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작은 방에서 책상을 창가로 옮겼다가 하루 만에 원래 자리로 돌린 적이 있습니다. 앉아 있을 때는 좋았는데, 의자를 빼면 방문이 반쯤 막히더군요. 책상 배치는 앉은 모습보다 일어나서 움직이는 순간에 불편함이 더 잘 드러납니다.
책상 크기보다 의자 뒤 공간을 먼저 잽니다
저는 책상을 옮기기 전에 바닥에 마스킹테이프로 책상 자리를 표시합니다. 줄자로 책상 가로·세로를 재고, 의자를 평소처럼 뒤로 뺀 위치까지 표시해요. 이 상태에서 문을 열고, 서랍을 당기고, 방을 한 바퀴 걸어봅니다. 무거운 책상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의자 뒤로 사람이 지나가야 한다면 저는 대략 80~90cm를 목표로 잡습니다. 혼자 쓰는 방이라 통로가 겹치지 않으면 조금 좁아도 괜찮지만, 의자에서 일어날 때마다 몸을 비틀어야 한다면 오래 쓰기 힘들어요. 책상 옆 서랍장도 문이 끝까지 열리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줄자로 잰 숫자에는 서랍 손잡이와 의자가 회전하는 폭이 빠지기 쉽거든요.
준비물은 줄자와 마스킹테이프면 충분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다면 재료비는 들지 않고, 방 한 곳을 재고 두세 가지 자리를 시험하는 데 20~30분쯤 걸립니다. 줄자는 앞으로도 쓸 일이 많아 하나 사도 아깝지 않지만, 이번 한 번이라면 빌려도 됩니다.
창문 앞이 늘 좋은 자리는 아닙니다
창가 책상은 사진으로 보면 시원해 보입니다. 그런데 낮에 모니터에 창문이 비치거나, 오후 햇빛이 얼굴로 들어오면 커튼을 계속 치게 됩니다. 저는 책상에 앉은 눈높이에서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한 번씩 화면을 봅니다. 책상을 놓을 벽만 보고 결정했을 때보다 실패가 적었어요.
모니터를 쓴다면 창문을 화면 바로 뒤나 정면에 두기보다 옆으로 두는 편이 눈부심을 조절하기 쉽습니다. 다만 창 방향과 커튼 두께에 따라 달라요. 노트북이나 빈 액자를 임시 화면처럼 세워두고 빛이 비치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햇빛이 강한 시간에만 불편하다면 책상부터 다시 옮기기 전에 커튼이나 블라인드 각도를 바꿔보는 게 수고가 적습니다.
책장 옆에 책상을 바짝 붙일 때도 손을 뻗어 자주 쓰는 물건을 꺼낼 수 있는지 봅니다. 보기 좋게 붙여놓고 의자를 매번 밀어야 책을 꺼낼 수 있다면 금세 불편해집니다. 자주 쓰는 물건은 앉은 자리에서 닿는 쪽에, 가끔 쓰는 물건은 뒤쪽에 두는 편이 편했습니다.
콘센트와 케이블 길이까지 자리에 포함합니다
책상이 들어갈 자리만 맞춰놓고 나중에 콘센트가 멀다는 걸 발견하기 쉽습니다. 이동하기 전에 노트북 충전기, 모니터, 스탠드처럼 실제로 쓸 기기를 적고 전선이 어디로 지나갈지 바닥에서 따라가 봅니다. 방문이나 의자가 전선을 누르는 자리라면 배치를 다시 잡는 게 낫습니다.
- 콘센트까지 닿는지 기기마다 전선 길이를 확인합니다.
- 멀티탭은 발에 걸리지 않고 먼지를 닦기 쉬운 곳에 둡니다.
- 남는 전선은 케이블 타이나 벨크로 밴드로 느슨하게 묶습니다.
벨크로 밴드 몇 개면 보통 몇천 원 선에서 해결됩니다. 전선 경로를 잡고 묶는 데는 15~20분 정도면 되고요. 벽에 새 콘센트를 만들거나 기존 배선을 손대야 하는 상황이라면 직접 작업하지 않습니다. 전기 작업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저는 그 전에 책상 위치나 기기 수를 조정할 방법부터 찾습니다.
한 번에 고정하지 말고 며칠 써봅니다
바닥 표시가 괜찮았다면 책상을 옮겨 실제로 앉아봅니다. 혼자 들기 버거운 책상은 무리하지 말고 한 사람의 도움을 받으세요. 바닥 긁힘이 걱정되면 다리 아래에 이사 패드나 두꺼운 천을 받치고, 끌기 전에 바닥에 모래나 작은 나사가 없는지 먼저 봅니다. 작은 흠집은 책상을 다 옮긴 뒤에야 눈에 들어오더군요.
저는 배치를 바꾼 뒤 최소 이틀은 선반이나 케이블 고정구를 설치하지 않습니다. 첫날에는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로 일해보면 팔꿈치가 벽에 닿거나, 화상회의 때 뒤쪽이 지나치게 밝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틀 동안 앉는 시간, 일어나는 횟수, 자주 손을 뻗는 방향을 살펴보고 책상을 10~20cm씩 조정합니다.
책상 하나 옮기는 데도 치수 확인 30분, 가구 이동 30분, 케이블 손질 20분 정도는 잡는 게 현실적입니다. 방을 비우거나 무거운 가구를 함께 옮겨야 하면 더 걸리고요. 그래도 처음에 바닥 표시를 해두면 책상 위치를 여러 번 바꾸는 수고를 꽤 줄일 수 있습니다. 제가 오래 쓰게 되는 자리는 대개 사진에서 가장 멋진 자리보다, 의자를 편하게 빼고 손이 자연스럽게 닿는 자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