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절대그이>를 볼 때는 영구가 다다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줄지가 궁금했다. 끝까지 보고 나니 오래 남는 건 다른 장면이었다. 비를 맞을 다다를 걱정하던 영구와, 눈이 내리는 날 다시 등장한 우산. 로봇 연인이라는 설정은 가볍게 시작하지만 마지막은 꽤 쓸쓸하다. 결말이 답답했던 분이라면 영구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과 마지막 장면이 암시하는 일을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이 아래부터는 최종회의 주요 장면을 밝힌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스포일러를 감수하고 읽어야 한다.
영구는 다다 곁에 남지만 결국 멈춘다
특수분장사 엄다다에게 영구는 처음부터 사랑의 대상이 아니었다. 오랜 연인이었던 배우 마왕준과 헤어진 뒤 우연히 만난 연인용 로봇 제로나인. 늘 다다를 우선하는 모습도 처음에는 설정된 반응처럼 보인다. 그런데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다가 받아들이는 영구는 ‘완벽하게 만들어진 남자친구’보다 자신과 시간을 쌓은 한 사람에 가까워진다.
후반부의 문제는 영구에게 남은 시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몸에 이상이 생긴 영구에게는 치료를 위해 떠날 기회가 있지만, 다다와의 기억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 길을 택하지 않는다. 다다는 뒤늦게 사정을 알고 영구를 붙잡는다. 영구 역시 곁에 남지만 상태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남보원은 영구가 언제 작동을 멈춰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랑을 선택한 순간부터 두 사람에게 남은 시간은 짧아진 셈이다.
함께 간 소풍이 마지막 데이트가 된다. 다다가 우산을 사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영구의 움직임은 멈춘다. 다시 돌아온 다다는 그를 안고 작별을 받아들인다. 여기까지는 분명하다. 영구가 멈추지 않은 채 다다와 평범한 연인으로 계속 살았다는 식의 해피엔딩은 화면에 나오지 않는다.
3년 뒤 다다는 왕준에게 돌아갔을까
시간은 3년 흐른다. 다다는 다시 촬영 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왕준도 여전히 그녀의 삶 가까이에 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재결합한 것은 아니다. 왕준은 할리우드에 함께 가자고 제안하지만 다다는 한국에서 먼저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며 거절한다. 이 대목이 좋은 이유는 다다의 삶을 새로운 연애의 성사 여부로만 설명하지 않아서다. 영구를 잃은 뒤에도 그는 자기 일을 계속하고, 어디에서 일할지도 스스로 고른다.
다다가 영구를 완전히 잊은 것도 아니다. 시간이 지나며 함께한 기억이 흐려지는 게 괴롭다고 털어놓는다. 이 감정은 현실적이다. 누군가를 잃고 다시 일상을 꾸린다고 해서 그리움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다는 그리우면 그리워하겠다는 쪽을 택한다. 왕준의 제안을 거절한 장면도 영구만을 기다리겠다는 약속보다는, 지금 자신의 마음과 일을 남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선택으로 읽힌다.
마지막 우산 아래의 사람은 누구일까
보원은 작동이 멈춘 영구가 연구 목적으로 보존돼 있으며 곧 회수될 예정이라고 다다에게 알려준다. 다다는 영구를 다시 만나 고마웠던 마음을 전하고 입을 맞춘다. 그때 영구에게 미세한 반응이 나타난다. SBS가 공개한 최종회 장면도 이 움직임과 눈 속의 마지막 만남을 차례로 보여준다. 작은 반응은 희망을 남기지만, 그것만으로 완전한 수리나 복귀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어 눈 내리는 길에서 누군가 다다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얼굴과 이후의 삶은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영구가 돌아왔다고 받아들일 만한 연출이지만, ‘영구가 되살아나 둘이 함께 살았다’고 확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이 작품의 마지막은 그 가능성을 열어 둔 채 멈춘다. 우산이 특히 마음에 남는 건 앞선 이별 장면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소풍날 다다가 우산을 사러 간 사이 영구는 멈췄고, 다다는 그가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이 비 맞을까 걱정했다고 이해한다. 그래서 마지막 우산은 단순한 재회 신호를 넘어 영구가 건넸던 돌봄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 여운이 잘 맞는 시청자
<절대그이>는 로봇과 인간의 연애를 소재로 삼지만, 끝에 가서는 ‘진짜 사랑을 누가 판정할 수 있나’라는 물음을 남긴다. 영구가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다가 함께 보낸 시간에 느낀 기쁨과 상실도 사라지지 않는다. 설정의 정교함보다 두 인물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마음이 가는 사람이라면 후반부가 더 깊게 닿을 것이다.
반대로 마지막에 영구의 상태와 다다의 미래를 명확히 확인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우산 장면이 아쉬울 수 있다.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시작했다면 뒤로 갈수록 이별의 무게가 커진다는 점도 알아두는 편이 좋다. 나는 이 모호함이 영구의 마지막을 지우지는 않는다고 본다. 다다는 한 번 그와 헤어졌고, 그 시간을 안고 3년을 살았다. 눈 속의 우산은 그 뒤에 찾아온 가능성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떠올릴 때면 우산 아래 누가 서 있었는지보다, 다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바라보는 순간이 먼저 생각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