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속초 여행 일정을 보면 바다, 시장, 설악산을 하루에 모두 넣는 경우가 많다. 지도에서는 가까워 보여도 주차하고 걷고 식사하는 시간을 더하면 생각보다 빠듯하다. 속초가볼만한곳을 고를 때는 명소의 개수보다 이동 방향을 먼저 잡는 편이 좋다. 바다와 시내를 묶어 하루를 보내고, 설악산은 시간이 넉넉할 때 따로 배치하면 풍경도 덜 서두르며 볼 수 있다.
차 없이 간다면 속초해수욕장에서 시작하기
고속버스로 도착했다면 속초해수욕장이 편한 출발점이다. 속초시 관광 안내에 따르면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해수욕장까지 걸어서 약 5분 거리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다를 볼 수 있고, 모래사장 뒤로 송림 산책로도 이어진다. 여름 물놀이가 목적이 아니어도 잠깐 앉아 파도 소리를 듣기 좋다.
해변에서는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떠나기보다 30분 정도 여유를 두는 편이 낫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같은 바다도 체감 온도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늦가을부터 봄까지는 얇은 겉옷 하나를 더 챙기면 해변과 시내를 오갈 때 편하다. 해수욕장 주변에서 점심까지 해결할 수도 있지만, 시장 먹거리가 목적이라면 이곳에서는 간단히 쉬었다가 이동하는 구성이 자연스럽다.
관광수산시장과 아바이마을은 한 번에 걷기
속초관광수산시장과 아바이마을은 한 묶음으로 생각하면 동선이 깔끔하다. 시장에서 먹거리를 고른 뒤 갯배선착장으로 가서 수로를 건너면 된다. 속초시 안내에는 갯배로 건너는 구간이 약 60m로 소개돼 있다. 이동 자체는 짧지만, 철선에 갈고리를 걸어 배를 당기는 방식이어서 걸어서 다리를 건널 때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아바이마을은 한국전쟁 때 내려온 실향민들이 정착한 곳이다. 순대나 냉면을 먹고 골목을 천천히 걸으면 이곳이 단순한 먹거리 거리가 아니라는 점이 보인다. 시장에서 이미 간식을 많이 샀다면 마을에서는 식사를 하나만 골라도 충분하다.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주문하기보다 배가 얼마나 고픈지 보고 고르면 남기는 일도 줄어든다.
갯배는 속초시 관광 안내 기준으로 성인 편도 500원이며, 계절에 따라 운행 시간이 다르고 날씨에도 영향을 받는다. 늦은 시간에 건널 계획이라면 현장 안내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시장과 마을을 포함한 속초시의 아바이마을 걷기 코스는 약 3km다. 식사와 구경 시간을 빼고도 걷는 거리를 생각해 편한 신발을 신는 편이 낫다.
바다 전망은 영금정, 조용한 산책은 영랑호
시장 일정을 마친 뒤에도 시간이 남는다면 영금정과 영랑호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영금정은 동명항 곁 암반 지대에 있는 바다 전망 명소다. 바다 쪽 정자에서는 파도가 바위에 닿는 모습이 가까이 보인다. 속초시 관광 안내에 따르면 영금정에서 속초등대전망대까지는 걸어서 약 10분이다. 바다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두 곳을 이어 걷는 구성이 잘 맞는다.
반대로 사람 많은 곳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다면 영랑호가 좋다. 속초시가 소개하는 영랑호 둘레 걷기 코스는 약 7.3km라서 한 바퀴를 다 돌 생각이라면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짧게 머물 때는 범바위 주변이나 호숫가 일부만 걸어도 된다. 날이 맑으면 호수 너머 설악산과 울산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영금정은 탁 트인 동해를 보는 자리, 영랑호는 물가를 따라 속도를 늦추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선택이 쉬워진다.
설악산을 넣을 때는 오전을 비워두기
설악산은 시내 명소 사이에 잠깐 끼워 넣기보다 오전 일정으로 잡는 편이 편하다. 소공원에서 신흥사 방향으로 걸으면 산길을 길게 오르지 않아도 계곡과 숲, 사찰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등산을 계획했다면 목적지에 따라 소요 시간과 체력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출발 전에 국립공원공단의 탐방로 통제 안내와 현장 날씨를 확인하고, 돌아올 시간도 미리 정해두는 게 안전하다.
외옹치 바다향기로를 일정에 넣어두었다면 한 가지는 꼭 확인해야 한다. 속초시 관광 안내에는 이 산책로가 보수공사로 폐쇄 중이라고 표시돼 있다. 해변까지 갔다가 데크길 입구에서 되돌아오는 일을 피하려면 방문 직전에 개방 여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날 바다를 더 걷고 싶다면 속초해수욕장이나 영금정 주변으로 시간을 옮기는 편이 현실적이다.
속초는 바다와 호수, 산이 한 도시에 모여 있어 욕심내기 쉬운 곳이다. 하지만 하루라면 해변에서 시작해 시장과 아바이마을을 걷고, 남은 시간에 영금정이나 영랑호 한 곳을 더하는 정도가 여유롭다. 설악산을 보고 싶은 날에는 오전을 그곳에 내어주자. 장소를 하나 덜 들러도 풍경을 오래 기억하는 여행이 나는 더 좋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