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경매로 산 아파트의 대출 조건을 다시 확인하다가 금리 차이보다 먼저 중도상환수수료를 계산했다. 경매 현장에서는 낙찰가와 예상 월세를 촘촘히 따지면서, 막상 대출은 ‘금리가 내려갔다’는 말만 듣고 움직이는 분을 종종 본다.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는 금리표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기존 대출을 갚는 날부터 새 근저당권이 설정되는 날까지, 돈과 서류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금리 0.6%포인트 차이, 실제로 남는 돈은
계산을 위해 대출 잔액이 2억 4천만 원인 아파트를 가정해보자. 기존 금리는 연 4.8%, 새로 제시받은 금리는 연 4.2%다. 잔액이 1년 내내 그대로라면 이자 차이는 연 144만 원, 월 12만 원이다. 그런데 원리금균등상환 중이라면 매달 원금이 줄어든다. 실제 절감액도 이 단순 계산보다 작아진다.
여기에 기존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100만 원, 새 대출을 실행하며 드는 설정·말소 관련 비용과 기타 비용 40만 원이 든다고 가정하자. 초기 비용만 140만 원이다. 잔액이 그대로라는 단순 계산으로도 비용을 회수하는 데 약 12개월이 걸린다. 6개월 뒤 매도할 생각인 물건이라면 낮은 금리가 눈에 들어와도 계산이 달라진다. 반대로 오래 보유할 집이라면 검토할 만하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1월부터 새로 취급하는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실비용 범위에서 산정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렇다고 내 대출의 수수료를 공시된 평균치로 계산하면 곤란하다. 약정 시점, 남은 기간, 은행과 상품에 따라 실제 청구액이 다르다. 기존 은행에 특정 상환 예정일을 찍어 금액을 받아야 숫자가 맞는다.
월 납입액이 줄었다고 이익이 늘어난 건 아니다
은행 상담에서 가장 조심해서 보는 숫자가 월 납입액이다. 20년 남은 대출을 30년 만기로 새로 받으면 매달 내는 돈은 크게 줄 수 있다. 하지만 갚는 기간이 길어진 만큼 전체 이자 부담은 오히려 늘 수 있다. 금리 인하 효과와 만기 연장 효과를 섞어 보면 판단이 흐려진다.
그래서 나는 기존 대출과 새 대출을 같은 잔여 만기, 같은 상환 방식으로 먼저 비교한다. 그다음 새 상품의 실제 만기를 넣어 월 납입액과 보유 예정 기간 동안의 총이자를 다시 본다. 변동금리라면 최초 금리만 적지 않는다. 우대금리를 유지하려면 급여 이체나 카드 사용 실적이 필요한지, 우대 기간이 끝나면 금리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확인한다.
경매 투자자라면 보유 기간이 특히 중요하다. 명도가 늦어져 예상보다 오래 들고 갈 수도 있고, 매도가 빨리 끝날 수도 있다. 월 10만 원을 아끼려고 갈아탔는데 몇 달 뒤 매도하면서 새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다시 내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새 계약서의 상환 조건까지 읽어야 계산이 끝난다.
경락잔금대출은 일반 주담대와 확인할 것이 다르다
경매로 취득한 집에 경락잔금대출을 썼다면 상품 이름만 보고 온라인 갈아타기가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금융위원회의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는 주택 유형, 시세 조회 가능 여부, 기존 대출과 새 금융회사의 취급 조건에 따라 이용 가능 범위가 달라진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나 주거용 오피스텔은 금융회사별 취급 여부를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출의 성격도 확인해야 한다. 가계 주택담보대출인지, 사업자대출인지에 따라 심사와 대환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 대출 약정서의 대출 용도와 담보 내역을 새 은행에 먼저 보여주는 편이 빠르다. 온라인 비교 화면에 금리가 떠도 최종 심사에서 소득, 다른 대출의 원리금, 담보 평가액을 다시 본다.
특히 낙찰 뒤 짧은 기간에 갈아탈 때는 등기 상태를 확인한다. 소유권 이전과 기존 근저당권 설정이 끝났는지, 새 대출 실행일에 기존 채무 상환과 근저당권 말소를 어떻게 연결할지 은행 담당자에게 일정표를 받아야 한다. 경매 권리분석에서 한 줄이 중요하듯, 대출에서는 실행일 하루가 중요할 때가 있다.
신청 전에 은행 두 곳에 같은 숫자를 묻는다
나는 비교할 때 기존 은행과 새 은행에 같은 기준일을 제시한다. 기존 은행에는 그날 갚을 원금, 이자, 중도상환수수료를 묻는다. 새 은행에는 실제 적용금리와 우대 조건, 대출 가능액, 만기, 상환 방식, 실행 가능일, 부대비용을 묻는다. 금리만 전화로 듣고 움직이면 뒤에서 숫자가 바뀐다.
- 기존 대출의 상환 예정일 기준 완제 금액
- 새 대출의 최종 심사 가능액과 금리 우대 유지 조건
- 설정·말소 비용과 새 대출의 중도상환 조건
- 같은 만기 기준 월 납입액과 예상 보유 기간의 총비용
현재의 대출 규제도 한도에 영향을 준다. 금융위원회의 스트레스 DSR은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계산에 쓰는 가산금리가 곧 내가 실제로 낼 금리는 아니다. 기존 대출이 나온 당시의 한도를 새 은행에서도 그대로 받을 거라고 예상하면 자금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지역과 대출 유형에 따른 적용 방식은 신청 시점에 은행에서 확인해야 한다.
내가 물건을 볼 때 예상 매도가 하나만 적지 않는 이유와 같다. 대출도 ‘금리가 더 내려가면’, ‘예정보다 빨리 팔리면’, ‘심사 한도가 부족하면’이라는 경우를 각각 숫자로 써본다. 그 뒤에도 비용을 회수할 시간이 충분하고 자금 공백이 없다면 갈아탈 이유가 있다. 숫자가 애매하면 지금 대출을 유지하는 것도 투자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