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옷장을 손봐드린 집에서 접힌 자국이 선명한 니트를 봤어요. 입기 직전에 다리미로 꾹 누르셨다는데, 주름은 펴졌지만 어깨와 소매가 조금씩 늘어나 있었죠. 니트는 셔츠처럼 눌러서 반듯하게 만드는 옷이 아니에요. 뜨거운 김으로 섬유를 부드럽게 한 뒤 원래 모양으로 돌려놓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리미를 켜기 전에 소재부터 확인해요
같은 니트라도 울, 면, 아크릴, 폴리에스터는 열을 견디는 정도가 달라요. 먼저 안쪽 세탁 라벨에서 다림질 가능 여부와 온도 표시를 확인하세요. 다리미 그림에 금지 표시가 있으면 열을 대지 않는 게 맞고, 점 하나는 낮은 온도, 점 둘은 중간 온도를 뜻합니다. 혼방이라면 가장 열에 약한 소재를 기준으로 잡는 편이 안전해요.
특히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터가 섞인 니트는 높은 열에 표면이 번들거리거나 납작해질 수 있어요. 울과 캐시미어도 강하게 누르면 포근한 결이 죽습니다. 라벨이 없거나 소재가 애매하면 눈에 띄지 않는 안쪽 밑단에 얇은 천을 덮고 낮은 온도로 잠깐 시험해보세요. 천에 눌린 자국이 남거나 표면 색이 달라 보이면 그 자리에서 멈춰야 합니다.
보풀과 먼지도 먼저 가볍게 떼어두면 좋아요. 열과 압력이 더해진 뒤에는 섬유에 붙은 먼지가 눈에 잘 띄고, 보풀 위를 문지르다 원단까지 상하기 쉽거든요. 접힌 자국을 펴는 일보다 옷의 표면을 지키는 일이 먼저입니다.
접힌 자국은 누르기보다 김으로 풀어요
제가 가장 자주 쓰는 방법은 니트를 평평하게 펼쳐 놓고 스팀을 짧게 주는 거예요. 깨끗한 수건을 깐 다리미판이나 식탁 위에 옷을 놓고, 어깨선과 밑단을 손으로 원래 모양에 맞춰줍니다. 다리미를 좌우로 밀지 말고 한 구역에 김을 몇 초 쏘인 뒤 손바닥으로 가볍게 펴주세요. 다리미 바닥이 원단에 직접 닿지 않도록 띄우는 게 안전합니다.
스팀 기능이 약하다면 물기를 꽉 짠 얇은 면 천을 덮고 낮은 온도로 짧게 눌렀다 떼는 방법도 있어요. 이때 ‘누른다’는 말은 체중을 싣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리미를 올렸다 내리는 정도면 충분해요. 천 위를 미끄러뜨리면 니트 코가 한쪽으로 끌려가 소매나 밑단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주름이 깊다고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마세요. 한 번에 펴려 하면 열도 압력도 세집니다. 짧게 스팀을 주고 식은 뒤 상태를 확인해 한 번 더 하는 편이 낫습니다. 스팀 다리미를 쓸 때는 손을 분사 방향에서 빼고, 제품 설명서에 적힌 거리와 사용법도 함께 확인하세요. 뜨거운 김은 원단보다 손에 먼저 닿기 쉽습니다.
목과 소매는 형태를 잡아가며 다뤄요
니트에서 눈에 잘 띄는 곳은 몸판보다 목둘레와 소매 끝이에요. 리브 조직으로 짠 부분은 늘어난 상태에서 열을 주면 그 모양이 남을 수 있습니다. 목둘레가 벌어졌다면 양손으로 폭을 조금 모아 원래 둥근 선을 만든 다음, 떨어진 곳에서 스팀을 짧게 주세요. 손으로 잡아당겨 팽팽하게 만든 채 김을 쏘이는 건 피해야 해요.
소매는 봉제선이 자연스럽게 놓이도록 펴고, 손목 부분을 먼저 맞춰줍니다. 팔 길이를 늘리듯 끝을 잡아당기지 말고 손바닥으로 표면만 가볍게 다독이세요. 두꺼운 꽈배기 무늬나 도톰한 짜임은 앞면을 누르면 입체감이 쉽게 죽어요. 필요하다면 뒤집어서 안쪽에만 스팀을 주고, 겉면의 무늬는 손끝으로 살려주는 편이 보기 좋습니다.
옷 전체가 늘어졌다면 다림질로 원래 크기를 되돌리기는 어려워요. 특히 어깨가 아래로 처졌거나 몸통이 길어진 경우에는 열로 줄이려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럴 때는 세탁 라벨에 맞춰 관리한 뒤 평평하게 말리면서 형태를 잡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다린 뒤 20분이 옷의 모양을 좌우해요
김을 쏘인 니트는 겉으로 마른 듯 보여도 안쪽에 습기와 온기가 남아 있어요. 바로 입거나 옷걸이에 걸면 옷 자체의 무게로 어깨가 처질 수 있습니다. 수건 위에 평평하게 놓고 형태를 맞춘 뒤 20분 정도 충분히 식혀주세요. 두꺼운 니트라면 손으로 만졌을 때 온기와 습기가 사라졌는지 보고 조금 더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보관할 때도 옷걸이보다 접는 쪽이 편해요. 어깨가 넓은 옷걸이라도 오래 걸어두면 무게가 아래로 쏠리거든요. 자주 입는 니트는 서랍에 너무 빽빽하게 넣지 말고, 접힌 선이 계속 같은 자리에 생기지 않도록 가끔 접는 위치를 바꿔주세요. 입기 전마다 다리미를 꺼내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사실 니트 다림질에서 가장 아끼고 싶은 건 옷보다도 매일의 수고예요. 한 번 세게 펴서 하루 반듯한 것보다, 약한 스팀으로 모양을 살리고 잘 식혀 접어두는 편이 오래 갑니다. 제가 집의 동선을 볼 때처럼 니트도 입고, 벗고, 보관하는 흐름까지 생각하면 관리가 훨씬 가벼워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