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동치미를 담글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어요. “똑같이 따라 했는데 국물이 짜요.” 재료보다 먼저 확인할 건 무게와 물 양입니다. 무를 절인 뒤 나온 물까지 국물에 넣었는지, 물을 계량했는지에 따라 맛이 꽤 달라지거든요. 제가 집에서 자주 담그는 양으로, 무 절이기부터 익히는 순서까지 적어볼게요.
무 1.5kg으로 담그는 재료와 계량
완성하면 국물까지 약 3L 되는 양입니다. 무는 단단하고 묵직한 것을 고르세요. 잎이 붙어 있다면 누렇게 뜬 잎은 떼고, 연한 잎만 조금 남겨도 좋습니다.
- 무 1.5kg, 무를 절일 굵은소금 30g
- 국물용 물 2L, 국물에 넣을 굵은소금 40g
- 배 1/2개, 양파 1/2개, 마늘 6쪽, 생강 10g
- 쪽파 5대, 청양고추 1개와 홍고추 1개는 선택
배가 없으면 작은 사과 1/2개로 바꿔도 됩니다. 둘 다 없다면 빼고 담그세요. 처음부터 설탕을 넣기보다 익은 뒤 맛을 보는 편이 국물 맛을 맞추기 쉽습니다. 쪽파가 없다면 대파의 흰 부분 10cm만 넣어도 되고요. 마늘과 생강은 국물에 잘게 다져 넣으면 떠다니는 건더기가 많아지니 통째로 쓰거나 다시백에 담습니다.
반만 담글 때는 무 750g, 절임 소금 15g, 물 1L, 국물 소금 20g으로 줄이세요. 과일과 향채는 대략 절반이면 됩니다. 소금은 숟가락마다 담기는 양이 달라 처음 한 번만이라도 저울로 재는 게 좋아요.
무를 먼저 절여야 국물 맛이 안정돼요
무는 흐르는 물에 문질러 씻고 상한 부분만 얇게 도려냅니다. 껍질이 깨끗하면 벗기지 않아도 됩니다. 4~5cm 길이의 큼직한 토막으로 썰어주세요. 너무 얇게 썰면 빨리 익지만 며칠 뒤에는 아삭한 맛이 줄어듭니다. 무가 작다면 통째로 담가도 되는데, 그때는 절이는 시간을 조금 더 잡아야 합니다.
썬 무에 굵은소금 30g을 고루 묻혀 1시간 30분 둡니다. 중간에 한 번 아래위를 바꿔주세요. 손으로 눌렀을 때 표면이 조금 유연해지고 바닥에 물이 고이면 됐습니다. 큰 무를 통째로 쓴다면 2~3시간 정도 보고, 같은 상태인지 확인하세요.
절인 무는 씻지 않고 건져 담습니다. 바닥에 남은 절임물은 넣지 마세요. 이 물까지 부으면 계량한 국물보다 짜지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깝다고 다 부었다가, 하루 뒤 국물을 물로 다시 맞춘 적이 있어요. 무 표면에 묻은 소금은 그대로 두고 절임물만 덜어내면 됩니다.
국물을 식혀 붓고 향채는 한데 담아요
물 2L에 굵은소금 40g을 완전히 녹입니다. 물을 끓여 쓴다면 반드시 차갑게 식힌 뒤 부으세요. 따뜻한 물을 부으면 무가 쉽게 물러집니다. 소금이 잘 안 녹을 때는 물을 조금만 덜어 소금을 녹인 다음, 남은 찬물과 섞으면 편합니다.
배와 양파는 큼직하게 썰고 마늘은 가볍게 눌러줍니다. 생강은 얇게 썰어 다시백에 마늘과 함께 담으세요. 다시백이 없다면 그대로 넣어도 됩니다. 쪽파는 긴 채로 넣고, 고추는 반으로 가르지 말고 꼭지만 떼어 넣습니다. 씨를 드러내지 않아야 국물이 덜 탁하고 매운맛도 천천히 배어 나옵니다.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용기에 무를 담고 배, 양파, 쪽파, 다시백을 얹은 뒤 소금물을 붓습니다. 국물이 무를 덮도록 작은 접시나 누름판으로 눌러주세요. 용기 위쪽에는 3~4cm 빈 공간을 남깁니다. 익는 동안 국물이 올라올 수 있으니 뚜껑을 가장자리까지 채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실온에서 짧게 익히고 냉장고에서 맛을 맞춰요
실내가 18~22℃라면 직사광선을 피해 18~24시간 둔 뒤 냉장고로 옮깁니다. 집이 더 따뜻하면 12시간쯤부터 국물을 맛보세요. 반대로 서늘한 곳에서는 하루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시간보다 국물에서 은은한 새콤함이 나기 시작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편해요. 표면에 작은 기포가 조금 보일 수도 있습니다.
냉장고에 옮긴 뒤 2~3일 지나면 무에도 맛이 듭니다. 국물만 막 담갔을 때 짭짤한 건 자연스러워요. 무에서 수분이 나오면서 간이 달라집니다. 그래도 냉장한 다음 날 국물이 지나치게 짜다면 찬물 100mL씩 넣어 섞고 30분 뒤 다시 맛보세요. 반대로 싱거우면 국물 한 컵을 덜어 소금 2~3g을 녹여 되붓습니다. 소금을 용기에 바로 뿌리면 한곳에 남기 쉽습니다.
국물이 탁해졌다면 먼저 배나 양파가 부서졌는지 살펴보세요. 향채가 물러졌으면 건져내고 무와 국물을 냉장 보관하면 됩니다. 무가 너무 빨리 물러졌다면 다음에는 토막을 더 크게 썰고 실온에 두는 시간을 줄여보세요.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표면에 곰팡이가 보이면 먹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먹을 때는 깨끗한 국자로 필요한 만큼만 덜고, 남은 동치미는 계속 냉장 보관하세요. 저는 국물 맛이 딱 맞는 날 배와 양파를 건져냅니다. 그러면 과일 향이 지나치게 진해지지 않고 무의 시원한 맛이 오래 남아요. 동치미는 재료를 많이 넣는 것보다 무를 절인 뒤 절임물을 빼고, 계량한 찬 국물을 붓는 순서가 맛을 더 크게 좌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