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에서 헌법불합치 결정 소식을 전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럼 예전에 끝난 일도 다시 바뀌나요?” 법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과 과거 사건을 다시 다룰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여기서 필요한 말이 ‘소급효’입니다. 새 판단의 효력이 어느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를 뜻합니다.
헌법불합치는 왜 곧바로 법을 없애지 않을까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는 것은 해당 법률에 헌법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그 문제를 고칠 방법은 국회가 정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조항을 즉시 없애면 필요한 제도까지 멈출 수 있고, 위헌인 부분만 덜어내려면 새 기준을 법률로 만들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정문에는 법을 고쳐야 하는 시한과 그때까지 기존 조항을 어떻게 다룰지가 함께 적힙니다. ‘잠정적용’은 일정 기간 기존 조항의 적용을 이어 가라는 뜻이고, ‘적용중지’는 문제 된 조항을 더는 적용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하나의 조항 안에서도 계속 적용할 부분과 적용을 멈출 부분이 나뉠 수 있습니다. 헌법불합치라는 네 글자만 보고 과거 사건의 결과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소급효는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헌법재판소법 제47조는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이나 조항이 원칙적으로 결정일부터 효력을 잃는다고 정합니다. 형벌에 관한 조항은 별도로, 소급하여 효력을 잃도록 합니다. 다만 그 형벌조항에 관해 과거 합헌 결정이 있었다면 소급 범위는 그 합헌 결정일의 다음 날부터입니다. 위헌으로 결정된 형벌조항에 근거한 유죄 확정판결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불합치에서는 이 조문만 읽고 답을 끝낼 수 없습니다. 결정이 기존 법의 잠정적용을 명했는지, 적용중지를 명했는지에 따라 효력의 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2020년 세무사법 사건에서, 비형벌조항을 잠정적용하라는 결정이 내려지고 개정 시한이 지나도록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잠정적용된 부분은 원칙적으로 그 시한 이후를 향해 효력을 잃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적용이 중지된 부분은 헌법불합치 결정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효력을 잃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대법원은 일반 세무사의 등록을 허용하는 부분은 잠정적용되지만,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일률적으로 막는 부분은 적용이 중지된다고 보았습니다. 한 결정 안에서도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에 따라 과거 사건에 미치는 효과가 달라진 셈입니다.
이미 끝난 사건과 진행 중인 사건은 같을까요?
소급효가 인정된다는 말은 과거의 모든 처분과 판결이 자동으로 뒤집힌다는 뜻이 아닙니다. 소송이 진행 중인지, 판결이 확정됐는지, 행정처분을 다툴 기간이 지났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대법원은 위헌 결정 전에 내려진 행정처분이라도 불복 기간이 지나 확정력이 생겼다면, 그 결정의 소급효만으로 처분을 다시 다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확정판결도 구별해야 합니다.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에는 앞서 본 재심 규정이 있습니다. 비형벌 사건에는 그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는 당해 소송사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별도 규정이 있습니다. 따라서 “확정됐으니 언제나 불가능하다”거나 “헌법불합치니까 누구나 재심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개선된 법률의 적용 범위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국회는 개정법의 부칙에 시행일과 적용 대상을 적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진행 중이던 사건에 새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결정의 취지와 해당 조항의 성격까지 법원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2026년 유류분 판결은 무엇을 보여줄까요?
날짜를 놓고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25일, 오랫동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의 몫을 유류분 계산에 반영하지 않는 민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회는 2026년 3월 17일 민법을 고쳤습니다. 개정법 부칙은 새 규정을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시작된 경우에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보다 먼저 상속이 시작됐지만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재판이 진행 중이던 사건은 어떨까요? 대법원은 2026년 6월 11일 판결에서, 그런 사건에도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사건의 상속 개시일은 2020년 11월 16일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개정법 부칙의 날짜만으로 판단을 멈추지 않고, 기존 조항의 위헌적인 부분을 그 진행 중인 재판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심판결은 파기되어 다시 심리하게 됐습니다.
이 사례가 과거의 모든 상속 사건을 다시 열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법원이 밝힌 범위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 낸 사건과, 그 결정 당시 관련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이던 사건이 포함됩니다. 소급효를 이해할 때는 결정문에 적힌 적용 방식, 개정법 부칙의 날짜, 내 사건이 그날 어떤 상태였는지를 차례로 놓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같은 법을 두고도 답이 달라지는 지점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