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국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신 분이 “달걀을 끊었는데도 왜 그대로일까요?”라고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식사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니 아침에는 버터를 바른 빵, 점심에는 소시지가 든 샌드위치를 자주 드셨더군요. 콜레스톨에 나쁜음식을 찾을 때 달걀 하나에만 시선이 가면 평소 자주 먹는 포화지방을 놓치기 쉽습니다.
먼저 LDL 콜레스테롤을 확인하는 이유
건강검진표의 ‘총콜레스테롤’ 숫자만 보고 음식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부르는 LDL,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부르는 HDL, 중성지방을 함께 봐야 식사에서 무엇을 바꿀지 방향이 잡힙니다. 특히 LDL이 높다면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얼마나 먹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는 포화지방을 하루 섭취 열량의 6% 미만으로 제한하도록 권합니다. 하루 2,000㎉를 먹는 사람이라면 약 13g 이하에 해당합니다. 다만 이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할 ‘하루 식단표’가 아닙니다. 필요한 열량과 질환, 복용 약에 따라 조언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육류보다 함께 먹는 지방이 문제일 때가 있습니다
삼겹살의 기름진 부위, 갈비의 지방, 베이컨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포화지방을 많이 먹기 쉬운 선택입니다. 고기를 무조건 끊기보다 지방이 적은 부위를 고르고, 눈에 보이는 기름을 덜어내고, 가공육을 먹는 횟수를 줄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같은 식탁이라도 삼겹살을 자주 굽는 경우와 두부·생선·콩을 번갈아 올리는 경우는 포화지방 섭취량이 달라집니다.
버터, 생크림, 전지 치즈가 많이 들어간 빵과 디저트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작은 빵 하나가 가벼워 보여도 버터를 바르고 크림이 든 커피까지 곁들이면 포화지방이 쌓입니다. 코코넛오일과 팜유도 식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마음 놓고 먹을 지방은 아닙니다.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편이어서, ‘식물성’이라는 문구보다 영양정보의 포화지방 양을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튀김이나 과자를 전부 같은 음식으로 묶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일부 가공식품에는 트랜스지방이나 포화지방이 많을 수 있고, 튀김은 조리 과정에서 기름을 많이 먹게 됩니다. 제품마다 원료와 양이 다르니 포장지의 1회 제공량, 포화지방, 트랜스지방을 함께 보세요. ‘트랜스지방 0g’ 표시 하나만으로 포화지방까지 적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달걀과 새우는 무조건 피해야 할까요?
달걀노른자와 새우에는 식품 속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둘을 버터나 가공육과 똑같이 취급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심장협회는 달걀을 평가할 때 함께 먹는 베이컨, 소시지, 버터와 전체 식사 구성을 보라고 설명합니다. 달걀을 삶아 채소와 먹는 식사와 버터에 구운 달걀에 베이컨을 곁들이는 식사는 다르니까요.
그렇다고 LDL 수치가 높은 분에게 달걀은 몇 개를 먹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식품 속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이 있는지에 따라서도 식사 상담이 달라집니다. 달걀 하나를 금지 목록에 올리기 전에 일주일 동안 반복해서 먹는 음식과 조리법을 먼저 적어보면 도움이 됩니다.
검진표에서 중성지방이 높다면 음식 선택도 달라집니다
단 음료, 달콤한 커피, 과자와 정제된 곡물을 자주 먹는 습관은 특히 중성지방과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는 첨가당이 많은 음식이 중성지방을 높일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LDL이 높은 경우의 포화지방 관리와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의 당류 관리를 같은 문제로 생각하면 식단을 바꾸기가 어려워집니다. 술을 자주 마신다면 그 양도 함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대신 무엇을 먹을지도 중요합니다.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는 포화지방을 줄이고 귀리, 콩, 과일 등에 든 수용성 식이섬유를 식사에 더하도록 권합니다. 예를 들어 버터를 바른 빵 대신 오트밀과 과일을 먹거나, 가공육을 넣은 반찬 한 가지를 콩 요리로 바꿀 수 있습니다. 올리브유나 카놀라유 같은 불포화지방이 많은 기름도 버터를 대신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좋은 기름이라고 양을 무제한 늘릴 필요는 없습니다.
약국에서는 콜레스테롤에 좋다는 영양제를 찾는 분도 만납니다. 그런데 제품을 하나 더 먹는 것보다 지금 복용 중인 약과 검진 수치, 평소 식사를 먼저 확인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콜레스테롤 약을 드시거나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음식이나 영양제 때문에 약을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담당 의료진 또는 약사와 상의하세요. 제 경험상 오래 이어지는 변화는 특정 음식 하나를 겁내는 데서보다, 자주 먹는 지방과 단 음식을 알아차리고 식탁을 조금씩 바꾸는 데서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