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코인 가격이 급락하던 날, 매도한 돈을 잠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겨뒀다. 그때는 USDC든 USDT든 이름만 다르고 똑같이 1달러쯤 하는 코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다른 거래소로 보내려니 지원하는 코인과 네트워크가 달랐고, 팔 때 받을 가격도 달랐다. 그 뒤로는 둘 중 무엇을 살지보다 어디에 쓰고 어떻게 빠져나올지를 먼저 확인한다.
같은 1달러를 목표로 해도 확인할 대상은 다르다
USDC는 서클, USDT는 테더가 발행한다. 둘 다 1개가 약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지만, 발행사가 보유한 준비자산과 상환 방식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서클은 현금과 단기 미국 국채 등을 포함한 USDC 준비자산 구성을 공개하고, 월별 제삼자 확인 보고서를 제공한다. 테더도 유통량과 준비자산 보고서를 공개한다. 다만 준비자산의 세부 구성은 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숫자를 볼 때는 발행량과 준비자산 규모뿐 아니라 보고서의 기준일도 함께 본다. 지난 분기 자료를 오늘의 잔고처럼 받아들이면 판단이 어긋난다.
발행사의 ‘1달러 상환’ 설명이 개인 투자자가 언제든 코인 1개를 은행에 가져가 1달러로 바꿀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직접 상환에는 계정 심사와 자격 조건이 붙는다. 특히 테더가 안내하는 직접 상환 최소액은 10만 달러 상당이고, 상환 수수료는 1,000달러와 상환액의 0.1% 중 큰 금액이다. 소액을 보유한 나는 발행사 상환보다 거래소의 매수 주문이나 거래쌍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발행사의 상환 조건과 내가 실제로 이용할 거래소의 매도 여건을 따로 본다.
거래소에서 팔 가격부터 비교한다
USDT는 거래소에서 거래 가능한 코인과 거래쌍을 찾기 편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내가 쓰는 거래소에서는 어떤 코인을 USDC로 바로 살 수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거래량이 많다는 말만 보고 들어갔다가 원하는 거래쌍이 없어 한 번 더 환전하면 수수료와 가격 차이가 쌓인다.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는 두 코인의 호가창에서 내가 사거나 팔 수량만큼 주문이 쌓여 있는지 본다. 예를 들어 1,000개를 0.995달러에 팔면 1달러에 판 경우보다 5달러를 덜 받는다. 거래 수수료는 별개다. 평소에는 작아 보이는 차이도 매도 주문이 몰리면 커질 수 있다. 국내 거래소의 원화 가격이라면 달러 환율과 국내외 가격 차이까지 섞이므로, 원화 시세만 보고 달러 가치가 유지되는지 판단하지 않는다.
송금할 때는 코인 이름보다 네트워크를 먼저 맞춘다
내가 가장 긴장했던 건 거래소 간 송금이었다. 출금 화면에 같은 USDT가 여러 네트워크로 표시됐기 때문이다. 보내는 거래소의 출금 네트워크와 받는 거래소의 입금 네트워크가 일치하는지, 입금이 열려 있는지, 최소 입금액과 수수료가 얼마인지 차례로 확인해야 한다. 주소 형태가 비슷해 보여도 지원하지 않는 네트워크로 보내면 복구가 어렵거나 오래 걸릴 수 있다.
USDC는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도 발행사가 직접 발행한 형태와 브리지를 거친 형태가 다를 수 있다. 서클은 지원 네트워크 안내에서 이 둘을 구분한다. 개인 지갑이나 디파이를 쓴다면 앱에 표시된 티커만 믿지 말고 네트워크와 토큰 계약 정보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처음 보내는 주소라면 소액으로 입금이 확인된 뒤 나머지를 보내는 습관이 비용보다 값지다.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발행사와 거래소 위험도 본다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때 서클은 USDC 준비자산 중 33억 달러가 그 은행에 있었다고 밝혔다. USDC 시장 가격도 한때 1달러에서 벗어났다. 준비자산이 있다는 설명만으로 언제나 시장에서 1달러에 팔 수 있다고 단정하면 안 되는 이유다. 테더 역시 준비자산의 구성, 보고 시점, 직접 상환 조건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느 쪽이든 발행사 위험과 거래소의 출금 중단 위험은 별개로 남는다.
나는 단기 거래용이라면 원하는 거래쌍의 호가와 출금 지원을 먼저 보고, 보관 기간이 길다면 발행사의 최신 준비자산 자료와 상환 조건을 다시 확인한다. 스테이킹이나 디파이에 넣을 때는 여기에 플랫폼과 스마트 계약 위험도 더해진다. 1달러 근처에서 움직인다는 이유만으로 예금처럼 생각하지는 않는다. USDC와 USDT 중 하나를 고르는 일도 결국 내가 실제로 어떤 경로로 사고, 옮기고, 팔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서 시작한다.
