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진천군 백곡면 배티성지 안에는 한국 천주교회의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삶과 사목 여정을 살펴볼 수 있는 최양업 신부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2014년 문을 연 이곳은 전시물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상과 재현 공간을 통해 신부가 걸었던 길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구성한 체험형 박물관이다.
박물관의 전체 주제는 최양업 신부의 시복과 시성을 기원하는 만남과 동행이다. 전시 공간을 차례로 지나면 한국 천주교회의 박해 역사에서 출발해 최양업 신부의 사목 활동과 서한, 관련 유물, 시복의 의미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마카오 성당을 재현한 건물
박물관 건물은 최양업 신부가 유학했던 마카오 신학교 인근의 성 안토니오 성당 외관을 재현해 지은 것으로 소개된다. 배티성지의 주변 풍경과 구별되는 건축 형태가 박물관의 역사적 배경을 먼저 보여준다.
박물관 앞에 놓인 양업교는 최양업 신부가 마카오와 조선을 오갈 때 이용했던 배를 상징한다. 관람객은 이 다리를 건너 박물관으로 들어가면서 신부의 유학과 귀국, 사목 여정으로 이어지는 전시의 출발점을 마주하게 된다.
박해의 역사에서 시작되는 전시
전시는 한국 천주교회사를 소개하는 공간에서 시작된다. 벽면에는 박해 장면을 담은 그림이 펼쳐지고 그 앞에는 형구가 놓여 있다. 낮게 가라앉은 전시 분위기는 당시 신앙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상황을 엄숙하게 전한다.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뻗은 연표는 한국 천주교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어졌는지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박해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신앙을 이어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시의 중심을 이룬다. 관람객은 연표와 그림, 전시물을 함께 살피며 각 사건의 연결 관계를 따라갈 수 있다.
땀의 순교자가 걸은 길
로비 곳곳에는 흰색 조형물이 놓여 있어 관람 도중 잠시 앉아 쉴 수 있다. 벽면에는 옛 지도의 형태를 살린 전시가 마련돼 최양업 신부가 오갔던 길을 공간적으로 보여준다.
최양업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의 두 번째 사제이며 땀의 순교자로 불린다. 전시 지도는 신부의 이동 경로와 긴 사목 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도 위에 펼쳐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한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곳을 오가며 활동했던 신부의 발자취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길을 걷는 최양업 신부를 표현한 그림과 동상도 이어진다. 유리 전시함 안에서는 신부가 직접 쓴 서한을 볼 수 있다. 지도와 인물 표현, 기록 자료가 연속적으로 배치돼 신부의 이동과 사목 활동을 차분히 짚어 보게 한다.
신부와 함께 걷는 체험
제3전시실은 최양업 신부와 동행하는 형식의 체험 공간이다. 최양업 신부가 12년 동안 9만 리를 걸으며 사목한 내용을 영상으로 살펴보면서 관람객도 함께 길을 걷는 듯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영상에는 어두운 숲을 배경으로 기도하는 최양업 신부의 모습이 등장한다. 영상이 시작되기 전에는 잠시 기다리며 묵상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화려한 장면보다 걷기와 기도에 초점을 맞춘 연출이 긴 사목 여정의 무게를 전한다.
다음 공간에는 짚으로 지붕을 이은 움막이 재현돼 있다. 흙벽으로 둘러싸인 방 안에서는 최양업 신부가 미사를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시의 공간을 재현한 전시는 문서로만 접하기 어려운 사목 현장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서한과 활판본으로 만나는 기록
벽면을 채운 작은 전시함에는 최양업 신부의 서한과 한국 가톨릭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다. 서한은 신부의 활동을 기록으로 접할 수 있는 자료로, 앞서 살펴본 지도와 체험 전시의 내용을 문헌으로 다시 확인하게 한다.
서울에서 간행된 교리서 성교 요리문답의 활판본도 볼 수 있다. 활판본은 활자를 이용해 찍어 낸 책을 뜻하며, 성교 요리문답은 교리를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풀어쓴 책이다. 관람객은 책의 형태와 전시 설명을 함께 보며 당시 교리가 전달된 방식을 살필 수 있다.
시복의 의미를 짚는 연표
긴 벽을 따라서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을 기념하는 연표 전시가 이어진다. 시복은 순교자나 덕이 높은 신자를 복자로 선포하는 절차로, 성인이 되기 전 단계에 해당한다.
신문 기사와 관련 문서는 시간 순서대로 배치돼 있다. 각각의 기록을 따라 읽으면 시복과 관련된 과정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졌는지 차분히 살펴볼 수 있다. 최양업 신부의 시복과 시성을 기원하는 박물관의 주제도 이 공간에서 다시 분명하게 드러난다.
관람 정보
| 시설 | 최양업 신부 박물관 |
|---|---|
| 위치 | 충북 진천군 백곡면 배티로 663-13 |
| 관람 시간 |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
| 휴관일 | 월요일 |
| 시설 문의 | 최양업 신부 박물관 043-533-5710 |
전시 설명과 영상의 비중이 큰 만큼 각 공간을 충분히 살펴보려면 넉넉한 관람 시간을 두는 편이 알맞다. 관람을 마친 뒤에는 박물관의 셀프 카페에서 쉬어 갈 수 있다. 박물관이 배티성지 안에 있어 성지 순례 동선과 함께 둘러보기에도 적합하다.
최양업 신부 박물관은 박해의 역사와 9만 리 사목 여정, 서한과 유물을 한 흐름으로 연결해 보여주는 공간이다. 관람객은 기록을 읽고 재현 공간을 지나며 최양업 신부가 걸었던 길과 그 의미를 단계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