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컴퓨터 팬 소리가 유난히 커져서 먼지를 털고 CPU 온도를 확인해 봤습니다. 이런 때 써멀구리스부터 새로 사야 하나 싶지만, 먼저 쿨러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 살피는 게 좋습니다. 써멀구리스는 CPU와 쿨러 사이의 미세한 틈을 메우는 재료라서, 좋은 제품을 골라도 쿨러 장착이 헐거우면 기대한 만큼 효과를 보기 어렵거든요.
써멀구리스 추천 전에 확인할 것
처음 구매한다면 전기가 통하지 않는 일반 써멀구리스가 다루기 편합니다. 제품 설명에서 전기 비전도성을 확인하고, 한 대에 쓸 건지 여러 대에 쓸 건지에 맞춰 용량을 고르면 됩니다. 한 번 바르려고 큰 주사기를 살 필요는 없습니다. 남은 제품은 뚜껑을 단단히 닫아 보관해야 하니까요.
열전도율 숫자만 보고 순위를 매기기도 어렵습니다. 녹투아는 실제 냉각 성능에 도포 두께, 쿨러의 압력, 접촉 상태가 함께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수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내 컴퓨터 온도가 그만큼 내려간다고 생각하기보다, 바르기 쉬운지와 사용 환경에 맞는지를 같이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평범한 데스크톱이라면 MX-4와 MX-6
사무용이나 게임용 데스크톱을 손볼 때 무난하게 고르기 좋은 제품은 ARCTIC MX-4입니다. 일반적인 CPU 재도포에 쓸 수 있고, 여러 용량으로 판매돼 필요한 만큼 고르기 쉽습니다. 처음 써멀구리스를 사는 사람이라면 제품명 옆의 화려한 성능 문구보다 정품 여부와 필요한 용량을 먼저 확인하는 게 낫습니다.
같은 브랜드의 MX-6는 좀 더 되직한 제품입니다. ARCTIC은 주걱으로 펴 바르기보다 쿨러를 장착할 때의 압력으로 퍼지게 하라고 안내합니다. 바를 때 묽은 제품이 흘러나오는 게 부담스럽거나 CPU 외의 작업에도 쓸 계획이라면 살펴볼 만합니다. 다만 되직한 질감이 처음에는 뻑뻑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억지로 넓게 문지르기보다 해당 제품의 도포 안내를 따르는 편이 좋습니다.
둘 중 무엇을 사야 할지 애매하다면 일반적인 데스크톱 한 대에는 MX-4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MX-6를 선택하더라도 온도가 반드시 크게 낮아진다고 기대하기보다는, 쿨러 상태와 장착 상태까지 함께 확인하는 쪽이 정확합니다.
청소까지 간편하게 하려면 NT-H2
녹투아 NT-H2는 바르기 전 준비가 번거로운 사람에게 눈에 띕니다. 3.5g 제품에는 기존 구리스를 닦는 클리닝 티슈 3장이 포함됩니다. 녹투아 안내에 따르면 별도로 펴 바르지 않아도 되며, CPU에 바른 뒤 쿨러를 장착하면 됩니다. 쿨러를 떼어냈다면 CPU와 쿨러 바닥에 남은 구리스를 닦고 새로 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녹투아가 안내하는 NT-H2의 CPU 사용 기간은 최대 5년입니다. 그렇다고 달력에 교체 날짜를 표시해 둘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사용했을 때 온도가 뚜렷하게 오르거나 쿨러를 분리해야 할 일이 생겼다면 그때 상태를 확인하면 됩니다. 오래 쓰는 동안 팬과 방열판에 먼지가 쌓이지 않았는지도 함께 보면 좋고요.
고성능 제품과 도포할 때의 주의점
고성능 PC를 조립하고 온도 변화를 꼼꼼히 확인하는 편이라면 써멀 그리즐리 크라이오넛도 선택지입니다. 제조사는 오버클러킹을 염두에 둔 전기 비전도성 제품으로 소개합니다. 다만 고급 구리스 하나가 부족한 쿨러 성능을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지금 쓰는 구리스만 교체할지, 쿨러와 케이스 통풍도 손볼지 함께 판단해야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액체금속 제품은 별도로 구분해야 합니다. 써멀 그리즐리의 콘덕토넛은 전기가 통하고 알루미늄 접촉면에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처음 CPU 구리스를 교체하는 상황이라면 앞서 소개한 일반 제품 중에서 고르는 편이 다루기 수월합니다.
도포할 때는 전원을 끄고 기존 구리스를 닦아낸 뒤, CPU와 쿨러의 접촉면이 마른 상태인지 확인하세요. 구리스를 지나치게 많이 바르기보다 제품과 CPU 형태에 맞는 소량을 올리고 쿨러를 고르게 고정합니다. 작업 전후 온도는 같은 실내 환경과 비슷한 사용 조건에서 비교해야 차이가 보입니다. 제 경우에도 제품 이름을 고르는 시간보다 먼지를 청소하고 쿨러를 다시 단단히 고정한 과정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