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하주차장에서 입구와 가장 가까운 빈자리를 보고 바로 들어갔다가, 내릴 때부터 후회했습니다. 운전석 옆이 기둥이라 문을 조금밖에 못 열겠더라고요. 차를 넣는 데는 30초도 안 걸렸는데, 몸을 비집고 나와 짐을 꺼내는 데는 한참 걸렸습니다. 운전 14년을 해도 이런 실수는 가끔 합니다. 그 뒤로는 빈자리만 보지 않고, 차를 세운 뒤의 동선까지 먼저 봅니다.
가까운 자리보다 내리기 편한 자리가 낫다
주차장에 들어가면 출입구 가까운 칸부터 눈이 갑니다. 그런데 저는 그 칸이 기둥 옆인지, 옆 차와 간격이 어떤지부터 봅니다. 운전석 쪽에 기둥이 붙어 있으면 주차 자체는 쉬워 보여도 문 열 공간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수석 쪽이 기둥인 칸은 혼자 탈 때 편할 수 있지만, 동승자가 있거나 짐을 내려야 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옆 차의 위치도 중요합니다. 이미 한쪽으로 바짝 붙어 세운 차가 있다면 빈칸의 선이 넓어 보여도 실제로 쓸 공간은 좁습니다. 특히 장을 보고 돌아와 장바구니를 뒷좌석에 실어야 할 때는 차 문이 어느 쪽으로 열리는지가 크게 느껴집니다. 저는 주차 전에 ‘운전석 문을 열 수 있나, 짐은 어디로 넣지’ 두 가지만 빠르게 떠올립니다. 엘리베이터까지 몇 걸음 더 걷더라도 이쪽이 편한 날이 많았습니다.
빈칸을 발견하면 뒤차와 통로부터 본다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았다고 급하게 꺾으면 통로에서 더 고생합니다. 차가 지나갈 폭이 좁거나 뒤차가 가까이 따라오면 한 번에 넣으려다 각도가 꼬이기 쉽거든요. 저는 방향지시등을 켜고 속도를 줄인 다음, 들어갈 자리와 통로 폭을 함께 봅니다. 뒤차가 기다리는 게 신경 쓰여도 서두르다 여러 번 앞뒤로 움직이는 편이 오히려 시간을 더 씁니다.
기둥 바로 옆 칸은 들어가는 각도도 따져야 합니다. 차 앞머리가 기둥을 지나기도 전에 핸들을 깊게 돌리면 뒤쪽 모서리가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차종마다 회전하는 느낌이 다르니 ‘여기서 무조건 핸들을 몇 바퀴’ 같은 공식은 믿지 않습니다. 거울과 카메라를 번갈아 보고, 안 보이는 부분은 멈춰서 직접 확인합니다. 몇 초 더 쓰는 게 긁힌 자국을 보고 속상해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주차선 안에 넣은 뒤 문 열 공간을 확인한다
차가 선 안에 들어오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는 기어를 주차 위치에 놓고 주변 간격을 한 번 더 봅니다. 옆 차 쪽으로 치우쳤다면 내 차에서 내리기도 불편하고 옆 차 운전자도 타기 힘듭니다. 가능한 범위에서 양쪽 간격을 비슷하게 맞추고, 기둥이나 벽이 있는 쪽은 문을 열 여유가 남았는지 확인합니다.
후진 카메라 화면만 보고 차를 곧게 세웠다고 믿었던 적도 있습니다. 막상 내려 보니 주차선과 차가 살짝 비스듬했어요. 카메라는 뒤쪽을 보는 데 유용하지만 옆 간격까지 대신 판단해 주지는 않더라고요. 사이드미러로 선을 확인하고, 애매하면 내려서 보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두 번 주차하는 기분이었는데, 요즘은 차를 다시 빼야 하는 일이 훨씬 줄었습니다.
돌아와서 출차할 때까지 생각한다
주차할 때 편했던 칸이 나갈 때도 편한 건 아닙니다. 벽 앞에 바짝 붙은 칸이나 통로 끝자리는 출차할 때 차 머리를 돌릴 공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특히 큰 차를 몰거나 주차장 통로가 좁다면, 들어가기 전에 나오는 방향을 잠깐 그려 보는 게 좋습니다. 저는 차를 뺄 때 앞쪽으로 움직일 여유가 있는지부터 봅니다.
주차 위치도 기억해 둡니다. 예전에는 ‘지하 2층쯤이겠지’ 하고 올라갔다가 같은 모양의 기둥 사이를 한참 돌았습니다. 이제는 층과 구역 표시를 휴대전화로 찍어 둡니다. 짐이 많거나 늦은 시간에 돌아올 예정이라면 이동 동선이 단순한 자리도 반갑습니다. 결국 제게 좋은 주차 자리는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칸이 아니라, 내리고 짐 싣고 다시 빠져나오는 순간까지 덜 번거로운 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