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호가창을 보다가 매수 버튼을 누른 직후 평가금액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격이 갑자기 떨어진 건 아니었다. 매수할 때 적용되는 가격과 바로 매도할 때 적용되는 가격이 달랐기 때문이다. 코인 매수 매도 차이를 이해하려면 버튼의 색보다 먼저 호가와 체결 내역을 봐야 한다.
1. 매수는 코인을 받고 매도는 코인을 넘긴다
현물 거래에서 매수는 원화나 다른 코인을 내고 원하는 코인을 받는 주문이다. 매도는 보유한 코인을 넘기고 원화나 다른 코인을 받는 주문이다. 거래가 성립하려면 반대편 주문과 가격·수량이 맞아야 한다. 내가 매수했다는 사실만으로 시장 전체의 매수세가 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같은 체결에는 반드시 매도 상대방도 있다.
차이를 만드는 건 누가 기존 호가에 맞춰 거래했느냐다. 즉시 체결되는 매수 주문은 대기 중인 매도 물량을 가져가고, 즉시 체결되는 매도 주문은 대기 중인 매수 물량을 가져간다. 거래량 숫자 하나보다 어느 쪽이 호가를 적극적으로 소화했는지 보는 이유다.
2.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 사이에는 비용이 있다
호가창의 최고 매수 호가가 9만9,900원, 최저 매도 호가가 10만 원이라고 가정하자. 이때 시장가로 1개를 사면 대체로 10만 원 쪽에서, 곧바로 시장가로 팔면 9만9,900원 쪽에서 체결된다. 가격이 움직이지 않아도 100원, 매수가 대비 0.1%의 차이가 생긴다. 이를 스프레드라고 한다.
여기에 수수료가 붙는다. 양쪽 거래 수수료를 각각 0.05%라고 가정하면 매수 수수료는 50원, 매도 수수료는 약 49.95원이다. 위 사례에서 즉시 왕복 거래한 손익은 약 199.95원 손실이다. 실제 수수료율은 거래소와 시장, 주문 조건에 따라 다르므로 주문 화면의 적용 금액을 확인해야 한다.
호가가 얇으면 손실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1개를 매수하려는데 최저 매도 호가 10만 원에 0.4개만 있고, 다음 호가 10만500원에 0.6개가 있다면 평균 매수가는 10만300원이다. 첫 호가만 보고 예상한 금액보다 0.3% 비싸다. 이 차이가 슬리피지다.
3. 지정가와 시장가는 우선하는 것이 다르다
업비트의 거래 안내에 따르면 지정가 매수는 정한 가격보다 비싸게 체결되지 않고, 지정가 매도는 정한 가격보다 싸게 체결되지 않는다. 대신 가격에 닿아도 앞에 대기 중인 주문이 많으면 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시장가는 가격을 지정하지 않고 매수 금액이나 매도 수량을 입력해 현재 호가부터 순서대로 체결한다. 체결 속도를 얻는 대신 최종 체결가가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
- 매수 전에는 최저 매도 호가와 그 위에 쌓인 물량을 본다. 주문 금액이 첫 호가의 물량보다 크면 평균 매수가가 올라갈 수 있다.
- 매도 전에는 최고 매수 호가와 그 아래 물량을 본다. 팔려는 수량이 많으면 평균 매도가가 내려갈 수 있다.
- 지정가 미체결 주문은 보유 수량이나 주문 가능 금액을 묶어 둘 수 있다. 주문 내역에서 체결 수량과 남은 수량을 따로 확인한다.
특히 급등락 때는 화면에 보인 호가가 주문을 넣는 사이 바뀐다. 매수·매도 버튼을 누르기 전에 ‘얼마에 전량 체결될까’를 계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4. 온체인 입출금은 매수·매도 체결 기록이 아니다
거래소로 코인이 대량 유입되면 매도 가능 물량이 늘었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거래소 밖으로 빠져나가면 보관 목적의 이동일 수 있다. 하지만 입금이 곧 매도 체결이고 출금이 곧 매수 체결이라는 뜻은 아니다. 거래소 내부 지갑 이동이나 주소 분류 변경도 수치에 영향을 준다. 글래스노드 역시 거래소 주소를 추적한 지표는 이런 이유로 초기 수치를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나는 입출금 하나만 보고 방향을 정하지 않는다. 실제 거래량이 평소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호가 잔량이 주문 규모를 받아낼 만큼 있는지, 체결가가 어느 쪽으로 밀리는지를 함께 본다. 온체인 수급은 압력을 짐작하게 해 주지만 내가 지불할 가격은 결국 주문창에서 결정된다. 매수와 매도의 차이를 아는 일은 방향을 맞히는 기술보다 예상 밖의 체결 비용을 줄이는 데 먼저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