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돌 아기 책 덜 사고 잘 읽는 방법

1회
두돌 아기 책 덜 사고 잘 읽는 방법

얼마 전 상담실에서 한 엄마가 책장 사진을 보여주셨어요. 두돌을 앞둔 아이 책이 이미 가득한데, 정작 아이는 매일 같은 자동차 책만 가져온다며 새 전집을 들여야 할지 물으셨죠. 저희 집 아이들도 그랬어요. 부모 눈에는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아이는 마음에 든 한 권을 열 번씩 펼칩니다. 그럴 때는 책을 더 사기 전에 지금 어떤 장면을 좋아하는지 보는 편이 낫습니다.

두돌 아기 책은 나이보다 아이 반응에 맞춰 고르세요

두돌 무렵에는 같은 또래라도 책을 보는 모습이 꽤 다릅니다. 한 아이는 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다른 아이는 그림 한 장을 보자마자 다음 페이지를 넘겨요. 둘 다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24개월 권장’이라는 표시만 보고 고르면 우리 아이에게는 글이 너무 많거나 그림이 심심할 수 있어요.

책을 고를 때 저는 세 가지를 봅니다. 아이가 이미 좋아하는 소재인지, 한 페이지에서 눈길이 머무는 그림이 있는지, 부모가 입으로 읽었을 때 문장이 편한지예요. 자동차를 좋아하면 자동차가 나오는 생활 이야기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탈것 이름을 줄줄 외우게 하는 책만 고를 필요는 없어요. 주인공이 차를 타고 할머니 집에 가거나, 비 오는 날 버스를 기다리는 이야기도 아이의 관심에서 출발할 수 있거든요.

글밥은 조금 적어도 괜찮습니다. 한 페이지에 문장 한두 개가 있고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보탤 여지가 있으면 함께 읽기 편해요. 반대로 아이가 자꾸 긴 문장을 듣고 싶어 한다면 권장 연령보다 이야기가 긴 책을 골라도 됩니다. 책 표지의 숫자보다 아이가 손을 뻗는 순간이 더 유용한 단서입니다.

처음부터 여러 종류를 갖출 필요는 없어요

상담할 때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창작, 자연관찰, 영어 책을 다 준비해야 하나요?”예요. 솔직히 두돌에 맞춰 종류별 전집을 한꺼번에 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 몇 권과 새로운 분위기의 책 한두 권이면 반응을 보기 충분해요. 책장이 꽉 차도 펼치지 않으면 부모 마음만 무거워지더라고요.

처음 고른다면 아이의 하루와 닿아 있는 이야기가 편합니다. 밥 먹기, 목욕하기, 놀이터 가기, 잠자기처럼 이미 겪어 본 장면은 그림을 보며 말을 붙이기 쉬워요. 여기에 동물이나 탈것처럼 아이가 요즘 관심을 보이는 책을 더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다루는 책도 좋지만, 아이가 책 속 주인공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기대를 얹지는 않았으면 해요. 책은 훈육을 위한 설명서보다 함께 이야기할 거리일 때 오래 남습니다.

책의 형태도 생활에 맞추면 됩니다. 페이지를 세게 넘기는 아이라면 두꺼운 보드북이 관리하기 수월하고, 얇은 종이를 조심히 넘기는 데 관심이 생겼다면 일반 그림책도 함께 볼 수 있어요. 팝업북은 재미있지만 뜯어질까 봐 매번 부모가 긴장한다면 지금 꼭 살 이유는 없습니다. 소리 나는 책 역시 아이가 좋아하면 한두 권으로 충분해요. 버튼을 누르는 재미와 그림을 함께 보는 재미가 집마다 다를 뿐입니다.

광고

사기 전에 빌려 보고, 잘 보는 책만 남겨요

책은 사진으로 봤을 때와 아이 앞에 놓았을 때 반응이 다릅니다. 가능하다면 도서관이나 육아종합지원센터의 대여 서비스를 먼저 이용해 보세요. 친척이나 친구에게 물려받은 책도 괜찮습니다. 제가 두 아이를 키우며 여러 번 느낀 건, 부모가 오래 고민해 고른 책보다 우연히 빌린 책을 아이가 더 좋아할 때가 있다는 거예요.

빌린 책을 볼 때는 ‘끝까지 읽었나’만 확인하지 않아도 됩니다. 같은 그림을 오래 바라보는지, 읽고 난 뒤 다시 가져오는지, 책 속 말을 놀이할 때 꺼내는지 살펴보세요. 첫날에는 외면했다가 며칠 뒤 관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두세 번 펼쳐도 반응이 없다면 잠시 치워 두면 돼요. 부모 취향에 꼭 맞는 책이라도 아이 취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새 책을 산다면 한꺼번에 많이 사기보다 몇 권씩 들이는 쪽이 부담이 적습니다. 선물로 책을 받을 예정이라면 이미 가진 책과 겹치지 않게 아이가 좋아하는 소재 정도만 알려줘도 좋고요. 중고 책은 찢어진 곳이나 떨어질 만한 작은 부품이 없는지 살피면 됩니다. 책 상태까지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이 우리 집에 맞는 선택이에요.

끝까지 읽기보다 함께 보는 시간을 만드세요

두돌 아기 책을 읽어 줄 때 부모가 제일 지치는 순간은 아이가 자꾸 페이지를 건너뛸 때예요. 저는 상담실에서 “그 장면이 지금 제일 궁금한가 봐요”라고 말씀드려요.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책 읽기가 되는 건 아닙니다. 아이가 펼친 장면에서 “강아지가 신발을 물었네” 하고 그림을 따라 말해도 충분히 함께 보는 시간이 됩니다.

아이가 같은 책을 반복해서 가져오면 문장을 조금 바꿔 읽거나, 그림에서 새로 보이는 것을 짚어도 좋아요. “여기 빨간 우산이 있네”처럼 짧게 말하고 아이의 대답을 기다리는 식입니다. 대답이 없어도 괜찮아요. 부모 목소리를 듣고 그림을 바라보는 중일 수 있으니까요. 아이가 아는 단어를 말하면 그 말을 받아 “맞아, 버스가 지나가네” 하고 한 문장만 보태도 자연스럽습니다.

읽는 시간도 길게 잡지 않아도 됩니다. 자기 전 한 권이 잘 맞는 집도 있고, 아침에 옷 갈아입기 전 잠깐 보는 집도 있어요. 바쁜 날에는 두 페이지만 보고 덮어도 됩니다. 억지로 정해진 권수를 채우기보다 부모와 아이가 편하게 다시 펼칠 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하더라고요.

상담실에서 책장 사진을 보여주셨던 엄마에게도 새 책을 고르기 전에 그 자동차 책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장면을 같이 봐 달라고 말씀드렸어요. 두돌 아기 책을 고르는 일은 빈 책장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지금 재미있어하는 것을 알아가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 관심을 따라 고른 몇 권이면, 당분간은 충분할 수 있어요.

두돌 아기 책 덜 사고 잘 읽는 방법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