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KIA의 스프링캠프 명단을 보면서도 자꾸 한화 쪽 소식을 새로고침했다. 김범수의 FA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 선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팬들 사이에선 ‘KIA 25인 보호명단 발표 임박’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궁금했던 건 명단 자체보다 그 밖에서 한화가 누구를 고를지였다.
25명을 묶는 이유부터 달랐다
KIA는 2026년 1월 김범수와 3년 최대 20억 원에 계약했다. 김범수는 B등급 FA였고, 원소속팀 한화에는 두 가지 보상 선택지가 생겼다. 김범수의 직전 연봉 1억 4300만 원의 100%와 보호선수 25명 밖 선수 1명을 받거나, 선수 없이 연봉의 200%인 2억 8600만 원을 받는 방식이다. 25명은 한화가 데려갈 인원이 아니라 KIA가 지킬 수 있는 인원이다.
날짜를 놓고 보면 흐름이 더 선명하다. KBO가 1월 23일 계약을 공시했고, KIA는 26일 보호명단을 한화에 전달했다. 한화는 29일 보상선수 지명을 알렸다. 그래서 지금 이 일을 ‘발표 임박’ 상태로 받아들이면 시간이 뒤섞인다. 보호선수 25명의 이름이 공개되기를 기다리는 일과 보상선수 발표를 기다리는 일도 서로 다르다. 밖에 있는 팬이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결과는 한화의 최종 지명이었다.
한화가 고른 이름은 양수호였다
한화의 선택은 KIA 우완 투수 양수호였다. 당시 2006년생, 프로 2년 차에 접어든 선수였다. 2025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5순위로 KIA에 입단했고, 첫해 1군 등판은 없었다. 퓨처스리그 기록은 8경기 7⅔이닝, 평균자책점 4.70. 숫자만 보면 당장 빈자리를 메울 선수를 데려간 결정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짧은 기록을 낮은 평가의 근거로 쓰기도 어렵다. 7⅔이닝이면 한 번의 부진한 등판이 평균자책점에 크게 남는다. 당시 한화는 양수호의 구위와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고 밝혔다. KIA가 25명 안에 넣지 못한 선수 가운데 한화가 현재 성적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산 셈이다. 예상 명단을 만들던 팬들이 중견수나 즉시 투입할 불펜 자원을 먼저 떠올렸다면, 실제 선택은 다른 방향으로 갔다.
김범수의 73경기와 양수호의 8경기
두 선수가 직전 시즌에 남긴 경기 수를 나란히 놓으면 거래의 성격이 드러난다. 김범수는 2025년 한화에서 73경기, 48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2승 1패 2세이브 6홀드도 남겼다. KIA는 이미 많은 경기에서 쓰임을 보여준 좌완 불펜을 영입했다. 반면 한화가 받은 양수호의 퓨처스리그 8경기는 아직 평가할 표본이 작다.
그렇다고 73경기와 8경기를 맞바꿔 어느 팀이 이겼다고 매길 수는 없다. KIA의 계산에는 김범수의 향후 활용도와 함께 양수호가 성장했을 때의 가치가 들어간다. 한화의 계산에는 당장 김범수가 빠진 불펜뿐 아니라 젊은 투수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들어간다. 같은 보상 규정 아래서도 두 팀이 중요하게 본 시간표가 달랐던 것이다.
보호명단에서 읽히는 건 구단의 우선순위다
25인 보호명단 이야기가 나오면 팬들은 이름을 하나씩 적으며 마지막 자리를 고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1군 출전 수가 많은 선수를 먼저 묶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 구단은 포지션의 대체 가능성, 나이, 부상 이력, 육성 계획까지 함께 따진다. 게다가 규정상 보상선수 지명 대상에서 빠지는 선수들도 있어 전체 선수단에서 단순히 25명을 세는 방식으로는 정확한 명단을 만들기 어렵다.
양수호 지명은 그래서 흥미롭다. KIA가 어느 25명을 보호했는지 전부 알 수는 없어도, 한화가 명단 밖에서 젊은 투수의 가능성을 골랐다는 결과는 분명하다. 올겨울 비슷한 명단 소식이 들리면 나는 유명한 선수가 빠졌는지만 보지 않을 생각이다. 상대 팀이 왜 그 선수를 원할지까지 떠올려야 숫자 25 뒤의 이야기가 조금 더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