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동계올림픽 2026 메달 기록을 다시 펼쳐봤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순위보다 종목의 변화였다.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종합 13위에 올랐다. 익숙한 쇼트트랙이 여전히 중심이었지만, 스노보드에서도 메달 3개가 나왔다. 숫자를 나눠 보니 이번 대회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메달 10개를 종목별로 나눠봤더니
대한체육회 국제스포츠정보센터 기록에 따르면 한국은 선수 71명이 출전해 메달 10개를 얻었다. 그중 쇼트트랙이 7개, 스노보드가 3개다. 금메달만 보면 쇼트트랙에서 2개, 스노보드에서 1개가 나왔다. 쇼트트랙의 경쟁력은 다시 확인됐고, 눈 위 종목에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장면이 만들어졌다.
대회 초반의 흐름도 흥미로웠다. 한국의 첫 메달은 2월 8일 김상겸의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은메달이었다. 이어 10일 유승은이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땄다. 쇼트트랙 경기가 본격적으로 메달을 보태기 전, 스노보드가 먼저 선수단의 시상대 문을 연 셈이다. 종합 순위 한 줄만 보면 놓치기 쉬운 순서다.
최가온의 마지막 한 번이 바꾼 점수판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경기는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승이다. 최가온은 앞선 시도에서 넘어졌지만 마지막 3차 시기에서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차지했다.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 기록을 보면 은메달리스트 클로이 김의 점수는 88.00점. 두 선수의 차이는 2.25점이었다.
하프파이프는 세 번의 시기 중 가장 높은 점수가 최종 성적이 된다. 앞선 실패가 점수로 더해지지는 않지만, 마지막 시기만 남았을 때의 부담은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다. 최가온의 금메달이 극적으로 느껴진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미 높은 점수를 세운 선수가 있는 상황에서, 남은 한 번으로 자신의 최고 연기를 완성했다.
김상겸의 평행대회전 은메달과 유승은의 빅에어 동메달까지 함께 놓으면 스노보드 3개 메달의 모양도 다채롭다. 게이트를 통과하며 상대와 겨루는 평행대회전, 공중 동작을 평가받는 빅에어, 연속된 기술을 이어 가는 하프파이프가 각각 시상대로 연결됐다. 같은 스노보드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필요한 기술과 경기 흐름은 꽤 다르다.
쇼트트랙은 마지막 날까지 이야기가 이어졌다
쇼트트랙에서는 김길리의 기록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여자 1000m 동메달을 딴 뒤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함께했고, 여자 1500m에서는 개인 금메달까지 가져왔다. 한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다. 개인전과 계주를 모두 치르며 세 차례 시상대에 올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자 1500m 결승은 한국 선수 둘이 나란히 메달을 딴 경기이기도 하다. 김길리가 금메달, 최민정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앞서 함께 계주 금메달을 만든 두 선수가 개인전에서는 각자의 레이스로 시상대에 섰다. 계주에서의 호흡과 개인전에서의 경쟁을 같은 대회 안에서 볼 수 있었던 셈이다.
남자부에서는 황대헌이 1500m 은메달을 땄고, 임종언은 1000m 동메달을 보탰다.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은메달이 나왔다. 쇼트트랙 메달 7개는 한 선수의 결과만으로 채워진 숫자가 아니다. 여러 거리와 계주에 걸쳐 선수들이 차례로 기록을 보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종합 순위보다 오래 남는 장면들
전체 메달표에서는 노르웨이가 금메달 18개를 포함해 41개로 1위였다. 개최국 이탈리아는 메달 30개를 따며 자국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기록했다. 한국의 13위와 메달 10개를 이 숫자 옆에 두면, 동계 스포츠가 얼마나 다양한 종목에서 치러지는지 새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번 대회를 볼 때 메달 합계와 함께 메달이 나온 경로를 떠올리게 된다. 초반에는 스노보드가 시선을 끌었고, 후반에는 쇼트트랙의 개인전과 계주가 이어졌다. 최가온의 마지막 시기, 김길리와 최민정이 함께 선 1500m 시상대처럼 경기의 순서를 기억하면 숫자 뒤에 있던 선수들의 시간이 더 선명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