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에서 ‘헌법불합치’라는 말을 꺼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헌법에 맞지 않는다면서 왜 그 법을 당장 없애지 않느냐는 겁니다. 뉴스 제목만 보면 모순처럼 들리지만, 결정문에는 그 법을 언제까지, 어떻게 다룰지가 함께 적혀 있습니다.
헌법에 맞지 않는데도 시간을 주는 이유
헌법불합치는 법률이나 제도의 현재 모습에 헌법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국회가 이를 고칠 시간을 주는 결정입니다. 기존 규정을 없앤 뒤 어떤 기준을 둘지는 입법자가 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장 효력을 없애면 그 규정에 기대어 운영되던 절차까지 멈출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합니다.
이를테면 선거구를 정한 법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선거구 규정 전체가 즉시 사라지면,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과 유권자 모두 어느 지역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공백과 권리 침해를 함께 따져 결정합니다.
단순 위헌 결정과 비교하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안내하는 일반적인 위헌 결정의 효력은 선고일부터 발생합니다. 형벌 법률에는 소급효에 관한 별도 규칙도 있습니다. 반면 헌법불합치는 선고일만으로 이후의 적용 여부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해당 사건의 결정 주문에 ‘계속 적용’이라고 적혔는지, ‘적용 중지’라고 적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결정 다음 날에도 법이 적용될까요?
계속 적용을 명한 사건에서는 국회가 새 법을 만들거나 정해진 시한이 끝날 때까지 기존 조항을 잠정적으로 적용합니다. 문제가 없어서 그대로 둔다는 뜻은 아닙니다. 법을 고치는 동안 제도가 멈추지 않도록 한 조치입니다. 반대로 적용 중지를 명한 사건이라면 같은 ‘헌법불합치’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해당 조항을 더는 적용하지 않습니다.
날짜도 두 가지를 나눠 읽어야 합니다. 하나는 헌법재판소가 정한 개정 시한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가 만든 새 법의 시행일입니다. 개정 시한 전에 법이 통과돼도 시행일과 적용 대상에 따라 실제 변화가 시작되는 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한을 넘기도록 개정되지 않으면, 결정 주문이 정한 방식에 따라 기존 조항이 효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26년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령의 82.1%에는 개정 시한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시한이 있다는 것은 국회가 그 안에 일을 마쳤다는 뜻까지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같은 자료에서 개정이 완료된 헌법불합치 법령 중 56.6%가 시한을 지켰고, 나머지는 시한이 지난 뒤 개정됐습니다.
대체복무와 낙태죄에서 달랐던 후속 경과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병역의 종류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를 두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도록 하면서 그때까지 기존 조항을 계속 적용한다고 했습니다. 국회는 2019년 말 관련 법을 마련했고, 병무청은 2020년부터 대체역 편입 절차를 시행했습니다. 결정 선고와 새 제도의 실제 운영 사이에 시간이 있었던 셈입니다.
2019년 4월 11일의 낙태죄 사건은 경과가 달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의사에 의한 낙태를 처벌하는 제270조 제1항의 해당 부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도록 하면서 그때까지는 계속 적용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시한 안에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해당 처벌 조항은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잃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2026년 1분기 자료에도 이 조항은 미개정 법령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의 논점도 한쪽 주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일률적으로 형벌을 부과하는 방식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떤 기준과 지원 체계를 새로 둘지는 국회의 몫으로 남겼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곧바로 새 제도의 내용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 사례에서 드러납니다.
뉴스에서는 어느 날짜와 문장을 읽어야 할까요?
‘헌법불합치’라는 다섯 글자 뒤에는 적어도 세 가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어느 조항이 대상인지, 결정 주문이 잠정 적용과 적용 중지 중 무엇을 명했는지, 개정 시한 뒤 실제로 새 법이 시행됐는지입니다. 같은 법 이름 아래 여러 조항이 있을 수 있으므로 법 전체가 사라졌다고 읽어서도 안 됩니다.
헌법재판소 자료에는 2026년 3월 31일 기준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619개 법령 중 593개가 개정을 마쳤다고 나옵니다. 숫자만 보면 대부분 고쳐진 듯하지만, 남은 법령이 어떤 권리와 절차에 영향을 주는지는 각각 따져야 합니다. 저는 헌법불합치 뉴스를 볼 때 선고일보다 결정 주문과 그 이후의 입법 경과를 한 번 더 읽습니다. 그 사이에 시민에게 실제로 적용되는 규칙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