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담한 집에는 장난감이 열두 개나 있었는데, 강아지는 소파 모서리만 물고 있었습니다. 보호자분은 더 재미있는 장난감을 사야 하나 고민하셨죠. 그런데 함께 놀아보니 이유가 보였습니다. 혼자 굴러다니는 장난감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보호자가 잡고 움직여 주는 천 장난감에는 금세 달려들더군요. 강아지 장난감 추천을 부탁받으면 저는 먼저 뭘 살지보다 그 아이가 어떻게 노는지부터 묻습니다.
장난감보다 먼저 노는 습관을 봅니다
같은 공을 줘도 반응은 다릅니다. 던지면 신나게 쫓아가지만 가져오지는 않는 아이가 있고, 공보다 굴러가는 소리에만 관심을 보이는 아이도 있어요. 씹는 걸 좋아하는지, 보호자와 당기는 걸 좋아하는지, 냄새를 따라 찾는 걸 좋아하는지 3~4일만 관찰해도 선택지가 꽤 좁혀집니다.
씹는 시간이 긴 아이에게는 입에 넣고 오래 다룰 수 있는 장난감을, 함께 놀 때 눈빛이 달라지는 아이에게는 길이가 있는 터그 장난감을 먼저 권합니다. 장난감을 물고 숨거나 다른 개가 다가오면 몸이 굳는 아이에게는 새 장난감을 여러 개 한꺼번에 주지 않습니다. 그 경우 장난감의 종류보다 차분히 놀고 내려놓는 경험을 쌓는 일이 먼저예요.
크기도 중요합니다. 입안에 통째로 들어갈 만큼 작은 물건은 삼킬 위험이 있고, 너무 큰 물건은 물기 어려워 금방 흥미를 잃습니다. 품종 이름만 보고 크기를 고르기보다는 실제 입 크기와 무는 힘을 확인하세요. 같은 소형견이라도 턱 힘과 놀이 방식은 제각각입니다.
씹기, 당기기, 찾기 용도를 나눠 고릅니다
씹는 장난감은 손톱으로 눌렀을 때 전혀 움직이지 않을 만큼 딱딱한 제품보다 약간의 탄성이 있는 쪽을 먼저 살핍니다. 특히 세게 깨무는 아이는 장난감이 부서지는지, 조각을 떼어 삼키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오래 버티는 제품이라는 광고 문구만 믿고 혼자 두기에는 개마다 무는 힘이 너무 달라요.
터그 장난감은 보호자가 잡을 자리가 충분하고, 강아지가 문 부분과 손 사이에 거리가 있는 게 편합니다. 놀이는 짧게 시작해 중간에 멈추고 다시 이어가세요. 강아지가 놓지 않는다고 억지로 입을 벌리면 장난감을 더 악착같이 붙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간식을 보여주거나 움직임을 멈춰 스스로 놓을 틈을 만든 뒤, 다시 놀아주는 방식으로 가르칩니다.
간식 찾기 장난감은 속도를 늦추고 코를 쓰게 하는 데 좋습니다. 처음부터 복잡한 퍼즐을 주면 앞발로 뒤집거나 포기하는 아이도 있어요. 간식이 보이고 쉽게 꺼낼 수 있는 단계에서 시작한 뒤 난도를 올리는 편이 낫습니다. 사료를 넣는다면 그만큼 평소 급여량에서 덜어내면 됩니다. 장난감은 밥을 더 먹이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나이와 몸 상태에 따라 같은 장난감도 달라집니다
이갈이 시기의 어린 강아지는 입으로 세상을 확인합니다. 이때는 씹어도 되는 물건을 가까이 두고, 손이나 가구를 물면 짧게 놀이를 멈춘 뒤 그 물건으로 관심을 옮겨주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다만 천 장난감을 뜯어 솜을 삼키려는 아이라면 소재를 바꿔야 합니다. 귀여운 디자인보다 뜯겼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보세요.
나이가 든 강아지는 예전처럼 단단한 물건을 오래 씹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치아가 아프거나 움직임이 불편해 보인다면 장난감 취향이 바뀐 걸로만 넘기지 말고 수의사에게 확인받는 게 좋습니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공을 반복해서 쫓게 하는 놀이도 관절이 불편한 아이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어요. 속도를 낮춘 찾기 놀이나 가까운 거리에서 주고받는 놀이가 더 잘 맞을 때가 있습니다.
주둥이가 짧은 품종은 물기 쉬운 모양인지, 다리가 짧거나 몸통이 긴 아이는 뛰고 급하게 방향을 바꾸는 놀이가 잦아지는지 살펴봅니다. 품종별 특징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지금 내 강아지가 편하게 물고, 움직이고, 쉬는지가 더 정확한 기준이에요.
새 장난감은 함께 써보고 남길 것을 고릅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용도의 장난감 두세 개면 충분합니다. 보호자가 함께 쓰는 것 하나, 혼자 차분히 다룰 것 하나, 간식을 찾을 것 하나 정도로 시작하세요. 한꺼번에 바닥에 늘어놓기보다 하나씩 꺼내 반응을 보면 어떤 놀이가 맞는지 알기 쉽습니다.
첫 사용 때는 옆에서 지켜보세요. 이음새가 벌어지거나 끈이 풀리는지, 삑삑이 부품을 꺼내려 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망가진 장난감은 아까워도 치우는 게 맞습니다. 세척하기 어려워 냄새가 심하게 남는 제품도 오래 쓰기 어렵고요.
한 번은 공만 계속 던져달라던 아이에게 공을 줄이자 보호자분이 걱정한 적이 있습니다. 며칠 동안 짧은 찾기 놀이와 천천히 걷는 산책을 섞었더니, 집에서 공을 물고 서성이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지만, 장난감 하나로 모든 욕구를 해결하려 하면 놀이가 오히려 단조로워질 수 있습니다.
강아지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비싼 물건과 같지 않습니다. 안전하게 물 수 있고, 그 집에서 반복해 놀아줄 수 있는 물건이 오래 남습니다. 저는 장난감을 고를 때마다 제품 설명보다 강아지가 노는 모습과 보호자의 생활 리듬을 먼저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