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불장 끝물에 처음 코인을 샀을 때, 저는 가격이 전날보다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싸다고 생각했습니다. 리플도 원화 가격 한 줄만 보고 주문했죠. 나중에 보니 해외 가격과 환율, 국내 거래소의 가격 차이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크게 물린 뒤에는 리플시세를 볼 때 숫자 하나보다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먼저 봅니다.
원화 가격을 해외 가격과 나란히 놓기
국내 거래소에 표시되는 XRP/KRW는 원화로 거래된 가격입니다. 해외 거래소의 XRP/USD 또는 XRP/USDT와 바로 비교하면 단위가 달라 헷갈립니다. 먼저 해외 XRP 가격에 같은 시점의 달러·원 환율을 곱해 원화로 환산합니다. 그다음 국내 가격과 비교해야 국내에서 유독 비싸게 거래되는지 감이 잡힙니다.
예를 들어 해외 XRP 가격이 2달러이고 환율이 1,400원이라면 환산 가격은 약 2,800원입니다. 같은 시각 국내 가격이 2,940원이면 차이는 약 5%입니다. 모두 설명을 위한 가정값이고, 실제 가격은 계속 바뀝니다. 업비트 데이터랩에서도 글로벌 가격과 업비트 가격의 차이를 보여주는 프리미엄 지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차이를 곧바로 차익거래 수익으로 계산하면 곤란합니다. 거래 수수료와 환전 비용이 들고, 거래소 간 코인을 옮기는 동안 가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국내 가격이 눈에 띄게 높을 때 매수를 서두르지 않는 참고 신호로 씁니다.
상승률을 볼 때는 기준 시각부터 맞추기
같은 리플시세인데 화면마다 상승률이 다르게 나와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확인해 보니 한쪽은 당일 오전 9시 가격과 비교했고, 다른 쪽은 정확히 24시간 전 가격과 비교하고 있었습니다. 가격 자체가 틀렸다기보다 비교 기준이 달랐던 겁니다.
그래서 상승률 옆의 작은 글씨를 먼저 읽습니다. 당일 대비인지, 24시간 대비인지, 일주일 대비인지에 따라 같은 움직임도 다르게 보입니다. 거래량도 함께 봅니다. 가격이 짧은 시간에 뛰었는데 거래량까지 급증했다면 관심이 몰린 상황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상승이 이어진다고 판단할 근거는 되지 않습니다. 급등 직후에는 매수 주문이 몰렸다가 빠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차트에서는 1분 봉만 오래 들여다보지 않으려 합니다. 1시간 봉과 일봉으로 최근 가격 범위를 확인한 다음, 지금 가격이 그 범위의 어느 쪽에 있는지 봅니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매수가와 손절 기준을 적어 두면 화면의 빨간 숫자에 끌려 주문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현재가와 실제 체결 가격은 다르다
거래소의 현재가는 최근 체결된 가격입니다. 지금 내 주문이 그 가격에 체결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매수할 때는 매도 호가에 얼마만큼의 물량이 쌓여 있는지 봐야 합니다. 업비트의 주문 안내도 시장가 매수를 반대편 호가의 유리한 가격부터 체결하는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가령 2,800원에 100개, 2,805원에 200개가 매도 주문으로 나와 있는데 한 번에 250개를 시장가로 사면, 전부 2,800원에 살 수 없습니다. 일부는 다음 가격에서 체결됩니다. 주문 규모가 호가창 물량에 비해 크거나 가격이 급하게 움직일 때 이런 차이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저는 급한 매수가 아니라면 원하는 가격과 수량을 정해 지정가 주문을 넣습니다. 대신 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받아들입니다. 시장가가 편한 상황이라도 주문 전에는 예상 체결 금액과 수수료를 확인합니다. 시세 화면의 숫자보다 실제로 내 계좌에서 나갈 돈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싸 보일수록 시가총액과 공급량 확인하기
XRP 한 개의 가격이 다른 코인보다 낮다고 해서 상승 여력이 더 크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코인마켓캡은 시가총액을 현재 가격에 유통량을 곱한 값으로 계산합니다. 비교할 때는 개당 가격과 함께 시가총액을 봐야 규모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공급량도 한 숫자로 끝나지 않습니다. 유통량은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물량의 추정치이고, 총공급량은 이미 존재하는 물량을 뜻합니다. XRP 레저의 설명에 따르면 리플은 보유 XRP 일부를 에스크로에 넣어 관리합니다. 그래서 저는 XRP를 볼 때 유통량과 에스크로 물량에 관한 최신 공개 자료를 같이 확인합니다. 공급량 수치와 집계 기준은 서비스마다 다를 수 있어 숫자가 어긋나면 기준일도 확인합니다.
리플시세가 떨어졌다는 말만 들으면 예전의 저는 매수 버튼부터 찾았습니다. 지금은 원화와 해외 가격의 차이, 상승률의 기준 시각, 호가창, 공급량을 차례로 확인합니다. 그 과정을 거쳐도 가격이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무엇을 확인하고 주문했는지는 나중에 제 판단을 돌아볼 때 분명히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