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하주차장에서 그랜저를 빼다가 기둥 앞에서 두 번이나 후진했다. 차를 오래 몰았다고 공간 감각이 저절로 좋아지는 건 아니더라. 운전 14년 차인 나도 낯선 주차장에 들어가면 한 번씩 식은땀이 난다. 특히 그랜저처럼 차체가 길게 느껴지는 차는 빈자리가 보여도 들어가는 길과 나오는 길을 같이 봐야 마음이 편하다.
빈자리보다 나올 길을 먼저 본다
예전에는 출입구와 가까운 칸이 무조건 좋은 자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벽 옆 끝자리나 기둥 바로 옆 칸에 대고 나면, 돌아올 때 문을 조금밖에 못 열거나 차를 여러 번 꺾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빈칸을 발견하면 먼저 그 앞 통로를 본다. 맞은편에 차가 바짝 서 있는지, 출차할 때 꺾을 공간이 있는지, 운전석 문을 열 여유가 있는지 순서대로 확인한다.
특히 기둥 옆 자리는 기둥이 차의 어느 쪽에 오는지가 중요했다. 운전석 쪽 기둥에 너무 붙이면 주차는 성공해도 내릴 때 고생한다. 반대로 조수석 쪽에 기둥이 있고 옆 차와 간격을 살필 수 있는 자리라면 한결 편했다. 물론 동승자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는 먼저 내려 달라고 하고 주차하는 편이 서로 덜 불편하다.
빈칸 하나를 놓치기 싫어서 급하게 들어갈 때 실수가 잦았다. 한 바퀴 더 돌더라도 차선이 곧고 통로가 넉넉한 칸을 고르면, 주차 시간은 오히려 짧아질 때가 많다.
좁은 칸에서는 카메라보다 옆 차를 먼저 본다
후방 카메라 화면만 보고 후진하다가 옆 차와의 간격이 생각보다 좁았던 적이 있다. 화면에는 뒤쪽 선이 잘 보여도 앞범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까지 다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 뒤로는 주차 칸 앞에서 차를 조금 더 곧게 세우고, 양쪽 사이드미러로 옆 차의 차체와 주차선을 함께 확인한다. 핸들을 크게 돌린 상태라면 앞쪽 모서리도 한 번 본다.
내 방식은 서두르지 않고 두 단계로 나누는 거다. 먼저 차를 칸 안에 넣는다. 그다음 핸들을 바로 세운 뒤 천천히 움직이며 좌우 간격을 맞춘다. 처음부터 한 번에 반듯하게 넣겠다고 버티면 몸도 긴장하고 옆 차와의 거리도 놓치기 쉽다. 주차 보조 화면이나 경고음은 유용하지만, 연식과 사양에 따라 보이는 범위가 다르니 마지막 판단은 거울과 직접 보는 시야로 한다.
옆 차가 선을 밟고 있으면 내 차만 선 가운데 맞춰도 문 열 공간이 모자랄 수 있다. 그런 칸에서는 주차선보다 실제 차 사이 간격을 먼저 본다. 운전석에서 내릴 공간이 안 나오면 다른 칸을 찾는 게 낫다. 문을 겨우 열고 몸을 비틀어 나와 보면 왜 그랬는지 바로 실감한다.
회전 구간은 뒷바퀴가 지나갈 자리까지 본다
지하주차장 램프나 출구의 좁은 회전 구간도 은근히 신경 쓰인다. 앞머리가 기둥을 지났다고 바로 안심하면 안 된다. 차가 돌면서 안쪽 뒷바퀴는 앞바퀴보다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나는 회전 구간에 들어가기 전에 속도를 충분히 줄이고, 안쪽 벽이나 턱과 차 옆면의 거리를 사이드미러로 확인한다.
한 번은 출구 차단기 앞에서 앞차를 따라 너무 바짝 붙었다가 급하게 꺾어야 했다. 그 뒤로는 앞차가 빠져나가고 내 차가 돌 공간이 생길 때 움직인다. 뒤에서 기다리는 차가 있어도 몇 초 서 있는 편이 낫다. 좁은 곳에서 서둘러 한 번에 돌겠다고 하면 결국 앞뒤로 움직이며 더 오래 막게 된다.
턱이 높은 주차장에서는 바퀴가 닿는 위치도 본다. 바퀴가 넘어갈 길과 차체 아래가 지나갈 길은 같지 않다. 처음 가는 곳이라면 천천히 진입해서 소리나 진동이 나는지 살피고, 애매하면 억지로 밀고 가지 않는다.
주차 직전에는 표시와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한다
급한 볼일이 있을 때는 주차 자리를 찾았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놓인다. 나도 잠깐이면 되겠지 싶어서 차를 세웠다가, 돌아와서야 바닥 표시를 본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주변 표지와 바닥 글씨를 한 번 훑는다. 전용 구역인지, 출입구를 가리는 자리인지, 이용 시간이 따로 적혀 있는지 확인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요금이 있는 주차장이라면 입차 시각과 할인 조건도 미리 확인한다. 영수증이나 방문 확인이 필요한 곳에서 계산을 끝내고 차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간 적이 몇 번 있다. 그래서 목적지에 들어가기 전에 할인 등록 방법을 먼저 묻는 습관이 생겼다. 차를 잘 세우는 것만큼 나갈 때 덜 헤매는 것도 주차의 일부다.
그랜저를 몰면서 가장 편해진 순간은 주차 기술이 갑자기 늘었을 때가 아니었다. 좁은 자리에 무리해서 넣지 않고, 입구와 출구를 미리 보고, 차에서 내릴 공간까지 생각하게 됐을 때였다. 한 번에 멋지게 대는 것보다 무사히 들어가서 편하게 나오는 주차가 나는 더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