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 한화 에이스 은퇴 기로라는 말이 섣부른 이유

김민우, 한화 에이스 은퇴 기로라는 말이 섣부른 이유

얼마 전 한화의 지난 선발 기록을 넘겨보다가 김민우의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2021년 14승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2020년부터 3년 동안 쌓은 이닝이었다. 팀이 어려울 때 로테이션을 지킨 투수가 2026년에는 1군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그 간격이 길어지니 ‘김민우, 한화 에이스 은퇴 기로’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현재 확인되는 상황은 은퇴 선언이 아니라 팔꿈치 재활이다.

14승보다 오래 남는 건 3년의 이닝이다

김민우는 2020년 132⅔이닝, 2021년 155⅓이닝, 2022년 163이닝을 던졌다. 3년 합계 451이닝이다. 한 시즌의 승수는 타선 지원이나 불펜 상황에도 영향을 받지만, 해마다 그만큼의 이닝을 맡았다는 사실은 선발진에서 차지한 자리를 보여준다. 한화가 2020년부터 3년 연속 최하위였다는 맥락을 더하면 숫자의 무게가 달라진다.

가장 선명한 해는 역시 2021년이다.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고 도쿄올림픽 대표팀에도 뽑혔다. KBO 기록실에서 14승은 그해 리그 공동 4위에 해당한다. 팬들이 그를 ‘에이스’로 기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다만 당시의 평가를 지금의 구위에 그대로 붙일 수는 없다. 그 사이 몸 상태와 팀 선발진 모두 바뀌었다.

사실 내가 더 기억하는 장면은 승리투수로 이름이 뜬 날보다, 팀이 흔들려도 다음 등판을 준비하던 모습이다. 선발 한 명이 꾸준히 이닝을 소화하면 불펜의 부담도 줄어든다. 김민우의 3년은 화려한 한 경기보다 그런 반복으로 설명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복귀 시계가 두 번 멈췄다

2023년에는 강습 타구에 맞는 부상까지 겪었다. 2024년 초에는 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2.19로 출발했다. 짧은 표본이라 부활을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다시 던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기에는 충분했다. 곧 오른쪽 팔꿈치 통증이 문제로 떠올랐고, 그해 4월 인대 재건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을 접었다.

예상했던 복귀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2025년 중반 복귀를 바라봤지만 재활 중 통증이 재발했다. 2026년 3월 보도에서 한화 양상문 투수 코치는 앞선 재활 과정이 6월과 9월에 각각 멈췄다고 설명했다. 날짜를 늘어놓으면 단순한 지연처럼 보일 수 있다. 투수에게는 강도를 올렸다가 다시 낮추고, 몸의 반응을 확인하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졌다는 뜻이다.

2026년 시즌이 끝난 현재 KBO의 김민우 선수 기록에는 1군 등판 성적이 없다. 복귀 시점이 또 미뤄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기록 없음’을 곧바로 ‘선수 생활 종료’로 읽을 근거도 없다. 재활의 진척과 실전 투구 가능 여부는 별도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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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아직 복귀를 준비하는 이유

11월 초 전해진 한화의 계획에는 김민우의 이름이 남아 있다. 류지현 감독은 구단이 12월에 재활 선수들을 위해 따뜻한 환경의 훈련을 준비하고 있으며, 김민우와 엄상백, 문동주가 거론된다고 밝혔다. 훈련 계획이 1군 복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구단과 선수가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은 ‘은퇴 기로’라는 표현을 단정적으로 쓰기 어렵게 만든다.

팀 사정도 예전과 다르다. 김민우가 긴 이닝으로 선발진을 떠받치던 시절의 한화와 지금의 한화는 같은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리는 팀이 아니다. 돌아온다고 해서 곧바로 2021년의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선발로 다시 이닝을 늘릴지, 짧은 투구부터 시작할지는 몸 상태와 실전 내용이 결정할 일이다.

그래서 복귀 뒤 첫 몇 경기의 승패만으로 평가하면 놓치는 게 많다. 일정한 간격으로 등판할 수 있는지, 투구 수가 늘어난 다음에도 구위와 제구가 유지되는지, 다음 날 팔꿈치 상태는 어떤지가 더 궁금하다. 한 번의 호투보다 몇 차례의 건강한 등판이 반가울 선수다.

다시 볼 숫자는 승수보다 등판 간격이다

팬이라면 14승 투수가 돌아와 예전처럼 던지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수술과 길어진 재활을 거친 뒤의 첫 목표를 14승에 맞추면, 그보다 앞에 놓인 중요한 변화를 놓칠 수 있다. 실전 복귀, 꾸준한 등판, 이닝 증가가 차례로 쌓여야 승수 이야기도 할 수 있다.

김민우의 현재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숫자는 2026년 1군 등판이 없다는 사실이고, 다음 이야기를 가를 숫자는 복귀 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을 던지느냐다. 한화가 재활 훈련을 준비하는 만큼 아직 그의 다음 공을 기다릴 이유는 있다. 나는 그 공의 구속보다, 던지고 며칠 뒤 다시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먼저 보고 싶다.

김민우, 한화 에이스 은퇴 기로라는 말이 섣부른 이유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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