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장기투자 전에 확인할 숫자 4가지

코인 장기투자 전에 확인할 숫자 4가지

몇 년 전부터 장기 보유를 말하는 사람의 계좌를 보면, 보유 기간보다 매수 이유가 더 눈에 들어온다. 가격이 떨어져도 근거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은 드물다. 코인 장기투자에서 먼저 정할 것은 목표 수익률이 아니라, 어떤 숫자가 바뀌면 내 판단도 바꿀지다.

1. 공급량과 유통량을 따로 본다

비트코인은 발행 상한이 2,100만 개다. 이 숫자는 비트코인 공식 안내에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공급 상한만 보고 모든 코인의 희소성을 같은 방식으로 평가하면 위험하다. 알트코인은 현재 유통량, 앞으로 풀릴 물량, 재단과 초기 투자자 보유분을 각각 봐야 한다.

가령 유통량이 1억 개이고 향후 2년간 5,000만 개가 추가로 풀리는 코인이 있다고 치자. 신규 수요가 그대로라면 유통량은 50% 늘어난다. 가격이 버티려면 그만큼의 매수 자금이 더 들어오거나, 기존 보유자의 매도가 줄어야 한다. 시가총액이 작아 보여도 완전희석가치가 지나치게 크면 매물 부담은 뒤로 미뤄졌을 뿐이다.

나는 락업 해제일의 규모를 하루 거래대금과 비교한다. 해제 물량의 평가액이 평소 하루 현물 거래대금보다 크다면, 단기간에 전량 매도되지 않더라도 시장은 먼저 그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공급 일정은 투자 기간보다 길게 펼쳐 보는 편이 낫다.

2. 거래량은 가격 상승과 함께 읽는다

가격이 20%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수요가 강해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현물 거래대금이 함께 늘었는지, 거래가 소수 거래소에 쏠렸는지, 선물 미결제약정과 펀딩비가 급하게 뛰었는지를 같이 본다. 파생상품 거래가 주도한 상승은 청산이 시작될 때 반대 방향으로도 빠르게 움직인다.

예를 들어 같은 20% 상승이라도 현물 거래대금이 2배로 늘고 여러 거래소에서 매수가 확인되는 경우와, 현물은 조용한데 선물 미결제약정만 급증한 경우는 다르다. 후자라면 새로 쌓인 레버리지 포지션이 가격 변동을 키울 수 있다. 거래량 역시 일별 한 번의 급증보다 몇 주간의 흐름이 더 유용하다.

장기 보유를 결정할 때는 최근 고점과 저점 사이의 낙폭도 계산한다. 1,000만 원이 40% 하락하면 600만 원이고, 원금으로 돌아가려면 그 자리에서 약 67% 올라야 한다. 이 산수를 감당할 수 없는 비중이라면 매수 논리가 좋아도 보유 계획은 흔들린다.

광고

3. 온체인 수급은 해석의 한계를 확인한다

거래소 보유량이 줄면 매도 가능한 물량이 감소했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거래소 지갑에서 빠져나간 코인이 개인의 장기 보관으로 옮겨졌는지, 다른 수탁 서비스로 이동했는지는 거래 내역 하나로 알 수 없다. 글래스노드도 거래소 지표가 식별된 지갑 주소와 추정 방식에 기반한다고 설명한다. 주소 분류가 바뀌면 과거 수치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거래소 순유입, 장기 보유자 움직임, 실현 시가총액을 따로 본 뒤 방향이 겹치는지 확인한다. MVRV는 시가총액을 실현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1보다 낮다는 것은 시장 전체의 현재 평가액이 코인이 이동했을 때의 가치를 합산한 금액보다 낮다는 뜻이다. 다만 코인의 이동 가격이 모든 투자자의 실제 매수 원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한 지표가 싸다는 신호를 줘도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

4. 보관 위험까지 손실 한도에 넣는다

2022년 FTX 사태는 가격 전망이 맞아도 거래소에 맡긴 자산을 제때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사례였다. 미국 법무부 기록에 따르면 당시 FTX는 고객 인출 요구를 감당하지 못했고 거래를 중단한 뒤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장기 보유라면 종목 위험과 별개로 거래소 집중도를 계산해야 한다.

내가 쓰는 방식은 단순하다. 총 투자금 중 코인에 넣을 비중, 한 종목의 최대 비중, 한 거래소에 둘 금액을 먼저 적는다. 예컨대 투자 가능 자금 1,000만 원에서 손실 허용액을 200만 원으로 정했다면, 코인 가격이 반 토막 나는 상황에 대비해 투자액을 400만 원 이하로 잡는 식이다. 이는 수익을 보장하는 공식이 아니라 최악의 장면에서 계획을 지킬 수 있는지 따져 보는 계산이다.

스테이킹 수익률도 공짜 이자는 아니다. 이더리움 공식 안내에는 검증자 보상과 함께 페널티, 출금 대기 가능성이 명시돼 있다. 제삼자 서비스에 맡기면 그 서비스의 운영 위험도 추가된다. 몇 퍼센트의 보상을 얻으려는 선택이 원금 보관 방식을 바꾸는 일인지 먼저 봐야 한다.

나는 장기투자를 오래 들고 있는 기술보다, 숫자가 바뀔 때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약속에 가깝게 본다. 공급 부담이 커지고 현물 수요가 약해졌는데도 처음의 매수 이유만 반복한다면, 보유 기간은 길어져도 판단의 질까지 좋아지지는 않는다.

코인 장기투자 전에 확인할 숫자 4가지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