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다 보니 짐을 쌀 때 콘센트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사진에는 침대 양옆에 콘센트가 보였는데, 막상 가보면 한쪽은 가구에 가려져 있거나 꽂아도 헐거운 경우가 있거든요. 해외 숙소라면 플러그 모양까지 달라집니다. 그래서 여행용 멀티어댑터를 챙기는데, 공항에 가기 전에는 늘 같은 질문이 따라옵니다. 이걸 부치는 가방에 넣어도 될까?
배터리가 없는 멀티어댑터는 부치는 짐에 넣을 수 있다
먼저 제품을 뒤집어 보세요. 콘센트에 꽂아야만 작동하고 자체 충전 기능이 없는 일반 멀티어댑터라면 보통 위탁수하물과 기내 휴대수하물 모두 가능합니다. USB 포트가 달렸다는 이유만으로 보조배터리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USB 포트가 있어도 벽 콘센트에서 전기를 받아 기기를 충전하는 제품이라면 배터리 내장 여부를 따로 봐야 합니다.
저는 플러그 핀이 튀어나온 채로 캐리어에 넣지 않습니다. 파우치에 담거나 옷 사이에 넣어두면 핀이 휘거나 다른 물건을 긁을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숙소에 도착해서야 핀이 흔들리는 걸 발견하면, 충전기 하나 없는 것보다 더 난감합니다. 체크인 직후 휴대전화가 필요한 일정이라면 멀티어댑터를 기내 가방에 넣는 편이 꺼내 쓰기도 쉽습니다.
보조배터리 겸용이라면 짐 싸는 방법이 달라진다
헷갈리는 건 콘센트 플러그와 보조배터리가 한 몸인 제품입니다. 벽에서 뽑은 뒤에도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다면 배터리가 들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제품을 일반 어댑터처럼 위탁수하물에 넣으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보조배터리를 여분 리튬배터리로 취급하며, 위탁수하물에 넣지 말고 기내에 휴대하도록 안내합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보조배터리는 위탁수하물로 처리할 수 없다고 안내합니다.
제품 설명의 ‘멀티어댑터’라는 이름만 믿지 말고 본체의 배터리 용량 표시를 확인하는 게 빠릅니다. 20,000mAh라고만 적혀 있다면 전압도 함께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 전압이 3.7V인 20,000mAh 제품은 20,000에 3.7을 곱하고 1,000으로 나눠 74Wh입니다. 기내 반입 가능 용량과 개수, 기내 사용 여부는 항공사마다 다를 수 있으니 탑승하는 항공사의 최신 안내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용량 표시가 흐리거나 아예 없다면 공항에서 설명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수하물 규정보다 먼저 볼 것은 숙소 콘센트다
멀티어댑터를 챙겼는데도 숙소에서 못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흔한 착각은 플러그 모양만 맞으면 전압도 맞는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멀티어댑터는 대개 플러그 모양을 바꿔주는 물건이지, 전압을 바꿔주는 변압기가 아닙니다. 휴대전화 충전기처럼 입력 전압에 ‘100~240V’라고 적힌 기기는 여러 나라에서 쓰기 편하지만, 220V 전용 헤어드라이어나 고데기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숙소 리뷰를 볼 때도 저는 ‘콘센트 많아요’라는 말보다 침대에서 실제로 닿는 위치인지, 책상 옆에 있는지, 플러그를 꽂았을 때 헐겁지 않은지를 더 유심히 봅니다. 콘센트가 두 개여도 하나를 TV가 차지하고 있으면 둘이 묵는 방에서는 금방 부족해지거든요. USB 포트가 여러 개 달린 어댑터를 가져간다면 동시에 연결할 때의 총출력도 살펴볼 만합니다. 포트마다 적힌 최대출력을 모두 한꺼번에 쓸 수 있는 제품만 있는 건 아닙니다.
출발 전에는 제품 뒷면을 한 번 더 본다
제 짐 싸는 순서는 단순합니다. 먼저 멀티어댑터가 콘센트 없이도 충전되는지 확인합니다. 충전된다면 배터리 용량 표시를 보고 기내 가방에 넣습니다. 충전되지 않는 일반형이라면 부치는 짐에 넣어도 되지만, 핀이 손상되지 않게 감쌉니다. 가져갈 전자기기의 입력 전압과 목적지 플러그 형태를 확인합니다. 경유편이 있다면 이용하는 항공사별 안내도 함께 보는 편이 마음이 놓입니다.
숙소 사진과 실제가 달라 당황한 적은 있어도, 전기 제품 때문에 여행 첫날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행용 멀티어댑터 수화물 문제는 제품 이름보다 배터리가 들어 있는지에서 갈립니다. 그 한 가지만 먼저 확인해도 공항에서 가방을 다시 여는 일은 꽤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