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노트북을 고르던 지인이 인텔 코어 울트라 5와 코어 i7 중 어느 쪽이 더 좋은지 물었다. 이름만 보면 i7이 더 높아 보이지만, 서로 다른 시기에 나온 제품이라 숫자 하나로 답하기 어렵다. 인텔 CPU를 고를 때는 이름을 외우기보다 내가 할 일과 제품 구성을 먼저 맞춰 보는 편이 빠르다.
코어 등급보다 전체 모델명을 먼저 보기
인텔 제품 이름에는 코어 5·7 같은 등급, 세대를 나타내는 숫자, 끝에 붙는 영문자가 함께 들어간다. 예를 들어 코어 울트라 7 265K에서 ‘7’은 제품 등급이고, ‘265’의 첫 숫자 2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를 뜻한다. 반면 코어 i7-14700K는 이전 이름 체계의 14세대 제품이다. 두 제품의 ‘7’만 떼어 놓고 성능을 비교하면 놓치는 게 많다.
코어 울트라가 붙었다고 모든 작업에서 기존 코어 i 제품보다 빠르다는 뜻도 아니다. 인텔은 코어와 코어 울트라 제품군을 함께 판매하고 있고, 같은 등급 안에도 노트북용과 데스크톱용이 섞여 있다. 쇼핑몰에서 두 제품을 비교할 때는 상품명 전체를 복사해 CPU 모델명, 메모리, 그래픽 구성을 나란히 적어 보면 차이가 훨씬 선명해진다.
노트북은 끝 글자와 본체 구성을 함께 보기
노트북 CPU 이름 끝의 U는 전력 효율을 중시하는 제품, H는 높은 성능을 겨냥한 제품을 가리킨다. 인텔 제품 안내에서도 코어 울트라 노트북용 모델에 U·H·V 같은 글자를 사용한다. 다만 끝 글자는 성격을 알려 주는 표시일 뿐이다. H가 붙은 노트북도 얇은 본체에 들어가면 팬 소음이나 발열 때문에 장시간 작업할 때 체감이 달라질 수 있다.
문서 작성, 화상회의, 웹 브라우저 탭을 여러 개 띄우는 일이 주라면 CPU 등급을 한 단계 올리는 것보다 메모리 용량을 살피는 게 실속 있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메모리 8GB인 상위 CPU 노트북과 16GB인 중간급 CPU 노트북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쓰는 사람은 후자가 더 편할 수 있다. 사진 보정과 영상 편집을 자주 한다면 CPU뿐 아니라 메모리, 저장 공간, 그래픽 성능도 함께 봐야 한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중요하다면 CPU 이름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같은 모델의 실제 사용 후기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화면 크기와 밝기, 배터리 용량, 제조사의 전력 설정도 사용 시간에 영향을 준다. 무게가 가벼운 제품을 찾다가 충전기를 늘 들고 다니게 되면 처음 기대했던 휴대성이 줄어든다.
데스크톱은 K와 F를 확인하기
데스크톱 CPU를 조립할 때는 이름 끝의 글자가 비용에 직접 연결된다. 인텔 안내에서 K는 배수 조절이 가능한 모델이고, F는 별도 그래픽카드가 필요한 모델이다. KF에는 두 특징이 함께 적용된다. 게임용 PC에 그래픽카드를 따로 넣을 계획이라면 F 모델도 후보가 되지만, 그래픽카드 없이 화면을 연결하려는 구성이라면 F 모델은 피해야 한다.
K 모델을 살 때는 CPU 가격만 계산하지 않는 게 좋다. 인텔에 따르면 K·KF가 붙은 박스형 데스크톱 CPU에는 기본 팬 방열판이 들어 있지 않다. 쿨러 비용을 별도로 잡고, 케이스에 들어갈 크기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조용한 PC를 원한다면 최고 성능 수치뿐 아니라 쿨러와 본체의 소음 평가도 살펴볼 만하다.
기존 PC의 CPU만 바꾸려는 경우에는 메인보드 호환성이 먼저다. 예를 들어 코어 i7-14700K는 LGA1700 소켓을 쓰지만 코어 울트라 7 265K는 LGA1851 소켓을 쓴다. CPU만 새로 주문했다가 메인보드까지 바꿔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면 예상 지출이 크게 늘어난다. 구매 전에는 메인보드 모델명과 지원 CPU 목록, 필요한 바이오스 버전을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내 사용 패턴으로 마지막 후보를 좁히기
후보가 두세 개 남았다면 자주 하는 작업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된다. 이동이 잦고 문서 작업이 중심이라면 무게, 배터리, 메모리를 먼저 본다. 게임이 목적이라면 원하는 게임의 실제 구동 결과와 그래픽카드 구성이 중요하다. 영상 편집이나 여러 작업을 동시에 오래 돌린다면 냉각 성능과 메모리 용량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 노트북은 CPU 모델명과 함께 메모리 용량, 무게, 배터리 사용 후기를 본다.
- 조립 PC는 F 모델의 그래픽카드 필요 여부와 K 모델의 쿨러 비용을 확인한다.
- CPU 교체는 현재 메인보드의 소켓과 지원 목록부터 확인한다.
CPU 이름은 후보를 빠르게 좁혀 주지만, 실제로 매일 쓰는 건 완성된 PC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더 높은 숫자에 바로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그래도 내가 자주 하는 일을 적어 놓고 제품 전체를 비교해 보면, 오래 만족하며 쓸 선택이 의외로 쉽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