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이탈리아 리그 1000만원의 사연을 따라가 봤다

안정환, 이탈리아 리그 1000만원의 사연을 따라가 봤다

얼마 전 안정환의 이탈리아 시절 기록을 다시 보다가 ‘1000만원’이라는 숫자에서 멈췄다. 페루자에서 받은 돈인가 싶었는데, 연도를 따라가니 전혀 다른 경기가 나왔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뛰던 때와 1000만원의 벌금을 받은 때 사이에는 5년이 흐르고 있었다.

페루자에서 남긴 30경기 5골

안정환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의 페루자에서 뛰었다. 두 시즌 리그 기록은 30경기 5골. 2000~01시즌 15경기 4골, 2001~02시즌 15경기 1골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압도적인 득점 기록은 아니다. 그래도 첫 시즌과 둘째 시즌의 차이가 눈에 띈다. 같은 15경기를 뛰고도 골은 4개에서 1개로 줄었다.

공격수에게 출전 경기 수와 득점만큼 중요한 게 어떤 기회를 받았느냐다. 한 경기 선발로 오래 뛰는 것과 막판에 투입되는 것은 같은 ‘1경기 출전’으로 기록된다. 그래서 30경기 5골을 두고 성공이나 실패라고 단숨에 판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탈리아 1부리그에서 두 시즌 동안 득점을 남긴 경험이 2002년 월드컵 이전부터 쌓여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117분의 골은 페루자 기록에 들어가지 않는다

2002년 6월 18일, 한국은 월드컵 16강에서 이탈리아를 2대1로 이겼다. 이 경기의 흐름은 안정환에게도 극적이었다. 그는 초반 페널티킥을 놓쳤고, 한국은 먼저 실점했다. 후반 43분 설기현의 동점골로 연장전에 들어간 뒤, 안정환이 연장 후반 12분에 헤더 골을 넣었다. FIFA 경기 기록에는 117분 득점으로 남아 있다.

이 한 골의 무게는 세리에A에서 넣은 5골과 다르다. 상대가 이탈리아였고, 당시 안정환의 소속팀이 이탈리아 구단 페루자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월드컵 골을 이탈리아 리그 득점에 더하면 기록이 섞인다. 리그 30경기 5골은 클럽 기록이고, 117분의 골은 국가대표 경기 기록이다. 서로 다른 무대의 숫자를 나란히 놓을 때 비로소 그날의 묘한 긴장이 보인다.

경기 뒤 페루자 구단주의 거친 발언과 계약 문제도 크게 보도됐다. 이 대목 때문에 안정환의 이탈리아 경력은 월드컵 골 한 장면에 가려지기 쉽다. 하지만 골 이전에 이미 페루자에서 두 시즌을 뛴 선수였다는 순서를 놓치면 이야기가 납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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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은 2007년 국내 리그의 벌금이었다

검색어에 붙은 1000만원은 페루자의 연봉이나 이탈리아 리그 상금으로 확인되는 금액이 아니다. 2007년 9월, 수원 삼성 소속이던 안정환이 FC서울과의 2군리그 경기 도중 관중석으로 올라가 상대 서포터와 언쟁을 벌인 사건에서 나온 숫자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출전정지 없이 벌금 1000만원을 결정했다.

이 사건은 관중의 야유와 비난, 선수의 대응이 함께 거론됐다. 그렇지만 경기 중 그라운드를 벗어나 관중석으로 향한 행동에 징계가 내려졌다는 사실은 별개로 봐야 한다. 당시 보도에서도 2군 경기장의 관중 관리와 응원 문화가 함께 문제로 떠올랐다. 벌금 액수 하나만 기억하면 왜 그런 일이 벌어졌고 무엇이 논의됐는지는 빠져버린다.

시간순으로 놓으면 헷갈릴 일이 줄어든다. 페루자에서 뛴 시기는 2000~2002년, 이탈리아전 결승골은 2002년, 벌금 1000만원은 국내로 돌아온 뒤인 2007년이다. ‘안정환, 이탈리아 리그 1000만원’이라는 말이 한 덩어리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서로 다른 시기의 기록과 사건이 붙어 있는 셈이다.

숫자 사이에 놓인 선수의 시간

안정환의 이력을 골 장면 하나로만 기억하기엔 그 앞뒤의 변화가 크다. 페루자의 30경기 5골은 유럽 무대에서 출전 기회를 쌓던 시간이고, 월드컵 117분 골은 대표팀 경기의 결정적 순간이다. 2007년의 1000만원은 국내 리그에서 벌어진 충돌에 대한 징계다. 숫자 셋의 단위부터 서로 다르다.

나는 이런 기록을 볼 때 연도와 대회를 먼저 확인하게 된다. 같은 선수의 이름 아래 있다고 해서 모든 숫자가 같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안정환의 이탈리아 시절을 떠올릴 때도 117분의 환호는 여전히 선명하다. 그 장면에 이르기까지 쌓인 30경기, 그리고 몇 년 뒤 다른 경기장에서 남은 1000만원까지 제자리에 놓아야 선수의 시간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안정환, 이탈리아 리그 1000만원의 사연을 따라가 봤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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