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 취재를 오래 하다 보니 선착장에서 먼저 보는 건 풍경보다 돌아올 배 시간이다. 지심도도 그렇다. 장승포에서 배로 15~20분이면 닿지만, 섬에 들어간 뒤 배 시간을 놓치면 짧은 산책이 긴 기다림으로 바뀐다. 동백숲을 천천히 걸을 생각이라면 출발편과 귀항편을 한꺼번에 잡아야 한다.
장승포에서 배를 탈 때 먼저 확인할 것
지심도 당일 여행은 거제 장승포동 주민센터 옆 동백섬지심도터미널을 기준으로 짜는 게 편하다. 거제시 관광 안내에 나온 터미널 위치는 장승포로 56-22다. 장승포 유람선터미널과 이름이 비슷해 길을 잘못 잡기 쉬우니, 내비게이션에는 ‘동백섬지심도터미널’을 넣는 편이 낫다. 차를 세운 뒤에도 매표와 승선 명부 작성 시간이 필요하다. 출항 시각에 맞춰 주차장에 도착하는 일정은 빠듯하다.
안내되는 기본 운항 시각은 장승포 출발 08:30, 10:30, 12:30, 14:30, 16:30, 지심도 출발 08:50부터 16:50까지 두 시간 간격이다. 다만 16:30 입도편은 당일 산책용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섬에 도착했을 때 마지막 귀항편까지 남는 시간이 거의 없고, 숙박객용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 주말과 동백철에는 증편될 수 있지만, 날씨와 승선 인원에 따라 당일 운항이 달라진다. 예약할 때 ‘몇 시 배로 들어가서 몇 시 배로 나오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왕복 성인 요금은 최근 예약 안내에서 2만 원 안팎으로 보인다. 온라인 예약가와 현장 요금이 다를 수 있고, 오래된 거제시 여행 글에는 더 낮은 옛 요금도 남아 있다. 그 숫자를 그대로 여행 경비에 넣지 말고 예약 화면이나 장승포 도선 매표소에서 현재 요금을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신분증은 일행 모두 챙긴다. 특히 동백이 피는 시기 주말에는 현장에 가서 표를 구하려다 원하는 시간의 배가 찰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는 편이 안전하다.
당일치기는 귀항편부터 계산한다
내가 지심도 일정을 짠다면 오전 10:30 배로 들어가 14:50 배로 나오는 흐름을 먼저 본다. 배에서 내리는 시각을 빼면 섬에 머무는 시간은 약 네 시간이다. 숲길을 걷다가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쉬고, 점심까지 먹어도 조급하지 않다. 10:30에 들어가 12:50에 나오는 일정은 가능하지만, 실제 걷는 시간은 두 시간 남짓이다. 사진을 찍거나 길을 잘못 들면 마지막 구간에서 발걸음이 빨라진다.
반대로 12:30 배로 들어갈 때는 그날 16:50 귀항편이 실제로 뜨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오후에는 선착장으로 되돌아오는 시간을 넉넉히 남겨 둔다. 배가 보인 뒤에 숲길에서 뛰어 내려오는 사람을 여러 섬에서 봤다. 지심도는 길이 짧아 보여도 갈림길과 오르내림이 있고, 휴대전화만 보며 걸으면 예상보다 시간이 더 든다. 귀항편 출발 10~15분 전에는 선착장에 서 있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게 편하다.
선착장에서 동백숲을 걷는 동선
지심도에 내리면 먼저 선착장 주변 안내판에서 길과 귀항 위치를 확인한다. 섬 안은 차를 타고 둘러보는 곳이 아니라 걸어 다니는 곳이다. 동백나무 그늘을 따라 올라가 포진지와 탄약고 흔적을 보고, 해안 전망이 열리는 쪽으로 돌아 선착장에 내려오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거제시 관광 안내는 전망대와 샛끝 등을 지나는 탐방에 2~3시간 정도를 잡는다. 꽃을 보며 자주 멈춘다면 세 시간이 더 현실적이다.
동백꽃은 겨울부터 봄까지 볼 수 있지만, 어느 주에 꽃이 가장 좋을지는 해마다 날씨가 좌우한다. 꽃이 적은 날에도 숲 자체는 볼 만하다. 다만 바다 바로 앞까지 이어지는 평탄한 산책로만 기대했다면 생각과 다를 수 있다. 흙길과 계단이 있어 밑창이 미끄러운 신발은 불편하다. 해안 쪽은 바람이 세고 난간 밖으로 나갈 이유도 없다.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섬 전체를 한 번에 돌겠다는 계획보다 선착장으로 돌아올 시간을 정해 두는 편이 낫다.
섬에 남은 포진지와 탄약고는 풍경을 보는 중에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곳이다. 거제시 관광 안내에도 일제강점기 군사시설의 흔적이 소개돼 있다. 동백숲만 보고 발길을 돌리면 지심도의 한쪽만 본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갈림길을 다 밟으려고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배 두 편 사이에 들어왔다면 숲길과 전망이 좋은 지점을 골라 걷는 쪽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숙박과 결항까지 생각하면 일정이 달라진다
지심도에는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이 있다. 섬에서 밤을 보내면 마지막 배에 쫓기지 않고 조용한 아침 숲길을 걸을 수 있다. 다만 객실 수와 식사 제공 여부가 제한적일 수 있으니 예약 전에 숙소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장승포에서 묵고 아침 첫 배를 타는 방법도 있다. 동백철 주말에 섬 숙소를 무리하게 구하는 것보다 이동이 단순할 때가 많다.
풍랑이나 짙은 안개가 있으면 배가 결항될 수 있다. 비가 온다는 예보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출발 전날과 당일 아침에 도선 운항 여부를 확인한다. 숙박객이라면 다음 날 돌아오는 배가 막힐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장거리 이동이나 중요한 약속을 귀항 직후에 붙이지 않는 이유다. 지심도는 물때에 맞춰 갯벌을 건너는 섬은 아니지만, 바다 상태가 배를 움직이는 시간표보다 우선한다.
솔직히 지심도는 볼거리를 쉼 없이 찾아다니는 여행자보다 숲길을 오래 걷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다. 섬이 작다는 이유로 오후 늦게 들어가기보다는 오전 배를 타고 한 편 여유 있는 귀항편을 잡는 게 좋다. 그 정도 틈이 있어야 동백꽃이 없어도 나무 그늘과 바다를 제대로 기억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