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담에서 한 수험생이 “매일 두 시간씩 하는데 점수가 그대로예요”라고 하더군요. 공부 기록을 같이 보니 문제는 꾸준함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문제를 풀고 채점은 했지만, 틀린 이유를 확인하는 시간은 거의 없었어요. 토익은 오래 앉아 있는 시간보다 다음 날 무엇을 다르게 할지가 점수에 더 크게 남는 시험입니다.
목표 점수보다 먼저 현재 위치를 확인하세요
처음부터 800점 목표표를 빽빽하게 만들면 며칠 만에 밀리기 쉽습니다. 우선 시간을 재고 한 회분을 풀어 보세요. 여기서 중요한 건 총점 하나가 아닙니다. 듣기에서는 어떤 파트에서 놓쳤는지, 읽기에서는 문법 문제를 틀렸는지 아니면 지문을 끝까지 못 읽었는지를 따로 적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읽기에서 20문제를 못 풀었다면 단어장을 한 권 더 사는 게 첫 처방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앞부분에 시간을 지나치게 쓰는지부터 봐야 하죠. 반대로 시간은 남는데 지문 내용이 잡히지 않는다면 어휘와 문장 해석에 무게를 두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점수라도 처방이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진단 기록은 길 필요가 없습니다. ‘파트 2 의문사 질문을 자주 놓침’, ‘파트 5에서 품사 구별이 느림’, ‘마지막 지문 2개를 못 품’처럼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이 세 줄이 다음 2주의 공부 계획이 됩니다.
매일 할 일은 적게, 반복 횟수는 분명하게
직장이나 학교 일정이 있는 사람에게 매일 세 시간 공부를 권하면 대개 계획부터 무너집니다. 평일 60~90분을 기준으로 잡고, 듣기 25분·읽기 25분·오답 확인 15분처럼 나누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시간이 40분밖에 없는 날에는 새 문제를 조금 풀더라도 오답 확인은 남겨 두세요.
듣기는 한 문제를 세 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험처럼 듣고, 두 번째에는 답의 근거가 나온 부분을 찾고, 세 번째에는 대본을 보며 놓친 소리나 표현을 확인합니다. 모든 문장을 받아쓰려다 지치기보다 자꾸 틀리는 유형에 이 과정을 적용하세요. 읽기는 틀린 문제의 해설만 외우지 말고, 내가 왜 다른 선택지를 골랐는지 한 문장으로 적는 게 좋습니다.
오답 노트를 예쁘게 만드는 데 30분씩 쓰는 분도 있습니다. 그 시간에 같은 유형을 이틀 뒤 다시 풀어 보는 편이 실력 확인에는 더 낫습니다. 다시 맞혔다면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또 틀렸다면 그 유형을 다음 주 계획에 남기면 됩니다.
모의고사는 실력을 재는 날에 배치하세요
매일 모의고사를 한 회씩 푸는 방식은 처음에는 공부를 많이 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복기할 시간이 없으면 같은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하기 쉽습니다. 평소에는 약한 유형을 짧게 연습하고, 주 1회 정도 시간을 재서 한 회분을 푸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세요.
모의고사를 본 날에는 맞힌 문제까지 모두 다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찍어서 맞힌 문제, 답을 고를 때 망설인 문제, 시간을 많이 쓴 문제를 표시해 두면 됩니다. 다음 날 그 표시만 다시 봐도 공부할 범위가 선명해져요. 점수는 한 번의 등락보다 3~4회 동안 나타나는 흐름으로 보는 편이 낫습니다. 한 주 점수가 떨어졌다고 바로 교재나 계획을 갈아엎을 필요는 없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연습 시간을 실제 시험 시간대와 비슷하게 맞춰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평일 밤에만 공부한 사람은 낮에 긴 시간 집중하는 일이 낯설 수 있거든요. 적어도 마지막 몇 번의 모의고사는 쉬는 시간과 채점 방식까지 일정하게 운영해 보세요.
교재는 많이 쌓지 말고 역할을 나누세요
교재를 고를 때는 ‘유명한 책인가’보다 ‘지금 내 약점을 연습할 수 있는가’를 먼저 보세요. 기본 문장 해석이 버거운데 고난도 실전 문제집부터 시작하면 해설을 읽는 시간만 길어집니다. 기초가 부족하면 개념을 확인할 책 한 권과 연습 문제집 한 권이면 출발할 수 있습니다. 이미 시간 안에 대부분 풀 수 있다면 실전 모의고사와 오답 복기에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하고요.
새 교재를 살 기준도 정해 두면 좋습니다. 지금 쓰는 책에서 틀린 유형을 다시 풀어도 같은 이유로 틀리는지, 해설을 이해하고 다른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책을 끝냈다는 사실보다 문제를 다시 만났을 때 풀이가 달라졌는지가 더 중요한 신호입니다.
토익 공부가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는 공부 시간을 늘리기 전에 지난 일주일의 기록을 펼쳐 보세요. 무엇을 틀렸고, 왜 틀렸고, 다시 풀었을 때 달라졌는지. 이 세 가지가 보이면 다음 주에 할 일도 대개 보입니다. 오래 가는 공부는 의욕이 넘치는 하루보다, 평범한 날에도 반복할 수 있는 계획에서 만들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