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코인을 사려던 지인이 현재가만 보고 시장가 주문을 넣었다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체결됐다며 당황하더라고요. 화면에 보이는 가격으로 전부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체결 가격은 호가창에 쌓인 주문 수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코인 호가창 매매를 시작할 때는 가격이 오를지 맞히려 하기보다, 내 주문이 어디에서 얼마나 체결될지를 읽는 것부터 익히는 편이 좋습니다.
호가창에서 먼저 볼 숫자 세 가지
호가창에는 사려는 사람이 제시한 매수 호가와 팔려는 사람이 제시한 매도 호가가 가격별로 표시됩니다. 가장 높은 매수 호가는 지금 바로 팔 때 먼저 만나는 가격이고, 가장 낮은 매도 호가는 지금 바로 살 때 먼저 만나는 가격입니다. 거래소마다 색상과 배치가 다를 수 있으니 빨간색이나 파란색만 외우기보다 ‘매수’와 ‘매도’ 표시를 직접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첫 번째는 두 가격의 차이인 스프레드입니다. 최고 매수 호가가 10만 원, 최저 매도 호가가 10만 100원이라면 차이는 100원, 매수 호가 기준 약 0.1%입니다. 이 간격이 넓을수록 바로 사고팔 때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거래 수수료까지 더하면 짧은 가격 변동으로 수익을 내기가 더 어려워지죠.
두 번째는 각 가격에 걸린 주문 수량입니다. 같은 10만 100원짜리 매도 호가라도 2개가 쌓여 있는 경우와 200개가 쌓여 있는 경우는 다릅니다. 세 번째는 실제 체결 내역입니다. 호가창의 수량은 아직 거래되지 않은 주문이라 바뀌거나 취소될 수 있지만, 체결 내역은 거래가 이루어진 기록입니다. 큰 주문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격을 단단한 지지선이나 저항선으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시장가 주문 전에 예상 체결가 계산하기
시장가 주문은 빨리 거래하고 싶을 때 편합니다. 대신 한 가격에 필요한 수량이 모자라면 다음 호가까지 차례로 체결됩니다. 예를 들어 10개를 사려는데 매도 호가에 10만 100원으로 3개, 10만 300원으로 7개가 있다면 평균 매수 가격은 10만 240원입니다. 화면에서 가장 먼저 보인 10만 100원보다 개당 140원 높은 셈입니다. 주문 직전에 호가가 움직일 수 있어 이 계산도 예상치일 뿐입니다.
이런 차이를 흔히 슬리피지라고 부릅니다. 업비트의 주문 안내에도 시장가 주문은 가장 유리한 호가부터 순차적으로 체결된다고 나옵니다. 특히 거래가 뜸한 코인이나 가격이 급하게 움직이는 순간에는 여러 호가를 지나며 예상보다 불리한 가격에 거래될 수 있습니다. 주문 금액이 클수록 첫 호가만 보지 말고, 필요한 수량이 어느 가격대까지 쌓여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지정가 주문은 원하는 가격을 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가격에 도달했다고 해서 내 주문이 반드시 전부 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가격에 먼저 들어온 주문이 있거나 거래량이 부족하면 일부만 체결되고 나머지는 남을 수 있습니다. 가격을 지키는 일이 중요한지, 빠른 체결이 중요한지에 따라 주문 방식을 고르면 됩니다.
매수벽과 매도벽은 어떻게 읽을까
특정 가격에 유난히 큰 매수 주문이 쌓이면 ‘매수벽’, 큰 매도 주문이 쌓이면 ‘매도벽’이라고 부릅니다. 매수벽 앞에서는 가격이 잠시 버티는 듯 보이고, 매도벽 앞에서는 상승이 막히는 듯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큰 주문도 언제든 취소되거나 다른 가격으로 옮겨질 수 있습니다. 벽 하나만 보고 매수하거나 매도하면 갑자기 바뀐 호가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큰 주문이 보이면 잠깐 더 지켜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격에서 실제 거래가 반복되는지, 주문 수량이 거래를 통해 줄어드는지, 아니면 체결 없이 사라지는지 보면 화면의 숫자를 조금 더 차분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1분 전에는 두꺼웠던 호가가 지금은 비어 있다면, 이전 화면을 근거로 주문을 넣어서는 안 되겠죠.
호가 잔량의 비율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수 잔량이 매도 잔량보다 많다고 해서 가격 상승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호가창은 그 순간 공개된 주문을 보여줄 뿐, 앞으로 들어올 주문까지 알려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차트의 가격 흐름과 최근 체결 내역을 함께 보고, 호가창은 주문 가격을 결정하는 자료로 쓰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주문 버튼을 누르기 전 확인할 순서
- 사려는 수량 또는 팔려는 수량이 첫 호가에서 전부 체결될 수 있는지 본다.
- 최고 매수 호가와 최저 매도 호가의 차이, 거래 수수료를 함께 계산한다.
- 지정가 주문이라면 미체결 수량이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
- 주문 후에는 체결 내역과 남은 주문을 확인한다.
가령 10만 원어치만 거래할 생각이라면 먼저 그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수량을 대략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수량이 여러 매도 호가에 걸친다면 한 번에 시장가로 사는 대신,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을 정해 지정가 주문을 넣는 선택도 있습니다. 반대로 팔 때는 매수 호가의 수량을 확인해야 합니다. 사는 화면만 익숙해지고 파는 화면은 처음 보는 일이 없도록, 소액으로 두 방향의 주문 화면을 미리 살펴두면 편합니다.
호가창을 오래 본다고 다음 가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스프레드, 주문 수량, 실제 체결을 구분해서 보면 적어도 내가 누른 주문이 어떤 가격에 체결될지는 더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수익 기회를 찾는 속도보다 주문 금액과 체결 가격을 확인하는 습관이 더 값지다고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