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좌완 불펜 조동욱 권민규를 기록으로 다시 봤다

한화 좌완 불펜 조동욱 권민규를 기록으로 다시 봤다

올 시즌 한화 경기를 보다 보면 선발이 내려간 뒤에도 왼손 투수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눈길이 갔다. 같은 좌완이라도 조동욱과 권민규가 맡은 몫은 꽤 달랐다. 2026년 정규시즌 기록을 나란히 놓으니 한화 좌완 불펜의 현재와 앞으로의 숙제가 함께 보인다.

75경기의 조동욱, 숫자보다 먼저 보이는 역할

KBO 기록실 기준 조동욱은 2026년 75경기에 등판해 56⅓이닝을 던졌다. 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등판이다. 3승 4패, 1세이브, 10홀드에 평균자책점은 4.31. 등판 횟수에 비해 이닝이 적은 건 한 번 나올 때 평균 1이닝도 채 던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 계산하면 경기당 약 0.75이닝이다.

이 숫자는 조동욱이 긴 이닝을 책임지기보다 경기 중간의 짧은 구간에 자주 호출됐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75경기는 단순히 ‘많이 던졌다’로만 읽기 어렵다. 감독이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는 카드였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휴식과 체력 관리가 중요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시즌 내내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다는 KBO 기록까지 보면, 한화 불펜에서 그의 가용성이 얼마나 컸는지 더 선명해진다.

내용은 어떨까. 57탈삼진과 22볼넷으로 9이닝당 탈삼진은 약 9.1개다. 타자를 헛스윙이나 스트라이크아웃으로 돌려세울 힘은 있었다. 반면 피안타 66개, 이닝당 출루 허용을 뜻하는 WHIP 1.56은 주자를 자주 내보냈다는 사실도 말해준다. 삼진을 잡는 장점과 주자 관리의 부담이 한 시즌 기록 안에 같이 들어 있다.

권민규의 17경기는 성장 가능성과 거리감을 함께 보여준다

권민규는 17경기에서 20⅓이닝을 소화했다. 1승, 평균자책점 4.43, 탈삼진 16개. 조동욱과 평균자책점 차이는 0.12에 불과하지만, 두 선수를 같은 단계의 불펜 자원으로 보기에는 등판 규모가 다르다. 조동욱이 시즌 내내 반복해서 마운드에 오른 투수라면, 권민규는 기회를 받으며 1군에서 통할 구간을 확인한 투수에 가깝다.

권민규의 기록에서 눈에 걸리는 건 피안타 26개와 볼넷 10개다. WHIP는 1.77로 조동욱보다 높다. 20⅓이닝이라는 비교적 작은 표본에서 출루가 잦았으니, 평균자책점 4.43 하나만 보고 안정감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2025년에는 5경기 5⅓이닝, 평균자책점 8.44였던 만큼 올해 1군 이닝을 늘린 건 분명한 진전이다. 다만 그 진전이 곧바로 접전의 고정 역할을 뜻하지는 않는다.

등판 방식도 흥미롭다. 권민규는 8월 21일 LG전에서 4⅓이닝을 던졌다. 짧게 한 타자만 상대하는 좌완 카드에 역할을 가두기보다, 상황에 따라 여러 이닝을 맡겨본 셈이다. 그날 6피안타 3실점이라는 내용까지 함께 보면 가능성과 과제가 동시에 남았다. 긴 이닝을 소화할 여지는 보였지만, 그 시간을 얼마나 깔끔하게 버티느냐가 다음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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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왼손이라도 필요한 순간은 다르다

불펜 투수를 볼 때 좌타자를 상대했는지만 확인하면 놓치는 장면이 많다. 앞 투수가 남긴 주자가 있었는지, 다음 타순에 우타자가 기다리는지, 교체 뒤에도 한 이닝을 더 맡아야 하는지가 실제 등판의 무게를 바꾼다. 그래서 조동욱의 10홀드와 권민규의 0홀드를 곧바로 실력 순위처럼 읽고 싶지는 않다. 홀드는 투수의 투구 내용뿐 아니라 투입되는 경기 상황의 영향도 받는다.

조동욱에게는 많은 등판 속에서도 타자를 빠르게 처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삼진 57개는 강점이지만, 주자를 내보낸 뒤 맞는 안타 한 개는 짧은 등판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권민규에게는 출루 허용을 줄이며 어떤 상황에서 꾸준히 아웃카운트를 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화가 두 선수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의 크기가 다른 이유다.

시즌 끝자락의 몇 경기가 남긴 생각

조동욱의 마지막 흐름은 시즌 전체 평균자책점만으로는 읽히지 않는다. KBO 경기별 기록을 보면 9월 19일 LG전과 23일 롯데전에서 각각 실점하고 패전을 기록했다. 그런데 9월 26일부터 10월 6일까지 이어진 마지막 6차례 등판에서는 실점이 없었다. 흔들린 뒤에도 다시 점수판에 0을 쌓았다는 점은 기억할 만하다. 물론 이 짧은 구간만으로 시즌 전체의 불안 요소가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권민규 역시 8월 14일 삼성전에서 1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날이 있었고, 8월 21일처럼 긴 이닝을 맡은 날도 있었다. 좋은 장면 하나보다 다음 등판에서 비슷한 투구를 재현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 보인다. 조동욱은 이미 자주 쓰이는 좌완이 됐고, 권민규는 더 큰 역할을 향해 경험을 쌓는 중이다. 내년 한화 불펜을 볼 때도 두 선수의 평균자책점만큼이나 등판 간격, 주자 허용, 맡는 이닝을 함께 챙겨보게 될 것 같다.

한화 좌완 불펜 조동욱 권민규를 기록으로 다시 봤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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