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의 표면 아래를 바라본 저류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연계전 《저류(底流) UNDERCURRENT》가 2026년 9월 11일부터 11월 29일까지 80일간 여수 엑스포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익숙한 섬의 풍경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섬에 깃든 자연과 생명, 주민들의 삶과 기억, 사람 사이의 관계와 감정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조명한다. 관람객은 공예와 회화, 영상, 복합설치 등 서로 다른 장르를 따라가며 섬의 겉모습만으로는 읽기 어려운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전시명인 ‘저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밑에서 흐르는 물결이나 흐름을 뜻한다. 바다에 둘러싸인 섬은 하나의 지리적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삶과 기억, 자연의 변화와 수많은 관계가 함께 존재한다. 전시는 이처럼 섬의 표면 아래 이어지는 흐름을 다섯 개 주제로 나누어 보여준다.
전시 관람 정보
| 전시명 |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연계전 《저류(底流) UNDERCURRENT》 |
|---|---|
| 전시 기간 | 2026년 9월 11일에서 11월 29일까지, 80일간 |
| 관람 시간 |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전시 장소 | 여수 엑스포아트갤러리 |
| 참여 작가 | 손정선, 박미경, 박치호, 박체홍, 이미경과 금오도 어린이 27명 |
| 전시 장르 | 공예, 회화, 영상, 복합설치 등 |
| 장소 정보 | 여수시 박람회길 1 국제관, 여수세계박람회장 내 |
전시가 열리는 엑스포아트갤러리는 여수세계박람회장 안에 자리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저류》라는 전시명과 함께 제1저류부터 제5저류까지 이어지는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공간마다 재료와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여수의 섬과 바다를 새로운 시선으로 살핀다는 흐름은 일관되게 이어진다.
제1저류 도성 시선 밖의 섬
첫 번째 공간에서는 손정선 작가의 《도성, 시선 밖의 섬》을 만날 수 있다. 작품은 민들레에서 도성마을로 시선을 넓히며 주변부에 자리한 장소와 삶을 기억과 공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작가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풍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익숙하고 소박한 민들레의 모습에서 출발한 시선은 마을과 주민의 삶으로 이어진다. 전시장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에도 각자의 시간과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점이 차분하게 드러난다.
시선 밖에 놓였던 장소와 사람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 첫 번째 저류의 중심이다. 화려한 섬 풍경보다 주변부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섬을 이루는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제2저류 뻘이 품은 숨결
두 번째 공간은 박미경 작가의 《뻘이 품은 숨결》로 구성된다. 여수의 바다와 갯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이 흙이라는 재료를 통해 표현된다. 작품의 중심에는 자연의 순환과 회복이 놓여 있다.
갯벌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공간인 동시에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작가는 자연에서 비롯된 흙을 활용해 바다의 생명력과 갯벌이 품은 숨결을 작품 안에 담는다. 관람객의 시선은 넓은 바다의 경관에서 갯벌 속 작은 생명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이 공간은 여수를 대표하는 바다와 갯벌을 표면적인 풍경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 움직이는 장소로 제시한다. 흙의 질감과 작품의 형태가 어우러지며 자연의 생성과 변화, 회복의 흐름을 전한다.
제3저류 몸에 흐르는 지층
세 번째 공간에서는 박치호 작가의 《몸에 흐르는 지층》이 펼쳐진다. 작가는 섬과 인간 사이를 오가며 몸에 남은 상처와 기억, 삶의 부유와 존재의 흔적을 회화로 탐구한다.
작품에서 인간의 몸은 단순한 외형에 그치지 않는다. 살아온 시간과 경험이 겹겹이 쌓이는 장소로 다뤄진다. 몸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시간이 축적되는 과정과 기억이 삶에 머무는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섬에 시간이 쌓이듯 인간의 몸에도 삶의 지층이 형성된다. 이 공간은 섬이라는 장소와 인간의 생을 연결하고, 겉으로 드러난 모습 너머에 자리한 상처와 기억을 생각하게 한다. 회화 속 형상은 존재가 남긴 흔적과 삶의 무게를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제4저류 27 아해의 군도
네 번째 공간은 이미경 작가의 《27, 아해의 군도》다. 푸른빛의 풍경과 일상의 상징을 통해 시간과 감정,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아를 표현한다. 여기에 금오도 어린이 27명이 직접 그린 그림이 함께 놓인다.
어린이들의 그림은 각기 다른 표현 방식과 색감,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같은 섬에서 생활하더라도 저마다 바라보는 세계가 다르다는 점이 작품마다 나타난다. 성인의 시선으로 해석된 섬과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발견한 섬의 모습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
전시 제목에 담긴 숫자 27은 참여한 금오도 어린이 27명과 연결된다.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은 금오도와 섬이라는 공간을 꾸밈없는 시선으로 보여준다. 작품이 나란히 이어진 전시장에서는 하나의 섬이 여러 개의 감정과 기억으로 나뉘어 작은 군도를 이루는 듯한 구성이 드러난다.
27개의 시선은 섬을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규정하지 않는다. 어린이마다 다른 색과 형태가 모이면서 금오도의 일상과 변화하는 자아, 각자가 기억하는 섬의 모습이 한층 다채롭게 펼쳐진다.
제5저류 뭍 The Line 그들이 왔을 때
마지막 공간에서는 박체홍 작가의 《뭍, The Line. 그들이 왔을 때》를 만난다. 작품은 인물의 움직임과 관계, 존재와 부재를 영상과 시각적 표현에 담는다.
사람이 이동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남겨지는 흔적과 감정이 주요하게 다뤄진다. 앞선 공간들이 자연과 생명, 몸의 기억, 어린이의 시선을 살폈다면 이곳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움직임이 중심에 놓인다.
섬은 이 작품에서 바다로 분리된 지리적 장소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람들이 만나고 떠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공간으로 확장된다. 인물의 움직임과 비어 있는 자리, 서로를 잇는 선은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섯 저류가 전하는 섬의 이야기
다섯 개 공간은 서로 다른 재료와 시각으로 구성됐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손정선 작가는 시선 밖에 있던 마을과 삶을 바라보고, 박미경 작가는 갯벌과 작은 생명의 숨결을 흙에 담는다. 박치호 작가는 몸에 축적된 상처와 기억을 회화로 탐구하며, 이미경 작가와 금오도 어린이 27명은 섬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펼쳐 보인다. 박체홍 작가는 인물의 이동과 관계, 존재와 부재를 영상과 시각적 표현으로 다룬다.
《저류》는 섬의 아름다운 외형보다 그 아래 흐르는 생명과 시간, 삶과 기억, 관계와 감정에 집중한다. 관람 동선을 따라가면 주변부의 마을에서 갯벌의 생명으로, 인간의 몸과 어린이의 시선을 거쳐 사람 사이의 관계로 주제가 확장된다.
전시장에서는 공예와 회화, 영상, 복합설치가 교차하며 각 주제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서 속도를 늦추고 재료의 질감과 화면의 형상, 영상 속 인물의 움직임을 살핀다. 금오도 어린이들의 그림이 놓인 공간에서는 서로 다른 색채와 표현이 이어지며 밝고 다층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와 연계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여수의 섬과 바다를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구성됐다. 익숙한 풍경에 가려졌던 자연의 생명력과 주민의 삶, 개인의 기억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다섯 작가와 금오도 어린이들의 작품을 통해 차례로 드러난다.
섬은 하나의 풍경이지만 그 안에 흐르는 이야기는 하나가 아니다. 《저류》는 다섯 개의 주제와 여러 장르의 작품을 통해 섬이 품고 있는 보이지 않는 흐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