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여행 가방을 싸다가 거의 다 쓴 로션을 손에 들고 한참 고민했다. 병은 150ml인데 남은 양은 30ml쯤이었다. 이럴 때는 내용물이 아니라 용기에 적힌 용량을 본다. 특히 국제선에서는 이 차이 때문에 보안검색대에서 물건을 버려야 할 수 있다.
국제선은 용기마다 100ml 이하로 챙기기
인천국제공항 안내에 따르면 국제선 기내에 가져가는 액체·분무·젤류는 개별 용기가 100ml 이하여야 한다. 허용되는 용기들은 1L 이하의 투명한 지퍼백 한 개에 넣고 입구를 닫아야 한다. 지퍼백은 1인당 한 개다. 100ml짜리 병 여러 개를 챙길 수는 있지만, 모두 한 봉투에 들어가서 닫혀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가장 자주 헷갈리는 게 ‘남은 양’이다. 200ml 샴푸통에 샴푸가 조금만 남아 있어도 용기 자체가 100ml를 넘으므로 기내 반입 기준에 맞지 않는다. 반대로 100ml 용기에 담긴 제품이라면 내용물이 가득 차 있어도 기준에 맞는다. 집에서 소분할 때는 용기 표면에 용량 표시가 보이는지 확인해두면 검색대에서도 설명하기 편하다.
가령 50ml 스킨, 30ml 선크림, 20ml 치약, 100ml 향수를 챙긴다면 각 용기의 크기는 기준 안에 들어온다. 이제 네 가지가 투명 지퍼백 하나에 들어가고 지퍼가 닫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1L는 작은 병 하나의 허용량이 아니라, 이 병들을 담는 봉투의 크기 기준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물처럼 흐르지 않아도 액체류로 보는 물건
화장품을 챙길 때는 질감보다 보안검색 분류를 먼저 떠올리는 편이 낫다. 스킨과 향수는 물론이고 로션, 크림, 선크림, 립글로스, 치약, 샴푸도 액체·젤류 기준을 적용받는다. 분사하는 헤어스프레이나 몸에 뿌리는 해충 기피제도 여기에 포함된다. 작은 화장품을 파우치 여러 곳에 나눠 넣었다면 검색 전에 한 지퍼백으로 모아두는 게 편하다.
음식은 더 뜻밖이다. 김치나 고추장, 된장처럼 국물이나 젤 형태의 내용물이 있는 음식도 국제선 기내에서는 같은 용량 기준을 적용받는다. 작은 반찬통에 담았더라도 용기가 100ml를 넘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마른멸치나 오징어채처럼 고체 상태인 밑반찬은 인천국제공항 안내에서 별도로 구분한다. 다만 음식은 도착 국가의 반입 규정도 따로 확인해야 한다.
큰 용량의 샴푸나 화장품을 꼭 가져가야 한다면 부치는 짐에 넣는 방법이 있다. 이때도 스프레이, 주류처럼 물품 종류에 따라 별도의 위험물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액체니까 위탁수하물은 무조건 괜찮다’고 생각하기보다 제품 종류를 함께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국내선과 국제선은 기준이 다르다
제주도로 가는 국내선만 이용한다면 국제선의 ‘용기당 100ml, 지퍼백 1L’ 제한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국내선에서는 200ml 로션이나 생수를 가지고 탈 때 국제선과 같은 이유로 막히지는 않는다. 다만 항공사가 정한 수하물 무게와 크기, 위험물 제한은 그대로 적용된다.
여정에 국제선이 섞여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국제선으로 입국한 뒤 환승 보안검색을 다시 거치는 일정에서는 액체류를 다시 확인받을 수 있다. 해외 공항을 경유할 때도 현지 검색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 여러 항공편을 이용한다면 가장 엄격하게 검사받을 구간을 기준으로 가방을 꾸리는 편이 마음 편하다.
아기 용품과 약, 면세품은 따로 확인하기
예외가 필요한 물건도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만 6세 이하 어린이를 동반한 승객이 가져가는 우유, 물, 주스, 이유식 같은 용품을 비행 중 사용할 분량에 한해 허용한다고 안내한다. 이런 물품은 일반 액체류 지퍼백에 넣지 않고 검색 요원에게 보여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여행한다는 조건과 필요한 분량이라는 조건을 함께 기억해두면 좋다.
인슐린 같은 액체 의약품을 100ml 넘게 기내에 가져가야 한다면 의사 소견서나 처방전을 준비해야 한다. 기내에서 사용할 만큼만 휴대할 수 있다는 인천국제공항 안내도 있다. 약은 여행 중 꼭 필요한 물건인 만큼, 출발 전에 이용 항공사와 경유 공항의 기준까지 확인해두는 편이 좋다.
면세점에서 산 100ml 초과 액체류는 전용 보안봉투에 담겨 있으면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영수증을 봉투 안에 넣거나 부착하고, 최종 목적지행 항공기에 탈 때까지 봉투를 열지 않아야 한다. 환승 공항에서 다시 검색을 받는다면 현지 규정에 따라 취급이 달라질 수 있으니 구매할 때 직원에게 환승 일정을 말해두자.
나는 이제 여행 전날 세면도구를 꺼내 놓고 용기에 적힌 숫자부터 확인한다. 작은 지퍼백 하나에 필요한 것만 담아두니 가방도 가벼워지고, 공항에서 급하게 짐을 뒤질 일도 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