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시바이누 소각률이 급등했다는 글을 보고 거래 화면을 열었다. 그런데 가격은 별 반응이 없었다. 소각률은 크게 뛰었지만, 실제로 없어진 물량을 전체 유통량과 비교하면 아주 작았기 때문이다. 시바이누는 숫자 단위가 워낙 커서 ‘몇억 개 소각’이라는 문구만으로 규모를 판단하기 어렵다.
1. 소각률보다 실제 소각량
소각은 SHIB을 다시 쓸 수 없는 주소로 보내 유통 가능한 물량에서 빼는 방식이다. 소각률은 보통 직전 기간 대비 증가율을 뜻한다. 전날 100만 개를 태우고 다음 날 1억 개를 태웠다면 소각률은 9,900% 증가한다. 그래도 실제 소각량은 1억 개다. 증가율의 분모가 작으면 헤드라인은 쉽게 커진다.
내가 먼저 보는 숫자는 24시간 소각량보다 7일·30일 누적 소각량이다. 하루에 몰린 이벤트인지, 일정한 속도로 이어지는지 구분하기 위해서다. 소각 추적 화면의 합계만 믿기보다 이더스캔에서 전송 시각, 수량, 수신 주소와 거래 내역을 대조한다. 같은 소각을 여러 게시물이 반복 소개한 경우도 있어 기사 제목을 더하는 식으로 계산하면 틀린다.
2. 유통량 대비 몇 퍼센트인가
이더스캔이 2024년 8월 15일 표시한 SHIB 유통량은 약 589조 개였다. 현재 유통량을 대신할 숫자는 아니지만, 소각 규모를 가늠하는 계산 기준으로는 쓸 수 있다. 이 기준에서 10억 개를 소각하면 유통량의 약 0.00017%, 1조 개를 소각하면 약 0.17%다. ‘10억’은 커 보이지만 ‘589조 중 10억’으로 바꾸면 인상이 달라진다.
실제 사례도 있다. 시바이누 프로젝트의 공식 매체에 따르면 2025년 1월 30일 약 10억 개의 SHIB이 소각 주소로 전송됐다. 확인 가능한 거래라는 점과 가격을 크게 움직일 만큼 공급을 줄였다는 주장은 별개다. 위의 2024년 유통량을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면 약 0.00017%에 해당한다. 그 사이 유통량이 변했으므로 이 비율은 당시 거래의 정확한 시장 영향력이 아니라 규모를 설명하는 예시다.
연간 속도로 환산해도 감이 잡힌다. 매일 10억 개씩 365일 태운다는 가정이면 1년에 3,650억 개다. 589조 개의 약 0.062%다. 물론 실제 소각은 매일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하루치 수치가 유난히 높을 때일수록 긴 기간의 평균과 비교해야 한다.
3. 시바리움 거래가 곧바로 SHIB 소각은 아니다
시바리움은 SHIB이 아니라 BONE을 가스 토큰으로 쓴다. 프로젝트가 설명한 ShibTorch 구조에서는 거래 수수료의 일부가 모이고, 누적된 BONE을 이용해 SHIB 소각 절차를 진행한다. 시바리움 거래 한 건이 발생할 때마다 같은 양의 SHIB이 즉시 사라진다고 계산하면 실제 수치와 어긋난다.
그래서 네트워크 거래 건수가 늘었다는 소식에는 세 숫자를 따로 붙여 본다. 거래 건수, 수수료로 쌓인 금액, 실제 완료된 SHIB 소각량이다. 거래 건수만 증가하고 건당 수수료나 완료된 소각량이 작다면 공급 감소 효과도 작다. 반대로 소각이 꾸준해지려면 한 번의 캠페인보다 네트워크 사용과 수수료 축적이 지속돼야 한다.
4. 가격은 거래소 수급까지 같이 봐야 한다
공급이 줄면 다른 조건이 같을 때 희소성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조건이 거의 같지 않다. 거래소에 매도 물량이 쌓이거나 비트코인이 급락하면 작은 규모의 소각은 가격에 묻힌다. 소각 발표 직후의 양봉만으로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나는 소각 거래가 확인된 뒤 현물 거래량과 호가를 본다. 가격이 오르는데 거래량이 평소보다 약하고 매도 호가가 빠르게 채워지면 추격 매수의 근거가 부족하다. 파생상품 거래가 과열돼 펀딩비가 높아진 상태라면 작은 하락에도 청산이 이어질 수 있다. 소각 소식보다 먼저 손절 위치와 감당할 손실액을 계산하는 편이 낫다.
시바이누 소각은 확인할 수 있는 공급 변화다. 다만 그 변화가 가격을 밀어 올릴 만큼 큰지는 매번 계산해야 한다. 앞으로도 나는 소각률이라는 큰 숫자보다 실제 소각량의 유통량 대비 비율, 누적 속도, 거래소 수급을 한 화면에 놓고 판단할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