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권한은 어디까지일까요?

헌법재판소 권한은 어디까지일까요?

얼마 전 강의에서 헌법재판소가 법원 판결도 다시 판단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예전 설명만 떠올리면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2026년 3월 12일부터 일정한 요건을 갖춘 확정판결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 권한은 무엇을 심판하는지와 누가 청구할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이해하기 쉽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왜 따로 있을까요?

우리 헌법은 헌법재판소가 맡는 심판을 다섯 가지로 정합니다.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입니다. 일반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법률을 적용한다면, 헌법재판소는 그 법률이 헌법에 맞는지 판단하고 국가기관 사이의 권한 다툼이나 기본권 침해를 심판합니다.

이 제도는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마련됐습니다. 헌법재판소법은 1988년 9월 1일 시행됐고, 같은 달 재판관 9명이 임명됐습니다. 헌법에 따르면 재판관은 9명입니다. 법률의 위헌 결정, 탄핵 결정, 정당해산 결정, 헌법소원 인용 결정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사건이 접수됐다는 사실과 심판 청구가 받아들여졌다는 사실 사이에는 그만큼 절차와 판단의 간격이 있습니다.

법률이 헌법에 맞는지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재판 중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가 판결에 영향을 준다면, 담당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곧바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법원이 당사자의 제청 신청을 기각했다면, 그 당사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형사사건에서 처벌의 근거가 된 법률 조항이 문제라면, 먼저 그 조항이 해당 재판에 실제로 적용되는지 따져야 합니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해당 소송의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원칙적으로 정지됩니다. 위헌 결정이 내려진 법률 조항은 원칙적으로 결정일부터 효력을 잃습니다. 형벌에 관한 조항에는 소급효가 인정되며, 종전에 같은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이 있었다면 소급 범위에 별도 기준이 적용됩니다.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에게는 재심을 청구할 길도 열립니다.

광고

탄핵과 정당해산은 누가 청구할까요?

탄핵은 국회가 소추를 의결하고 헌법재판소가 파면 여부를 심판하는 절차입니다. 대통령을 포함해 헌법에 열거된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가 대상입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소추가 의결되면 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됩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지만, 그것만으로 민사상·형사상 책임까지 판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당해산심판은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청구합니다. 판단 기준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습니다. 이 사례는 정당해산이 실제로 행사된 권한이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동시에 어떤 정당에 대한 정치적 반대나 비판만으로 해산이 이루어지는 절차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기관 사이의 다툼도 맡을까요?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 다툼을 다룹니다. 가령 한 기관의 처분이나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일이 다른 기관에 법적으로 주어진 권한을 침해했거나 침해할 뚜렷한 위험이 있을 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정책 의견이 다르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누구에게 어떤 권한이 있는지 판단하고, 권한 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구기간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안내에 따르면 사유를 안 날부터 60일 이내이면서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권한의 내용뿐 아니라 처분 시점과 청구 주체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광고

시민이 직접 청구하는 헌법소원은 무엇일까요?

공권력의 행사나 불행사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은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다면 원칙적으로 그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합니다. 헌법소원은 정부 조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만으로 청구하는 절차가 아니라, 자신의 기본권이 어떻게 침해됐는지를 다투는 절차입니다.

2026년 3월 12일 시행된 헌법재판소법 개정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도 일정 범위에서 허용했습니다. 대상은 확정된 재판입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는 취지의 재판으로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기본권을 침해한 점이 명백한 경우로 한정됩니다. 판결 결과가 불만스럽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판단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뉴스에서 헌법재판소 사건을 접할 때 저는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누가 청구했는지, 다투는 대상이 법률·공직자의 직무행위·기관의 권한·기본권 침해 중 무엇인지, 지금 청구 단계인지 결정 단계인지입니다. 같은 ‘헌법재판소 심판’이라는 말 아래에서도 절차와 효력은 달라집니다. 그 차이를 알고 나면 선고 소식도 한층 차분하게 읽힙니다.

헌법재판소 권한은 어디까지일까요? - 요약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