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이더리움이 하루 만에 크게 움직이자 거래소 입금량부터 열어봤다. 가격이 오르는 속도보다 거래소로 들어오는 물량이 더 눈에 띄는 날이 있다. 7년간 거래소와 온체인 데이터를 함께 보면서 배운 건 간단하다. 상승률 하나로는 누가 사고 있고 누가 팔 준비를 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매매 전에 보는 숫자는 거래소 순유입, 스테이킹 출금, 발행과 소각, 선물 포지션, 현물 거래량이다. 어느 하나도 가격을 예언하지는 못한다. 대신 서로 다른 시장에서 같은 방향의 신호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데 쓴다.
1. 거래소 순유입은 매도 가능 물량의 변화다
크립토퀀트가 쓰는 순유입의 계산식은 거래소 입금량에서 출금량을 뺀 값이다. 예를 들어 하루 입금이 12만 ETH, 출금이 9만 ETH라면 순유입은 3만 ETH다. 양수는 거래소 지갑에 들어온 물량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매도 가능한 곳으로 코인이 이동했다는 점에서 경계할 만하지만, 그 3만 ETH가 실제로 팔렸다는 뜻은 아니다.
큰 지갑 하나의 이동이나 거래소 내부 지갑 교체가 수치를 흔들 수도 있다. 그래서 하루치보다 7일 평균을 먼저 보고, 같은 기간 거래소 보유량이 늘었는지도 확인한다. 가격은 오르는데 순유입과 보유량이 함께 증가한다면 나는 상승을 따라 사는 속도를 늦춘다. 반대로 순유출이 이어져도 곧바로 매수 신호로 취급하지 않는다. 개인 지갑 이동 뒤 다른 거래소로 다시 입금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스테이킹 출금은 신청량과 실제 이동량을 나눠 본다
스테이킹에서 빠져나오는 ETH가 많다는 말은 자주 과장된다. 이더리움의 기존 검증자는 32 ETH를 기준으로 운영되며, 쌓인 보상은 출금 주소로 주기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보상 이동을 검증자의 전액 인출과 섞으면 매도 압력을 크게 잘못 읽는다. 이더리움 공식 안내에도 검증자의 전액 인출에는 종료 절차와 대기 시간이 따른다고 설명돼 있다.
내가 보는 순서는 종료 대기 중인 검증자 수, 실제 출금된 ETH, 출금 후 거래소로 들어간 양이다. 출금 신청 10만 ETH와 거래소 입금 10만 ETH는 전혀 다른 숫자다. 전자는 아직 이동하지 않은 물량을 포함할 수 있고, 후자도 매도 체결을 보장하지 않는다. 신규 스테이킹 유입까지 함께 봐야 순공급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3. 소각량이 줄면 공급 이야기도 달라진다
이더리움은 거래 수수료의 기본 수수료를 소각한다. 동시에 검증자 보상으로 ETH가 새로 발행된다. 따라서 공급 변화는 같은 기간의 발행량에서 소각량을 뺀 값으로 봐야 한다. 가령 일주일 동안 1만 ETH가 발행되고 7천 ETH가 소각됐다면 공급은 3천 ETH 늘어난 셈이다. ‘소각 중’이라는 문장만으로 공급이 감소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2024년 덴쿤 업그레이드는 롤업이 데이터를 더 저렴하게 게시할 수 있게 했다. 이용자 비용에는 좋은 변화지만, 메인넷 수수료가 낮아지면 ETH 소각량은 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거래 건수만 보지 않고 기본 수수료, 소각량, 발행량을 같은 7일 구간으로 맞춰 비교한다. 네트워크 이용이 늘었다는 뉴스와 ETH 공급이 줄었다는 주장은 따로 검증해야 한다.
4. 선물 과열은 펀딩비와 미결제약정을 함께 읽는다
가격이 급등할 때 가장 먼저 경계하는 조합은 미결제약정 증가와 높은 양의 펀딩비다. 미결제약정은 아직 닫히지 않은 선물 계약의 규모이고, 양의 펀딩비는 대체로 롱 포지션이 숏 포지션에 비용을 내는 상태를 뜻한다. 두 수치가 함께 오르면 상승에 베팅한 자금이 늘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작은 가격 하락에도 롱 청산이 겹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미결제약정 증가만으로 신규 롱이 늘었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모든 선물 계약에는 상대 포지션이 있다. 거래소마다 펀딩비 산정 방식과 지급 간격도 다르다. 한 거래소의 순간 수치보다 주요 거래소에서 같은 방향의 과열이 나타나는지, 현물 거래량이 그 움직임을 받쳐 주는지 확인한다.
5. 현물 거래량이 없으면 진입 크기부터 줄인다
온체인 수치가 좋아 보여도 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물 거래가 약하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나는 돌파 당일 거래량을 최근 20일 평균과 비교한다. 예를 들어 거래량이 평균의 절반인데 가격만 전고점을 넘었다면, 그 돌파에 큰 금액을 걸 이유가 적다. 반면 거래량이 늘고 거래소 순유입이 진정되며 선물 과열도 심하지 않다면 상승의 질을 다시 평가할 수 있다. 이 비교는 매수 공식이 아니라 위험을 거르는 절차다.
실제 주문에서는 무효화할 가격을 먼저 정한다. 진입가가 300만 원이고 판단을 접을 가격이 294만 원이면 차이는 2%다. 한 번의 거래에서 계좌 손실을 1%로 제한하려면, 수수료와 미끄러짐을 제외한 단순 계산상 포지션은 계좌의 최대 50% 수준이다. 손절 거리가 4%라면 같은 위험 한도에서 포지션은 25%로 줄어든다. 숫자들이 서로 어긋나는 날에는 방향을 맞히려 애쓰기보다 노출을 줄이는 편이 내 계좌에는 더 유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