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에서 RE100 이야기가 나오면 “어느 회사가 가입했나요?”라는 질문이 먼저 나옵니다. 이름을 확인하는 일은 간단해 보이지만, 가입한 기업과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이미 100% 달성한 기업은 구분해야 합니다.
RE100은 무엇을 약속하는 걸까요?
RE100은 기업이 사업 운영에 쓰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고 약속하는 국제 이니셔티브입니다. 2014년에 출범했고, 현재는 클라이밋 그룹이 이끌고 있습니다. 공식 안내에 따르면 회원사는 늦어도 2050년까지 전 세계 사업 운영에 쓰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목표 연도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여기서 ‘전력’이라는 범위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RE100은 기업 활동에 쓰는 모든 에너지를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공장의 열 사용이나 운송 연료까지 전부 재생에너지로 바꿨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가입 사실은 앞으로 지킬 목표를 공표했다는 뜻이며, 목표 달성 여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공식 RE100 기업 목록에 오른 국내 기업은?
2026년 11월 7일 클라이밋 그룹의 공개 회원 명단에서 본사 소재지가 ‘대한민국’으로 표시된 기업을 확인했습니다. 아래 36곳은 그 기준으로 묶은 목록입니다. 국내에서 사업하는 외국계 회원사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이름은 읽기 쉽게 국문 표기를 사용했습니다.
제조·소재·식품 기업
- 전자·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전자, 삼성전기,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LS ELECTRIC
- 반도체·소재: SK하이닉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실트론, SK스페셜티, SKC, 고려아연, 롯데케미칼
- 자동차·산업: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HD현대사이트솔루션
- 바이오·소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모레퍼시픽,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통신·금융·플랫폼·공공 부문
- 통신·플랫폼: KT그룹,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
- 금융: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미래에셋증권, 삼성생명, 삼성화재
- 그 밖의 회원: SK㈜, 한국수자원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목록에는 그룹과 개별 계열사가 함께 보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각각 이름이 올라 있고,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별도 회원입니다. 따라서 ‘삼성 계열’처럼 한데 묶어 세거나 그룹 가입만으로 모든 계열사가 가입했다고 해석하면 숫자가 달라집니다. 회원 명단은 바뀔 수 있으므로 특정 회사의 최신 가입 여부는 클라이밋 그룹의 회원 명단에서 다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가입 연도와 목표 연도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공식 명단에는 회사 이름 옆에 가입 연도와 목표 연도가 따로 표시됩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에 가입했고 목표 연도는 2050년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에 가입했으며 목표 연도는 2030년입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가입, 2045년 목표이고 기아는 같은 해 가입, 2040년 목표입니다. 같은 산업에 있어도 일정이 서로 다른 셈입니다.
목표 연도가 지났다고 해서 명단의 연도만 보고 달성 여부를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아모레퍼시픽과 미래에셋증권의 공식 명단에는 목표 연도가 2025년으로 적혀 있습니다. 이 숫자는 계획을 읽는 출발점입니다. 실제 이행 수준을 알려면 해당 기업의 연도별 공개 자료와 RE100의 실적 공시를 함께 봐야 합니다.
클라이밋 그룹이 2026년 9월 공개한 연차 보고서에서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RE100 회원사의 전력 사용 가운데 재생에너지 조달 비중을 12%로 제시했습니다. 한국에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한 회원사의 비율은 5%였습니다. 이는 국내에 본사를 둔 36곳만의 평균이 아니라 한국에서 사업하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수치입니다. 가입 기업 목록과 실제 조달 실적이 서로 다른 정보를 말해 준다는 점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국내 K-RE100과 같은 목록인가요?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습니다. 국제 RE100은 회원 기업이 목표를 공표하고 이행 상황을 보고하는 이니셔티브입니다. 반면 K-RE100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인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입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녹색프리미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인 REC 구매, 전력구매계약인 PPA, 자가 소비 등을 이행 수단으로 안내합니다.
가령 기업이 사업장 지붕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전기를 직접 쓰는 방식과 발전사업자에게 전력을 장기간 구매하기로 계약하는 방식은 조달 경로가 다릅니다. 국내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아 국제 RE100 이행 자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K-RE100 제도를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국제 RE100 회원 명단에 자동으로 이름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RE100 기업 목록은 기업이 어느 시점에 어떤 목표를 내걸었는지 보여 줍니다. 그 다음에는 목표 연도와 실제 전력 조달 실적을 나란히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름이 올라 있다는 사실보다 그 사이의 변화를 읽을 때, 이 목록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