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아이가 태어난 지 1년 된 부부와 전셋집을 보러 갔습니다. 마음에 든 집은 보증금 3억 2천만원. 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을 받으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계산기를 두드리자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대출 한도만 보고 계약금을 보내기엔 확인할 게 꽤 많았습니다.
출산 요건보다 먼저 소득과 자산을 봤다
주택도시기금과 취급 은행의 상품 안내를 보면, 대출 접수일 기준 2년 안에 출산하거나 입양한 가구가 대상입니다. 2023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부터 적용됩니다.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이어야 하고, 임대차계약을 맺어 보증금의 5% 이상을 지급해야 합니다. 출산 예정이라는 사정만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일정이 꼬일 수 있습니다.
소득은 원칙적으로 부부 합산 연 1억 3천만원 이하입니다. 부부 모두 소득이 있다면 합산 2억원 이하까지 가능하지만, 그중 한 사람의 소득은 1억 3천만원 이하여야 합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아이의 가족관계증명서에 등재된 부모의 소득을 함께 봅니다. 순자산 기준도 따로 있으며 기준 금액은 매년 바뀝니다. 연봉만 맞는다고 계약부터 할 일이 아닌 이유죠.
은행 창구에서 가장 난감한 순간은 ‘우리 소득은 이 정도’라는 기억과 제출 서류의 숫자가 다를 때입니다. 상여금이 들어간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사업자의 소득금액증명원 등을 먼저 챙겨야 합니다. 아이의 출생신고와 가족관계증명서 등재 여부도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3억 2천만원짜리 집, 현금은 얼마가 필요했을까
현재 안내된 대출 한도는 임차보증금의 80% 이내, 최대 2억 4천만원입니다. 앞의 집에서 보증금의 80%는 2억 5천6백만원이지만 실제 상품 한도는 2억 4천만원이니, 최소 8천만원은 자기 돈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여기에 중개보수, 이사비, 보증료, 대출 관련 비용이 붙습니다. ‘80% 대출’이라는 말만 듣고 자기 돈을 6천4백만원으로 잡았다면 잔금 날 1천6백만원이 비는 셈입니다.
대상 주택도 걸러야 합니다. 임차 전용면적은 보통 85㎡ 이하이고, 수도권이 아닌 도시지역 밖 읍·면은 100㎡ 이하까지 인정됩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85㎡ 이하입니다. 보증금은 수도권 5억원, 그 외 지역 4억원 이하여야 합니다. 이 숫자들은 ‘신청 가능한 집’의 기준이지, 그 집에 대출이 무조건 나온다는 약속은 아닙니다. 보증기관과 은행의 심사 결과에 따라 실제 가능액은 줄 수 있습니다.
싼 금리보다 보증금이 돌아올 집인지가 먼저다
2026년 취급 은행 안내상 특례금리는 연 1.3~4.3%입니다. 부부 소득과 보증금 구간 등에 따라 달라지고, 지방 주택에는 금리 인하 기준도 있습니다. 가령 2억 4천만원을 연 2.2%로 빌려 이자만 낸다면 월 이자는 약 44만원입니다. 연 3.2%라면 약 64만원이고요. 두 금리의 차이는 한 달 20만원입니다. 실제 적용금리는 심사 결과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경매 현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월 이자보다 무서운 숫자가 있습니다. 집값에 비해 선순위 근저당과 전세보증금이 지나치게 큰 집의 보증금입니다. 집주인이 돈을 못 돌려줘 경매로 넘어가면, 낙찰대금에서 선순위 권리자가 먼저 가져갈 수 있습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의 근저당권 설정액, 주변의 실제 매매 사례, 같은 건물의 다른 임차인 보증금을 함께 봐야 합니다. 신탁등기가 있는 집이라면 누가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맺을 권한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저라면 계약 전 취급 은행에 해당 주소로 대출과 보증 심사가 가능한지 먼저 묻겠습니다. 계약서에는 대출이나 보증이 불가능할 때 계약금을 돌려받는 조건을 중개사와 임대인에게 구체적으로 협의해 적고요. 보증금 반환을 위한 보증 가입 가능 여부도 별도로 확인합니다. 대출 승인은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잔금 일정과 4년 뒤 이자까지 적어둔다
신규 계약은 임대차계약서상 잔금 지급일과 전입일 중 빠른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렇다고 잔금 직전까지 기다려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류 보완이나 보증 심사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계약 전에 은행과 일정부터 맞춰야 합니다. 신분증, 확정일자가 있는 계약서, 계약금 지급 영수증, 가족관계 및 소득 확인 서류도 미리 준비하면 덜 급해집니다.
특례금리는 기본 4년 동안 적용됩니다. 추가 출산이 있으면 자녀 1명당 4년씩 연장돼 최장 12년까지 적용될 수 있지만, 그 뒤에는 별도 금리 기준이 적용됩니다. 대출 자체는 최초 2년 이내이고 연장 요건을 충족하면 최장 12년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연장할 때 일정 금액을 상환하지 않으면 가산금리가 붙을 수 있다는 점도 가계부에 넣어야 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이사할 집은 마음에 들면 빨리 잡고 싶어집니다. 그래도 저는 보증금 3억 2천만원짜리 집 앞에서 먼저 현금 8천만원과 여윳돈, 등기부의 선순위 권리, 보증 가능 여부를 차례로 적어봅니다. 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은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수단이지만, 오래 편히 살 집인지는 결국 계약 전에 확인한 숫자와 서류가 말해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