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카드 상담을 받은 분이 신용점수만 알려주며 국민카드가 나올지 물었다. 상품기획 일을 9년 하면서 이런 질문을 자주 들었다. 그런데 점수 하나로 발급 여부를 말할 수는 없다. 소득에서 빚 상환액을 뺀 금액, 연체 여부, 카드사의 심사가 함께 작동한다. 더구나 발급받을 수 있는 카드와 내 소비에 이득인 카드는 별개다.
1. 신용카드 발급 조건은 네 가지로 본다
KB국민카드가 공시한 개인 신용카드 발급 기준은 성년 여부, 월 가처분소득 50만 원 이상, 신용평점 관련 기준, 카드사의 신청평점기준 충족이다. 신용평점 관련 기준은 개인신용평가회사가 카드사에 제공하는 상위누적구성비 93% 이하이거나 장기연체가능성 0.65% 이하라는 내용이다. 흔히 말하는 ‘몇 점 이상이면 무조건 발급’과는 다르다. 두 수치는 발급 심사에 쓰이는 기준이지, 승인 보장선이 아니다.
신용평점 관련 기준을 넘지 못해도 추가 소득증빙을 받아 상세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KB국민카드는 안내한다. 반대로 위 기준을 채워도 내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발급이 제한될 수 있다. 연체 정보, 기존 대출, 여러 카드의 사용 현황, 최근 카드 발급 내역 등이 영향을 준다. 신청 화면에서 한도나 발급 가능성을 미리 보여주더라도 최종 심사 결과와 같다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2. 월 가처분소득 50만 원은 월급 50만 원과 다르다
가처분소득은 대략 연소득에서 연간 채무 원리금 상환액을 뺀 뒤 12개월로 나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연소득 3,600만 원에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2,400만 원이라면 월 가처분소득은 100만 원이다. 같은 소득이어도 상환액이 3,120만 원이면 월 40만 원이다. 후자는 월 50만 원 기준에 못 미친다. 실제 심사에는 카드사가 확인한 소득과 채무 자료가 쓰이므로 이 계산은 사전 점검용이다.
직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승인되는 것도,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라는 이유만으로 거절되는 것도 아니다. 카드사는 결제 능력을 확인할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통상 신분, 직업, 소득, 재산 관련 서류가 대상이며 신청자 상황에 따라 추가 서류가 붙는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면 최근 입금액만 보고 월평균을 짐작하기보다 증빙 가능한 소득과 현재 대출 상환액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3.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발급 판단이 다르다
‘국민카드 발급 조건’을 검색할 때 카드 종류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신용카드는 카드사가 먼저 결제 대금을 부담하므로 결제 능력과 신용 상태를 심사한다. 체크카드는 원칙적으로 연결 계좌의 잔액 안에서 즉시 결제한다. 신용카드 심사의 월 가처분소득 50만 원 기준을 체크카드에 그대로 대입하면 틀린 답이 된다.
미성년자라면 더더욱 상품별 안내가 필요하다. KB국민카드의 한 체크카드 상품은 만 12세부터 발급 가능하고, 만 12~17세는 법정대리인 동의가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그렇다고 모든 체크카드의 발급 연령과 준비 서류가 같다는 뜻은 아니다. 후불교통 기능이나 신청 방식에 따라서도 확인할 사항이 달라진다. 신청하려는 카드의 상품 안내에서 연령, 계좌, 동의 및 서류 조건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4. 발급 가능성 다음에는 연회비와 실적을 계산한다
발급 심사를 통과해도 혜택을 다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예를 들어 연회비 2만 원인 카드가 특정 업종 10% 할인, 월 통합한도 5천 원, 전월실적 30만 원을 요구한다고 가정하자. 그 업종에서 월 8만 원을 써도 명목상 할인액 8천 원이 아니라 실제 할인액은 한도에 막혀 5천 원이다. 12개월 내내 실적을 채우면 연간 할인액은 6만 원, 연회비를 뺀 금액은 4만 원이다. 연회비만 회수하려면 혜택을 받는 달이 최소 4개월 필요하다.
문제는 실적 30만 원을 채우는 소비다. 혜택 업종에서 8만 원을 쓰고 나머지 22만 원을 다른 카드에서 옮겨와야 한다면, 포기하는 기존 혜택도 비용이다. 그 22만 원에 기존 카드가 1% 적립을 해줬다면 매달 2,200원, 1년이면 2만 6,400원이다. 앞의 순혜택 4만 원에서 이를 빼면 실제 추가 이득은 1만 3,600원으로 줄어든다. 전월실적 제외 항목까지 겹치면 실적 자체를 못 채울 수도 있다.
나는 발급 신청 전에 최근 3개월 지출을 펼쳐 놓고 실적 인정 금액, 할인 대상 금액, 월 통합한도를 따로 적는다. 연회비는 마지막에 뺀다. 발급 조건을 통과하는지는 카드사가 판단하지만, 그 카드를 쓸 이유가 있는지는 이 숫자가 훨씬 분명하게 말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