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여행지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 봤더니

삼척 여행지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 봤더니

삼척에 갔을 때 바다부터 보러 갈 생각이었는데,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아침 시장에서 들리던 생선 상자 끄는 소리였다. 유명한 전망대에서는 사진을 찍고 금방 돌아섰지만, 동네 길에서는 자꾸 걸음이 느려졌다. 사람 적은 삼척 여행지를 찾는다면 한 장소를 오래 보는 하루도 괜찮다. 내가 좋았던 길은 번개시장과 오십천, 정라동 나릿골을 지나 덕산항으로 이어졌다.

아침에는 번개시장 앞에서 걸음을 늦췄다

삼척 번개시장은 삼척역 앞 사직동에 있다. 이름처럼 이른 시간에 활기가 도는 곳이라 아침 동선의 첫머리에 두기 좋다. 내가 갔을 때는 생선과 채소를 고르는 사람들 사이로 작은 수레가 오갔다. 관광객을 위한 구경거리라기보다 누군가의 장보기 시간이 먼저 흐르는 곳이었다.

시장은 일찍 문을 여는 만큼 가게마다 마치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 점심 무렵까지 넉넉히 구경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침에 들러 한 바퀴 걷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길을 막고 사진을 찍기보다 살 물건이 있는지 천천히 둘러봤다. 물건을 묻고 값을 듣는 짧은 대화가 그날 삼척에서 처음 나눈 말이었다.

사람이 전혀 없는 곳을 기대한다면 시장은 맞지 않는다. 대신 바쁜 관광지와는 다른 리듬이 있다. 상인들이 일하는 시간에 잠깐 들렀다가, 시장 밖으로 나와 강 쪽으로 걸으면 아침의 소란이 조금씩 멀어진다.

오십천에서는 목적지를 잠시 잊었다

번개시장에서 나와 오십천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삼척교와 장미공원 주변에는 강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이어진다. 장미가 피는 철에는 공원이 눈에 먼저 들어오겠지만, 꽃이 없는 계절에도 강 옆을 걷는 시간은 좋았다. 자전거가 지나가고 동네 사람이 걷는 길이라 특별한 순서를 정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강을 한쪽에 두고 걷다가 마음에 드는 자리에서 멈췄다. 바다를 보러 온 도시에서 물결이 느린 강을 먼저 바라보는 게 조금 뜻밖이었다. 그런데 그 덕분에 삼척을 여행지만 있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산책하고 장을 보는 동네로 느끼게 됐다.

이 구간은 햇볕을 피할 곳이 늘 가까운 건 아니어서, 오래 걸을 생각이라면 물 한 병이 든든하다. 장미축제나 주말 행사가 열리는 날에는 한적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조용히 걷고 싶은 날에는 행사 일정과 겹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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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동 나릿골은 골목의 속도로 걸었다

강변을 뒤로하고 삼척항 쪽 정라동으로 갔다. 항구 옆 언덕에 자리한 나릿골은 골목과 계단을 따라 집들이 이어지는 마을이다. 지금은 걷기 좋게 꾸며진 길과 사진 찍는 자리도 있지만, 골목 안에는 여전히 생활의 흔적이 있다. 빨래와 화분, 문 앞에 놓인 신발을 보니 여기가 누군가의 집 앞이라는 사실이 먼저 떠올랐다.

항구를 바라보는 자리는 예뻤다. 그래도 내가 오래 서 있었던 곳은 전망이 가장 좋은 지점보다 골목이 한 번 꺾이는 모퉁이였다. 아래에서는 배가 오가고, 언덕 위에서는 바람 소리가 가까워졌다. 몇 걸음만 올라가도 보이는 풍경이 달라져 급하게 정상까지 갈 이유가 없었다.

나릿골은 경사가 있고 계단도 만난다. 편한 신발을 신고, 사진은 집 안이 보이지 않는 방향에서 찍는 게 좋겠다. 조용한 동네를 찾았다는 이유로 그 조용함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내려올 때는 항구 쪽 길을 따라 걸으며 방금 지나온 언덕을 한 번 돌아봤다.

덕산항에서는 바다를 오래 바라봤다

마지막에는 차로 근덕면 덕산항 쪽으로 옮겼다. 덕산해변과 가까운 작은 항구라 바다를 보는 일과 동네를 걷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다. 해변 한가운데 서서 수평선을 보는 풍경과, 항구 쪽에서 배가 묶인 물가를 보는 풍경은 꽤 달랐다. 나는 후자가 오래 남았다.

항구에서는 배와 장비가 오가는 길을 비워 두고 걸었다. 방파제 끝까지 가야 좋은 풍경을 만나는 것도 아니다. 안전한 보행 공간에서 잠깐 멈춰 물빛을 보고, 다시 해변 쪽으로 천천히 돌아왔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모래가 날리고 파도도 거칠어질 수 있으니 물가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편이 낫다.

여름 휴가철의 해변은 어느 곳이든 붐빌 수 있다. 덕산항도 늘 한산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걸었던 날에는 오래 머물게 하는 가게나 화려한 시설보다, 배가 쉬는 항구와 동네 길이 먼저 보였다. 삼척 여행지를 여러 곳 찍고 돌아오는 하루보다 시장에서 시작해 강과 골목을 지나 바다에 닿는 하루가 내게는 더 오래 남았다.

삼척 여행지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 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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