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다 보니 여행 동선부터 보고 방을 고르게 된다. 영덕도 그렇다. 지도에서는 강구항, 해맞이공원, 축산항, 고래불해수욕장이 한 줄로 보여서 하루에 다 돌기 쉬워 보인다. 그런데 중간마다 차를 세우고 바다를 걷다 보면 금세 해가 기운다. 영덕 여행 코스 추천을 묻는다면, 나는 남쪽 강구항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올라가는 1박 2일을 권한다. 숙소는 둘째 날 움직이기 편한 축산항이나 고래불 쪽에 잡는 편이 좋다.
첫날 점심은 강구항, 항구 구경은 짧게
오전 늦게 영덕에 도착했다면 강구항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는 흐름이 편하다. 식당과 상점이 모여 있어 선택지는 많지만, 주말 식사 시간에는 주차와 대기가 일정의 변수가 된다. 대게를 먹을 생각이라면 메뉴판의 금액만 보지 말고 주문 단위와 상차림 비용을 함께 확인하는 게 낫다. 제철이나 당일 수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어서, 여행 경비를 미리 딱 맞춰 잡기 어려운 메뉴다.
강구항은 영덕에 왔다는 기분을 내기 좋은 출발점이다. 다만 항구에서 사진 찍고 식사까지 마쳤다면 오래 머물 필요는 없다. 바다를 보며 걷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면 해맞이공원과 축산항에 시간을 남겨두는 편이 만족스럽다. 대게가 여행의 주목적이 아닌 사람이라면 첫 끼부터 긴 대기줄에 시간을 쓰기보다 다른 식당을 고르는 것도 괜찮다.
해맞이공원에서 걷고 축산항에서 속도를 늦추기
강구항을 떠나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영덕해맞이공원과 창포말등대 쪽에 들를 수 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바다도 좋지만, 여기서는 조금 걸어야 풍경이 더 오래 남는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같은 길도 체감 온도가 확 달라진다. 사진에 보이는 얇은 옷차림만 믿지 말고 겉옷 하나는 차에 두는 게 좋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블루로드 일부를 일정에 넣을 만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안내하는 블루로드 B코스는 해맞이공원에서 축산항 방면으로 이어지는 약 15㎞ 구간이다. 풍경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오후에 가볍게 완주할 거리는 아니다. 1박 2일 일정이라면 해맞이공원 주변에서 짧게 걷고, 차로 축산항까지 이동하는 쪽이 여유롭다. 한 명만 차를 가지러 되돌아가야 하는 편도 걷기 계획도 피할 수 있다.
축산항에 도착하면 항구 주변을 천천히 걷거나 죽도산전망대 쪽 풍경을 보고 숙소로 들어가면 된다. 영덕군은 축산항 일대의 전망대와 데크길을 정비했다고 안내하지만, 현장에서 걷는 양은 동행자의 체력에 맞추는 게 맞다.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전망대까지 무리해서 올라가기보다 항구에서 쉬는 시간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첫날 일정은 이쯤에서 멈춰야 저녁이 덜 급해진다.
숙소는 바다 전망보다 밤의 동선을 먼저 보기
영덕에서 숙소를 고를 때는 ‘오션뷰’ 사진 한 장보다 지도에서 위치를 먼저 본다. 강구항 근처 숙소는 첫날 식사 후 들어가기 편하지만, 다음 날 고래불까지 올라갔다가 돌아오는 길이 길어질 수 있다. 축산항이나 고래불 쪽 숙소는 첫날 이동을 조금 더 해야 하는 대신, 둘째 날 아침을 차분하게 시작하기 좋다. 아이와 물놀이할 계획이라면 해변 접근성을, 항구 산책이 좋다면 축산항 주변을 우선순위에 두면 된다.
숙소 사진을 볼 때도 순서가 있다. 바다 사진보다 객실 창에서 실제로 무엇이 보이는지, 침구와 욕실 사진이 최근 것인지, 주차장이 객실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본다. ‘바다 근처’라는 설명은 창밖 바다가 보인다는 뜻과 다르다. 바비큐를 할 생각이라면 이용 시간과 추가 요금, 비바람이 불 때도 쓸 수 있는 공간인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영덕 해안에서는 바람 때문에 테라스가 예상보다 쌀쌀하게 느껴질 수 있다.
솔직히 숙소를 해안가에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잠자리까지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도로와 가까운 방은 차 소리가 들릴 수 있고, 바다 전망 객실도 창의 방향에 따라 기대한 풍경과 다르다. 후기에서는 ‘예뻤다’는 말보다 밤에 조용했는지, 온수가 안정적으로 나왔는지, 실제 객실이 사진과 같았는지를 더 눈여겨본다.
둘째 날은 괴시리와 고래불에 시간을 남기기
다음 날은 괴시리 전통마을을 걷고 고래불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보는 순서가 무난하다. 괴시리는 전통가옥 사이를 천천히 걷는 재미가 있고, 고래불은 넓은 백사장과 송림 덕분에 첫날의 항구 풍경과 느낌이 다르다.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떠나기보다 모래사장을 조금 걸어야 이곳에 온 맛이 난다. 다만 여름 성수기에는 해변 주변이 붐빌 수 있고, 비수기에는 물놀이보다 산책에 맞춰 기대치를 잡는 게 좋다.
둘째 날 오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카페와 전망대를 계속 추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영덕은 목적지 사이 이동 시간보다 차를 세우고 다시 출발하는 데 쓰는 시간이 은근히 길다. 강구항에서 시작해 해맞이공원, 축산항, 괴시리, 고래불로 이어지는 동선이면 항구와 해변의 분위기를 모두 볼 수 있다. 숙소를 중간쯤에 잘 잡아두면 여행이 ‘몇 군데 갔는지’보다 ‘어디서 충분히 머물렀는지’로 기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