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가계부를 넘기다가 국민카드 결제 예정 금액을 보고 잠깐 멈췄습니다. 큰 물건을 산 기억은 없는데, 예상보다 14만 원이 많았거든요. 이용 내역을 펼쳐 보니 배달 두 번, 편의점 네 번, 잊고 있던 구독료가 쌓인 금액이었습니다. 카드가 문제라기보다 작은 결제를 한 달치로 보는 시간이 없었던 거죠.
저는 가계부를 10년 넘게 쓰면서 카드 지출을 무조건 줄이려 할 때보다, 어디에 썼는지 편하게 확인할 때 잔고가 더 안정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국민카드를 쓰고 있다면 다음 네 가지부터 가계부에 붙여 볼 만합니다.
1. 결제 예정 금액보다 이번 달 사용액을 먼저 봅니다
카드값을 확인할 때 결제일에 빠져나갈 금액만 보면 생활비 흐름을 놓치기 쉽습니다. 결제일에 따라 명세서에 잡히는 사용 기간이 달라질 수 있어서, 이번 달에 쓴 돈과 이번 달에 낼 돈이 꼭 같지는 않거든요. 저는 가계부에 두 숫자를 따로 적습니다. ‘이번 달 카드 사용액’은 소비를 살피는 숫자, ‘다음 결제일 납부액’은 통장 잔액을 준비하는 숫자입니다.
예를 들어 10월에 국민카드로 68만 원을 썼고 11월 결제 예정 금액이 54만 원이라면, 생활비를 돌아볼 때는 68만 원을 봅니다. 남은 14만 원이 아직 청구되지 않았다고 해서 덜 쓴 돈은 아니니까요. 반대로 통장에는 결제일 전에 54만 원이 있어야 합니다. 이 두 숫자를 섞지 않는 것만으로도 ‘분명 아꼈는데 카드값은 왜 많지?’ 하는 답답함이 줄어듭니다.
2. 카드 사용 한도는 월급에서 거꾸로 계산합니다
제가 쓰는 기준은 카드사의 이용 한도가 아니라 우리 집이 감당할 수 있는 생활비입니다. 월 실수령액이 320만 원인 집을 예로 들어 볼게요. 주거비와 보험료 등 고정지출이 175만 원, 저축이 50만 원이라면 남는 생활비는 95만 원입니다. 그중 계좌이체나 현금으로 쓰는 돈이 25만 원이라면 카드로 쓸 수 있는 금액은 70만 원입니다.
여기서 식비와 생필품처럼 꼭 필요한 카드 지출을 48만 원으로 잡으면, 외식이나 취미에 쓸 여유는 22만 원입니다. 이 돈을 한 번에 다 쓰지 않도록 주별로 나누면 대략 5만 5천 원씩 쓸 수 있죠. 어느 주에 약속이 몰려 8만 원을 썼다면 다음 주를 조금 가볍게 보내면 됩니다. 매주 같은 금액을 지키는 것보다 한 달 전체가 70만 원 안에 들어오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3. 소액 결제는 횟수와 이유를 함께 적습니다
가계부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 지출은 의외로 5천 원 안팎의 결제였습니다. 커피값 4,500원을 주 4번 쓰면 한 달을 4주로 잡아 7만 2천 원입니다. 이 숫자를 보고 커피를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즐기는 커피인지, 피곤해서 습관처럼 결제한 커피인지는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저는 국민카드 이용 내역을 볼 때 식비를 한 줄로 묶지 않고 ‘장보기’, ‘배달’, ‘회사 점심’ 정도로만 나눕니다. 지난달 배달이 6번에 12만 원이었다면 이번 달에는 횟수를 4번으로 잡고 장보기 비용을 조금 늘리는 식입니다. 배달 두 번을 줄여 4만 원을 아끼더라도 재료비가 1만 5천 원 더 들었다면 실제로 남은 돈은 2만 5천 원입니다. 이런 계산이 있어야 생활에 맞는 계획이 됩니다.
자동 결제도 한 달에 한 번은 확인합니다. 7,900원, 10,900원, 6,500원짜리 서비스 세 개를 쓰면 매달 2만 5,300원, 1년이면 30만 3,600원입니다. 세 서비스를 모두 잘 쓰고 있다면 필요한 지출입니다. 한동안 열어 보지 않은 서비스가 있다면 그때 하나만 멈춰도 충분합니다.
4. 할인받으려고 더 쓰는 달은 없는지 봅니다
국민카드 혜택을 챙길 때는 ‘얼마를 할인받나’와 함께 ‘그 할인을 위해 얼마를 더 쓰나’를 적어 봅니다. 예를 들어 전월 실적을 채우면 다음 달 5천 원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실적까지 8만 원이 모자란 상황이라면 계산은 단순합니다. 원래 살 물건이 아니라면 5천 원을 얻기 위해 8만 원을 쓰는 셈입니다. 그 달의 카드값은 7만 5천 원 더 무거워집니다.
전월 실적과 할인 대상, 제외되는 결제는 카드 상품마다 다릅니다. KB국민카드의 해당 카드 상품 안내에서 조건을 확인하고, 가계부에는 실제로 받은 할인액만 적는 편이 안전합니다. 혜택을 예상해서 생활비를 늘려 놓으면 막상 할인이 적용되지 않았을 때 예산이 쉽게 흔들립니다.
카드 사용 내역을 보는 일은 지난 소비를 혼내는 시간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저도 바쁜 달에는 배달비가 늘고, 쉬고 싶은 달에는 취미 지출이 커집니다. 그럴 때 가계부가 알려 주는 건 잘못이 아니라 다음 달에 조절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국민카드 결제 예정 금액을 확인하는 날, 그 숫자 옆에 이번 달 사용액과 마음에 걸리는 지출 한 가지만 적어 두어도 다음 달 선택이 조금 쉬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