순위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강아지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순위를 볼 때는 조사 연도와 지역, 등록된 강아지만 셌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숫자가 제대로 읽힙니다.
그래도 코코와 보리처럼 짧고 부르기 편한 이름이 자주 보인다는 점은 참고할 만합니다. 초코와 두부처럼 털색이나 생김새에서 떠올린 이름도 오래 사랑받고요. 흔한 이름이 마음에 든다면 그대로 써도 괜찮습니다. 산책길에 같은 이름을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강아지가 자기 이름을 잊지는 않습니다.
이름 후보는 집에서 소리 내어 걸러보세요
후보를 세 개쯤 적고 현관, 거실, 산책길을 떠올리며 각각 불러보세요. 평소 말투로 불렀을 때 입에 붙는지, 급히 불러야 할 때도 또렷한지 확인하는 겁니다. 가족마다 이름을 다르게 줄여 부를 것 같다면 처음에는 한 가지로 맞추는 편이 좋습니다. ‘보리’, ‘보리야’, ‘보보’를 한꺼번에 쓰면 막 이름을 배우는 강아지에게 신호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두 글자 이름이 편한 집은 많지만, 꼭 두 글자여야 훈련이 되는 건 아닙니다. 세 글자 이름도 가족이 같은 방식으로 부르면 충분히 익힙니다. 오히려 매일 쓰는 말과 너무 비슷한지 살펴보세요. 가족이 자주 하는 말이나 다른 반려동물 이름과 헷갈린다면 후보를 바꾸는 게 생활에서 편합니다.
품종보다 개체의 반응과 집안 말투가 더 중요합니다. 활발한 어린 강아지는 이름 자체보다 주변 소리에 쉽게 시선을 빼앗길 수 있고, 나이가 든 강아지는 청력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이 든 아이가 뒤에서 부를 때 반응하지 않는다면 고집으로 단정하지 말고, 가까이 다가가 시야 안에서 불러보는 게 먼저입니다. 갑자기 반응이 달라졌다면 동물병원에서 청력이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름을 가르칠 때는 ‘이름 다음에 좋은 일’을 만드세요
제가 맡았던 한 가족은 새로 데려온 강아지가 이름을 모른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지켜보니 이름은 주로 소파에서 내려오라고 혼낼 때 쓰고 있더군요. 간식이나 산책을 줄 때는 아무 말 없이 손짓만 했습니다. 강아지가 이름을 듣고 시선을 돌리지 않은 이유를 성격에서 찾을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가족에게는 조용한 방에서 연습을 시작하도록 했습니다. 강아지 이름을 한 번 부르고, 쳐다보면 바로 짧게 칭찬하고 간식을 주는 방식입니다. 한 번에 3~5회 정도만 하고 끝냈습니다. 처음부터 먼 거리나 산책길에서 반응을 요구하면 난도가 너무 높습니다. 집에서 익숙해진 뒤 문 앞, 복도, 조용한 야외로 장소를 옮기는 편이 낫습니다.
반응이 없다고 이름을 연달아 다섯 번 부르지는 마세요. 주변 자극이 강하거나 강아지가 피곤할 수도 있습니다. 거리를 좁히고 시선을 끌기 쉬운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부르면 됩니다. 이름은 ‘지금 보호자에게 주의를 기울여 줘’라는 신호로 가르치고, 혼내기 직전의 경고음처럼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익숙한 이름을 바꿔야 할 때
입양한 강아지의 기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당장 바꿔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이름을 들을 때 몸을 낮추거나 피하는 등 불편한 반응이 반복된다면 새 이름을 붙이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이때는 며칠 동안 조용한 곳에서 새 이름을 부른 직후 좋아하는 간식이나 놀이를 연결하세요. 반응이 붙기 전까지 가족 모두 같은 이름을 써야 합니다.
이름을 바꾼 뒤 반응이 늦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새집의 소리와 사람에게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강아지는 바쁩니다. 특히 입양 초기에는 이름 연습을 길게 하기보다 밥 먹고 쉬고 산책하는 시간을 일정하게 지키는 일이 먼저일 때가 많습니다.
순위는 후보를 떠올리게 해주지만, 그 이름을 편안한 신호로 만드는 건 가족의 반복된 행동입니다. 저는 산책길에서 코코가 세 마리쯤 돌아봐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 코코가 보호자의 목소리를 듣고 기분 좋게 눈을 맞춘다면, 그 이름은 이미 제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