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세 계산 해보니 월세 60만원이 달라 보였다

반전세 계산 해보니 월세 60만원이 달라 보였다

입찰장에 다니다 보면 보증금과 월세가 함께 적힌 임대차계약서를 자주 봅니다. 숫자 두 개를 따로 보면 감이 잘 안 옵니다. 얼마 전에도 전세 보증금 3억원을 2억원으로 낮추는 대신 월세 60만원을 받으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는 먼저 계산기부터 켰습니다. 보증금 1억원을 줄여주고 1년에 월세 720만원을 받는 조건이니까, 전환율은 연 7.2%였습니다.

줄어든 보증금부터 잡아야 숫자가 보인다

반전세 계산의 출발점은 기존 보증금과 바뀐 보증금의 차이입니다. 전세 3억원을 보증금 2억원·월세 60만원으로 바꾼다면 월세로 전환한 보증금은 1억원입니다. 월세 60만원에 12개월을 곱하면 연 720만원이고, 이를 1억원으로 나누면 연 7.2%가 나옵니다.

반대로 전환율을 정해 월세를 구할 수도 있습니다. ‘줄어드는 보증금 × 연 전환율 ÷ 12’가 월세입니다. 1억원에 연 5%를 적용하면 연 500만원, 월 약 41만7천원입니다. 같은 보증금 1억원을 줄이는데 월세가 60만원이라면 월 약 18만3천원, 2년이면 약 440만원 차이가 납니다. 월세 몇 만원 차이라고 넘기기에는 꽤 큰 돈입니다.

여기서 보증금 전체에 전환율을 곱하는 실수를 자주 봅니다. 이미 월세를 내고 있던 계약이라면 새 월세 전액이 아니라 늘어나는 월세를 놓고, 그에 대응해 줄어드는 보증금을 비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2억원·월세 20만원에서 보증금 1억원·월세 60만원으로 바뀌었다면, 계산에 넣을 월세 증가는 40만원입니다. 연 480만원을 보증금 감소분 1억원으로 나눈 전환율은 4.8%입니다.

법정 전환율은 계약 상황부터 확인한다

기존 주택 임대차에서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때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월차임 전환 제한을 봐야 합니다. 상한은 연 10%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2%포인트’ 중 낮은 비율입니다. 2026년 11월 6일 현재 한국은행이 공시한 기준금리는 연 3.00%이므로, 이 기준으로 계산한 상한은 연 5.00%입니다. 계약 시점에는 기준금리와 법령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앞의 전세 3억원을 보증금 2억원으로 바꾸는 사례가 기존 계약의 보증금 전환이라면, 1억원에 연 5%를 적용한 월 약 41만7천원을 먼저 비교 기준으로 삼습니다. 월세 60만원을 제시받았다면 계산이 맞는지, 기존 계약의 전환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져볼 일입니다. 갱신하면서 임대료까지 올리는 경우에는 증액 제한도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전환율 하나만 맞췄다고 계약의 모든 숫자가 적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처음부터 보증금과 월세를 함께 정하는 신규 계약에 이 법정 전환율을 그대로 대입해 ‘월세 60만원은 불법’이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기존 보증금을 월세로 바꾸는 상황과 새 임차인에게 처음 제시하는 조건은 다릅니다. 신규 계약에서도 전환율을 계산하면 전세 조건과 비교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그 숫자를 곧바로 법정 월세 상한으로 읽어서는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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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는 월세와 보증금 위험을 같이 본다

월세가 낮아 보인다고 보증금을 무조건 올리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전세 3억원과 보증금 2억원·월세 41만7천원을 비교하면, 뒤의 조건은 2년 동안 월세로 약 1천만원을 냅니다. 대신 손에 남는 보증금 1억원을 다른 데 쓸 수 있습니다. 그 돈을 대출 상환에 써서 실제로 줄어드는 이자가 얼마인지, 현금으로 보유한다면 얻을 수 있는 이자가 얼마인지까지 계산해야 선택이 달라집니다.

가령 보증금으로 넣지 않은 1억원으로 연 4.8% 대출을 갚을 수 있다면 이자 부담은 단순 계산으로 월 40만원 줄어듭니다. 월세 41만7천원과 거의 비슷합니다. 반면 그 돈을 연 3% 예금에 두는 가정이라면 세전 이자는 월 25만원 수준입니다. 같은 반전세라도 개인의 대출과 현금 사정에 따라 체감 비용이 달라집니다. 대출 금리나 예금 금리는 각자 실제 적용 조건으로 바꿔 넣어야 합니다.

보증금 반환 위험도 숫자에 넣어야 합니다. 등기사항증명서의 선순위 근저당, 다른 임차인의 보증금, 집의 실제 거래가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월세만 비교하면 위험합니다. 경매 현장에서 보면 ‘보증금이 전세보다 1억원 적으니 안전하다’는 판단이 통하지 않는 물건이 있습니다. 선순위 채권이 두텁고 매각가격이 낮으면 2억원도 온전히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집주인은 월세를 수익으로만 적지 않는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1억원을 돌려주고 월세를 새로 받는 셈입니다. 앞의 월 41만7천원은 연 500만원의 현금 유입이지만, 반환할 1억원을 마련하려고 연 4.8% 대출을 받는다면 단순 이자만 연 480만원입니다. 중개보수, 공실 기간, 수선비와 해당되는 세금까지 빼면 통장에 찍히는 월세가 그대로 수익이 되지 않습니다.

경매로 집을 산 뒤 임대 조건을 검토할 때도 저는 보증금과 월세를 한 줄에 적지 않습니다. 보증금은 계약이 끝나면 돌려줘야 할 돈이고, 월세는 매달 들어오지만 공실이 나면 멈추는 돈입니다. 게다가 낙찰 물건에 기존 임차인이 있다면 대항력과 배당 여부에 따라 인수할 보증금이 달라질 수 있어, 임대차 조건표보다 매각물건명세서와 권리관계를 먼저 봅니다.

반전세 계산은 월세 한 숫자를 맞히는 일이 아닙니다. 보증금이 얼마나 움직이는지, 그 돈의 조달 비용이 얼마인지, 돌려받을 가능성은 어떤지까지 한 장에 적어봐야 합니다. 저는 계산상 월세가 조금 유리해 보여도 보증금 반환 구조가 불안한 집이라면 그 계약을 좋은 조건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반전세 계산 해보니 월세 60만원이 달라 보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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