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에서 가족이 돈을 가져간 경우를 이야기하면 “가족끼리는 처벌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이 종종 나옵니다. 예전에는 가까운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형을 면제하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2025년 형법 개정으로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범행이 언제 있었는지, 피해자와 어떤 친족 관계인지, 고소가 있는지를 차례로 봐야 합니다.
친족상도례는 어떤 규정이었을까요?
친족상도례는 친족 사이의 일정한 재산범죄를 일반 사건과 다르게 다루는 형법 규정입니다. 이름에 ‘도둑질’이 들어가지만 절도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닙니다. 형법 제328조와 이를 준용하는 조항에 따라 사기, 횡령, 배임 등에도 적용됩니다. 다만 가족 사이에 생긴 모든 다툼이 재산범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범죄가 성립하는지는 재산의 소유와 관리 관계, 가져간 경위 등을 따져야 합니다.
개정 전 형법은 친족 관계를 둘로 나눴습니다.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에서 일어난 해당 범죄에는 형을 면제했습니다. 반면 그 밖의 친족 사이에서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재산범죄라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가까운 가족인지에 따라 형사 절차의 결과가 달랐던 셈입니다.
이 규정에는 가족 안의 재산 문제를 당사자들이 해결할 여지를 두자는 취지가 있었습니다. 함께 생활하며 재산을 쓰는 경우에는 권리 관계가 복잡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관계만으로 피해자의 의사와 피해 규모를 가리지 않고 형을 면제해도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무엇을 문제 삼았을까요?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27일, 가까운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던 형법 제328조 제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규정이 헌법에 맞지 않지만 입법자가 고칠 시간을 두는 결정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12월 31일을 입법 시한으로 정하고, 개정 전까지 그 조항의 적용을 중지하도록 했습니다.
판단의 초점은 친족에게 형사법상 특례를 두는 것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범죄의 경중이나 피해자의 뜻을 묻지 않고 형을 면제하면, 피해자가 형사재판에서 자신의 피해에 관해 진술할 기회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침해로 보았습니다. 같은 날 그 밖의 친족 사이 범죄를 친고죄로 다루던 옛 제328조 제2항에는 합헌 판단을 했습니다.
가령 가족이 보관하던 재산을 가져갔다고 주장하는 사건에서도 피해액, 재산을 맡긴 경위, 피해자의 의사는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이런 차이를 살필 절차를 가족 관계만을 이유로 일괄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개정 뒤에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국회는 2025년 12월 30일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개정 형법은 12월 31일 공포와 함께 시행됐습니다. 현재 형법 제328조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피해자의 친족인 경우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가까운 친족에게 적용되던 자동적인 형 면제는 없어지고, 친족 사이의 해당 재산범죄를 친고죄로 다루는 방식이 됐습니다.
친고죄란 피해자 등의 고소가 기소에 필요한 범죄를 말합니다. 고소가 접수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와 재판에서는 범죄가 성립하는지, 누가 범행했는지, 어떤 증거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반대로 범죄 혐의가 있어도 필요한 고소가 없으면 기소할 수 없습니다.
개정 전에는 형사소송법의 일반 규정상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없다는 제한도 있었습니다. 개정 형법은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범죄에 한해 그 제한의 예외를 뒀습니다. 부모나 조부모가 관련된 사건이라도 피해자가 고소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사건 날짜와 고소기간은 왜 중요할까요?
개정 형법의 적용례는 2024년 6월 27일 이후에 처음 저지른 범죄부터 개정 규정을 적용한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가족 사이의 재산범죄라고 해서 발생 시점과 관계없이 모두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그 날짜 이전의 사건은 당시 법과 개별 사건의 경과를 확인해야 합니다.
고소기간에도 기준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친고죄는 원칙적으로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습니다. 다만 2024년 6월 27일부터 개정법 시행 전까지 발생해 옛 형 면제 규정에 해당하던 범죄에는 별도 특례가 있었습니다. 개정법 시행일인 2025년 12월 31일부터 6개월간 고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그 특례 기간은 현재 지났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범행일과 범인을 알게 된 날, 해당 특례의 적용 여부를 구분해야 합니다.
가족 내부의 해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당사자의 선택을 중시한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가족 관계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의견에는 피해자의 의사를 들을 절차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개정된 제도는 형사 절차를 시작할 선택을 피해자 쪽에 두었습니다. 그 선택이 실제로 가능하려면 가족 관계뿐 아니라 사건의 날짜와 고소기간도 정확히 확인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