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앞타이어를 유심히 봤습니다. 가운데 홈은 아직 남아 있는데 바깥쪽만 유난히 매끈하더군요. 예전 같았으면 ‘마모한계선까지는 남았네’ 하고 그냥 탔을 겁니다. 운전한 지 14년이 되니 타이어는 그렇게 눈대중으로 넘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특히 비 오는 날 주차장 경사로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면 평소엔 모르던 차이가 느껴지거든요.
마모한계선은 어디에 있을까
타이어 옆면을 따라 보면 작은 삼각형 표시가 있습니다. 그 표시가 가리키는 바닥 접촉면의 굵은 홈 안쪽을 들여다보면 낮게 솟은 고무 턱이 보입니다. 이게 마모한계선입니다. 타이어 표면이 그 턱과 비슷한 높이까지 닳았다면 교체할 때가 된 겁니다. 보통 승용차 타이어의 법적 마모 한계로 안내되는 홈 깊이는 1.6㎜입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검사 안내에도 1.6㎜가 법적 한계치로 나옵니다.
문제는 삼각형 하나만 보고 끝내기 쉽다는 점입니다. 타이어를 조금씩 굴려 가며 여러 위치의 홈을 봐야 합니다. 한쪽만 많이 닳은 편마모라면 가장 깊어 보이는 곳이 타이어 전체 상태를 대신해 주지 못합니다. 주차할 때 핸들을 꺾은 상태로 세워 두면 앞타이어 안쪽과 바깥쪽이 좀 더 보여서 확인하기 편합니다. 손을 넣어 만질 때는 시동을 끄고 차가 움직이지 않게 한 뒤 살펴야 하고요.
타이어 마모한계선까지 타도 괜찮다는 생각
저도 한때는 ‘법적 기준만 넘기지 않으면 돈을 아끼는 거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6㎜는 여유 있게 탈 수 있다는 표시가 아니라 이미 닳을 만큼 닳았다는 경계에 가깝습니다. 홈이 얕아지면 빗물을 밀어내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물이 고인 차선이나 젖은 주차장 바닥에서 미끄러질 가능성을 생각하면, 마모한계선에 닿는 날까지 날짜를 세며 탈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빗길 운전 전에 타이어 마모 상태를 확인하고, 마모한계선에 도달하기 전에 교환하라고 안내합니다. 공단이 제시한 제동거리 자료를 봐도 홈 깊이 4.0㎜인 타이어와 1.6㎜인 타이어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시속 60㎞ 조건에서 각각 25m와 32m로 표시돼 있습니다. 시험 조건과 노면 상태에 따라 실제 거리는 달라지지만, 신호 앞에서 몇 미터가 더 필요해질 수 있다는 얘기는 꽤 현실적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저는 홈이 아직 남았다는 말보다 앞으로 어떤 길을 달릴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출퇴근길 대부분이 시내 저속 구간인지, 장마철에 고속도로를 자주 타는지에 따라 교체 시점을 앞당길 이유가 달라집니다. 타이어 가게에서 남은 홈 깊이를 수치로 재 달라고 하면 막연히 ‘좀 더 타도 돼요’라는 말보다 판단하기도 쉽습니다.
홈 깊이만큼 같이 봐야 할 것들
타이어가 고르게 닳았는지도 중요합니다. 가운데만 빨리 닳거나 양쪽 어깨가 먼저 닳았다면 공기압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쳐 닳고 운전 중 차가 쏠린다면 정렬 상태도 점검받는 편이 좋습니다. 새 타이어로 갈아 끼워도 원인을 그대로 두면 비슷하게 닳을 수 있으니까요.
옆면의 갈라짐, 부풀어 오른 부분, 깊은 상처도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주차장 턱을 타고 넘은 뒤 옆면에 상처가 난 적이 있는데, 홈은 멀쩡해도 정비소에서 먼저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이런 손상은 마모한계선과 별개로 봐야 합니다. 공기압도 차 문 안쪽 등에 적힌 제조사 권장 값을 기준으로 점검합니다. 눈으로 보기에 빵빵하다고 적정한 건 아니더군요.
- 타이어 옆면의 삼각형 표시를 찾아 홈 속 마모한계선을 확인합니다.
- 바퀴마다 여러 위치를 보고, 안쪽과 바깥쪽이 다르게 닳았는지 살핍니다.
- 마모한계선이 가까워졌다면 정비소에서 남은 홈 깊이와 손상 여부를 함께 확인합니다.
- 교체할 때는 편마모 원인과 공기압도 물어봅니다.
교체를 미룰 때 제가 따지는 순서
타이어 값이 만만치 않아서 교체 얘기를 들으면 저도 먼저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그래도 ‘몇 달만 더’라는 말에는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마모한계선과 거의 높이가 같다면 미루지 않고, 한쪽만 심하게 닳았거나 옆면이 손상됐다면 남은 홈 깊이와 관계없이 점검부터 받습니다. 반대로 홈에 여유가 있고 고르게 닳았다면 공기압을 맞추고 다음 점검 날짜를 정해 둡니다. 다음 점검을 잊지 않으려고 휴대전화에 사진을 찍어 두는 것도 제 방식입니다.
주차장에서 차를 한 바퀴 둘러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저도 늘 꼼꼼한 사람은 아니지만, 비가 오기 전이나 장거리 운전 전에는 그 짧은 시간을 씁니다. 타이어 마모한계선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아는 것보다, 지금 내 차 타이어가 어느 쪽부터 닳고 있는지 아는 게 운전할 때 더 든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