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불장 끝물에 처음 코인을 샀을 때, 저는 투자금이 작으면 손실도 가볍게 넘길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내려갈수록 조금씩 더 사게 됐고, 어느새 처음 생각한 금액을 훌쩍 넘겼습니다. 코인소액투자에서 제가 먼저 정하는 건 살 코인보다 추가로 넣지 않을 금액입니다.
한 달 투자금보다 전체 한도를 먼저 정한다
매달 3만 원씩 산다는 계획은 시작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끝나는 시점을 정하지 않으면 하락장에서 3만 원이 10만 원, 30만 원으로 커지기 쉽습니다. 저는 생활비와 비상금을 빼고, 전부 잃어도 당장 생활이 흔들리지 않을 금액을 전체 한도로 잡습니다. 예를 들어 총 30만 원까지만 투자하기로 했다면 월 3만 원씩 열 번 매수한 뒤에는 가격이 더 떨어져도 자동으로 돈을 넣지 않는 식입니다.
손실 규모도 원화로 미리 써보는 편입니다. 30만 원을 넣은 코인이 50% 하락하면 평가금액은 15만 원입니다. 다시 30만 원이 되려면 그 자리에서 100% 올라야 합니다. ‘반 토막 나도 기다리면 되지’라는 말이 실제 계좌에서는 꽤 무겁게 느껴집니다. 빚을 내거나 곧 써야 할 돈으로 매수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소액일수록 수수료와 호가를 같이 본다
거래소를 여러 곳 써보니 같은 코인이라도 주문 화면에서 확인할 게 조금씩 달랐습니다.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최소 주문 금액, 거래 수수료, 매수와 매도 호가의 차이를 확인합니다. 최소 주문 금액에 못 미치면 계획한 금액으로 주문 자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거래소 공지와 주문 화면에서 현재 조건을 확인하는 게 가장 빠릅니다.
수수료율이 매수와 매도 각각 0.05%라고 가정하면 1만 원을 사고팔 때 수수료만 약 10원입니다. 숫자만 보면 작지만, 호가 간격이 넓거나 주문량이 적은 코인은 원하는 가격에 바로 거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현재가만 보고 시장가로 주문했다가 예상보다 비싸게 산 적도 있습니다. 소액으로 처음 거래한다면 거래가 활발한 종목의 주문창에서 매수·매도 가격과 주문량을 보고, 지정가 주문이 어떻게 체결되는지 익히는 편이 낫습니다. 지정가도 원하는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으니 미체결 주문을 확인해야 합니다.
분할 매수는 횟수보다 멈출 기준이 중요하다
매주 같은 금액을 사면 매수 시점을 한 번에 고르는 부담은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손실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도 정기적으로 나눠 사는 방식에는 하락장에서의 손실 가능성과 잦은 거래에 따른 비용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저도 예전에 가격이 내려갈 때마다 ‘평균 매수가를 낮춘다’는 이유로 추가 매수하다가, 정작 그 코인을 산 이유가 여전히 유효한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매수 전에 세 가지를 적어둡니다. 왜 이 코인을 사는지, 총 얼마까지 살지, 어떤 일이 생기면 매수를 멈출지입니다. 예컨대 거래소의 거래 지원 종료 공지가 나거나, 코인 발행량과 유통량에 관한 설명이 바뀌었는데 이해하지 못했다면 다음 매수를 보류합니다. 가격이 20% 내려갔다는 사실만으로 추가 매수의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가격이 급등해도 원래 정한 한도를 즉흥적으로 늘리지 않습니다.
보관과 출금까지 해봐야 실제 비용이 보인다
소액으로 스테이킹과 디파이를 시험했을 때 가장 크게 배운 건, 표시된 수익률이 손에 쥐는 수익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치한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보상으로 코인을 더 받아도 원화 기준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디파이는 지갑 연결, 스마트 계약, 출금 수수료처럼 거래소 매수와 다른 위험도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수익률부터 비교하기보다 거래소의 보안 설정과 출금 절차를 익히는 데 시간을 쓰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저는 새 거래소를 쓸 때 소액으로 입금과 출금 과정을 먼저 확인합니다. 계정에는 별도 비밀번호와 2단계 인증을 설정하고, 코인을 옮길 때는 받는 주소와 네트워크를 한 글자씩 다시 봅니다. 네트워크를 잘못 고르면 자산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출금 수수료가 투자금에 비해 크다면 굳이 옮기지 않고 거래소 보관 위험을 이해한 상태에서 금액을 더 작게 유지하는 선택도 합니다.
코인소액투자는 큰 수익을 빨리 만드는 방법이라기보다, 내 돈으로 주문과 손실, 보관 과정을 배워보는 방법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1만 원을 사더라도 왜 샀는지 설명할 수 있고, 다음 매수를 멈출 수 있어야 그 경험이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