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묵은 펜션은 침대 옆에 콘센트가 하나뿐이었다. 사진에는 양쪽 협탁이 반듯하게 놓여 있었는데, 실제로 충전할 수 있는 자리는 TV 아래였다. 휴대폰 두 대와 노트북을 번갈아 꽂다 보니 잠들기 전까지 충전 순서를 정해야 했다.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면서 이런 일은 꽤 자주 겪었다. 그래서 요즘은 예약 사진에서 콘센트가 안 보이면 충전기를 어떻게 챙길지부터 생각한다.
여행용 멀티어댑터 65w를 고를 때도 처음에는 숫자가 크면 편하겠거니 했다. 그런데 숙소에서 써보면 65W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다. 어느 포트에서 65W가 나오는지, 두 기기를 꽂았을 때 전력이 어떻게 나뉘는지, 묵을 곳의 콘센트에 본체가 안정적으로 꽂히는지다.
65W면 노트북까지 다 해결될까
65W는 보통 USB-C 포트의 최대 출력 또는 USB 포트 전체의 최대 출력을 뜻한다. 제품마다 표기 방식이 달라서 숫자만 보고 노트북과 휴대폰을 동시에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망하기 쉽다. 예를 들어 USB-C 한 곳을 단독으로 쓸 때 최대 65W인 제품도, 다른 포트에 휴대폰을 연결하면 노트북 쪽 출력이 낮아질 수 있다. USB-IF도 여러 포트가 출력을 공유하는 충전기와 각 포트의 출력을 따로 보장하는 충전기를 구분한다.
내 기준에는 상세 설명의 포트별 출력표가 제품 사진보다 먼저다. USB-C 하나만 쓸 때, USB-C 두 개를 함께 쓸 때, USB-A까지 꽂았을 때의 숫자를 각각 본다. 노트북이 요구하는 충전 전력도 확인해야 한다. 65W 충전을 지원하는 노트북이라도 사용하면서 영상 편집이나 게임을 하면 배터리가 천천히 차거나 줄 수 있다. 작은 충전기를 기대했다가 작업 중 배터리 잔량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면 짐 하나 줄인 이점이 크지 않다.
케이블도 빠뜨리기 쉽다. USB-C 케이블이라고 모두 같은 전력을 전달하는 건 아니다. 65W 출력을 제대로 쓰려면 어댑터와 노트북의 충전 규격이 맞고, 케이블도 그 전력을 지원해야 한다. USB-IF의 케이블 표시에는 60W와 240W처럼 지원 전력이 구분돼 있다. 어댑터만 새로 사고 오래된 케이블을 그대로 가져갔다면 충전 속도가 예상과 다를 수 있다.
숙소에서는 포트 수보다 콘센트 위치가 더 거슬렸다
펜션 사진을 볼 때 침대 옆 조명은 잘 보이는데 콘센트는 프레임 밖에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협탁 뒤에 하나가 숨어 있거나, 침대에서 한참 떨어진 화장대 아래에만 있기도 했다. 이런 방에서는 포트가 네 개 달린 멀티어댑터보다 길이가 적당한 케이블 한두 개가 더 유용했다. 본체를 꽂아도 휴대폰을 바닥에 내려놓아야 한다면 사용감은 별로다.
벽면 콘센트 주변 공간도 봐야 한다. 두꺼운 어댑터는 옆 콘센트를 가리거나 가구에 걸려 끝까지 꽂히지 않을 수 있다. 오래된 펜션에서 콘센트가 헐거웠던 적에는 무거운 본체가 아래로 처지는 게 신경 쓰였다. 그때는 여러 기기를 한꺼번에 연결하지 않고, 숙소에서 쓸 수 있는 다른 콘센트를 찾았다. 여행 가방에서는 작은 크기가 장점이지만 벽에 꽂았을 때의 무게와 형태까지 생각해야 한다.
국내 숙소만 다닌다면 여러 나라 플러그가 달린 제품을 꼭 살 이유는 적다. 국내 콘센트에 맞는 충전기로도 충분한 사람이 많다. 반대로 해외 숙소까지 자주 간다면 방문 국가의 플러그 모양을 확인하고, 어댑터의 플러그가 제대로 맞는지 챙기는 편이 낫다. ‘여행용’이라는 이름만으로 어느 나라에서든 쓸 수 있다고 믿기에는 제품마다 지원 범위가 다르다.
플러그 모양과 전압은 따로 확인해야 한다
멀티어댑터를 처음 사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부분이다. 플러그 모양을 바꿔주는 여행용 어댑터는 전압을 바꿔주지 않는다. 전기안전단체 Electrical Safety First도 여행용 어댑터를 쓸 때 기기의 입력 전압과 어댑터의 허용 용량을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휴대폰 충전기와 노트북 어댑터는 입력 전압 범위가 넓은 제품이 많지만, 가지고 갈 제품의 표기를 직접 보는 게 정확하다.
특히 드라이기나 고데기처럼 전력을 많이 쓰는 기기는 USB 포트의 65W와 아무 관계가 없다. 멀티어댑터에 달린 AC 소켓으로 쓴다면 그 소켓의 허용 전력과 기기의 입력 전압을 따로 봐야 한다. 접지가 필요한 기기를 연결할 계획이라면 접지 지원 여부도 확인할 부분이다. 숙소 욕실의 콘센트나 상태가 좋지 않은 콘센트에 억지로 꽂는 일도 피한다. 충전 하나 때문에 숙소에서 불안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다.
누구에게는 편하고 누구에게는 짐만 된다
내가 여행용 멀티어댑터 65w를 권하고 싶은 쪽은 노트북과 휴대폰을 함께 들고 다니고, 숙소를 옮길 때마다 충전기 여러 개를 챙기는 사람이다. 단일 포트 출력과 동시 사용 출력이 필요한 기기에 맞는 제품이라면 짐을 줄이는 체감이 있다. 반면 휴대폰 하나만 충전하고 국내 펜션 위주로 다닌다면 기존 충전기로 충분할 가능성이 높다. 기기 세 대를 밤새 꽂아두려는 사람도 포트 개수만 보고 고르기보다 전력 배분표를 먼저 봐야 한다.
숙소 리뷰를 쓸 때 콘센트 위치를 따로 적는 이유가 있다. 전망이나 침구가 마음에 들어도 충전할 자리가 불편하면 머무는 동안 계속 손이 간다. 어댑터를 살 때도 광고 사진 속 단정한 책상보다, 침대에서 먼 콘센트 하나에 내 기기들을 꽂아야 하는 밤을 떠올린다. 그 상황에서 쓸 만한 제품이면 다음 여행에도 자연스럽게 가방에 넣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